최근 며칠간 미국의 한류에 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펼쳐왔는데요, 어느덧 시리즈의 마지막 글입니다. 이번 글들을 마무리 하는 의미에서 제 나름의 미국 한류 사건 베스트 16 을 뽑아보았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저 개인적인 느낌이나 사회적 영향력에 있어서 한류를 느낄 수 있을만한 사건들을 연예, 스포츠, 문화에 걸쳐서 16개를 선정해 보았는데요,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뽑은 것들이니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디까지나 미국에서 살아온 교포의 눈으로 본 것이라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 계신 분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으리라고 생각이 됩니다만 (심지어 미국에 사시는 분도 공감을 못하실 수도 ^^) 어디까지나 예능으로 쓴 것이나 다큐로 받지 말아주시기를... ^^ 16위부터 거꾸로 내려갑니다. 차마 빼놓을 수 없는 일들이 많아 16 이라는 애매한 숫자가 되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라며 한국 기업등의 활약상은 제외하였습니다. 열거한 사건들 모두 여러분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일들이며 다만 이러한 일들이 어떠한 순서로 받아들여졌는지 한번 비교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16위 - 미국에도 통하는 바둑의 신 이창호
한국에 계신 분이라면 이창호 국수의 중국에서의 명성에 대하여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미국에서도 신(God)으로 불리우는 것은 혹시 알고 계세요? ^^ 저는 미국의 대학원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는데 미국의 공대생들 그것도 대학원 학생들 사이에서 많은 클럽이 생길만큼 바둑 (미국에서는 Go 라고 합니다) 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위치가 고정되어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기가 비교적 용이한 체스에 반하여 경우의 수가 너무나 많아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기에는 아직도 요원한 바둑은 소위 공부벌레(Nerd)들이라 불리우는 천재적인 학생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입니다. 이들에게 마이클 조단은 바로 '챙호 리 (Changho Lee)' 입니다. ^^ 저도 설마 이창호 국수의 이름을 만킬로 떨어진 이곳에서 들을 수 있을지 몰랐었는데 좋아하는 바둑인을 물어보았을 때 그들의 입에서 주저없이 이창호라는 이름이 튀어나와서 첫번째 놀랐고 "이창호는 미국의 바둑인들에게 national figure (전국구 스타)" 라는 얘기를 해주었을때 두번째 놀랐습니다.
당연히 미국 학생들은 이창호가 한국인임을 잘 알고 있었고 저는 사실 이창호군의 아버지가 예전에 경영하시던 시계점이 저의 고향 집 근처이고 제 아버지가 이창호군 부친과 안다는 이유만으로도 한동안 미국아이들의 존경의 시선을 받아야만 했던 유쾌한 경험이 있습니다. 마치 저를 마이클 잭슨 친한 친구 보듯이 하더군요.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이지만 16위에 선정해 봅니다. ^^
물론 전반적인 인기로는 스타크래프트가 바둑보다 우위에 있고 한국인의 장악력이 놀랍지만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15위 - 음식한류 - 놀라운 Kogi 트럭과 Korilla BBQ 트럭
많은 분들이 한국의 TV 매체들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통하여 미국에서 한식이 제법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생각하고 계실 수 있으나 아직도 한식은 미국에서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음식 중의 하나입니다. 그럼 각종 매스컴에 보여지는 '김치가 좋아요' '한국 음식 짱!' 이라고 외치는 미국인들은 뭐냐고 물으신다면 그 분들은 태국음식, 인도네시아 음식, 아프리카 음식도 사랑하시는 진정 열린 입맛의 소유자들이라고 답해드리고 싶습니다. ^^
물론 예전에 비하여 한국 식당에 가면 그 맵다는 오징어 덥밥을 땀을 흘리면서 먹고 다소 난해한 국물인 물냉면을 소화해 내는 미국인을 더 자주 볼 수 있게된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순두부 백반을 맛있게 떠먹는 미국인을 보는 것은 아직도 저에게는 생소한 풍경이구요. 최근에 미국의 공영방송이자 사회적인 공익성이 높은 프로그램만 보여주는 공중파 방송인 PBS 에서 김치 크로니클 (Kimchi Chronicle) 이라는 제법 긴 시리즈의 다큐를 방영하고 있는 것은 이런점에서 너무나 고무적인 일이며 생각보다 깊숙한 내용까지 다루는 이 다큐의 완성도에 깜짝 놀랐다는게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미국의 음식 한류는 바닥에서부터 올라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음식은 우리가 매일 먹는 서민의 것이어야 하니까요. 최근에 뉴욕의 한 고급 한식점이 미식 평가의 절대적 지존이라고 할 수 있는 미쉬랭 가이드에 올라가 있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기쁜 일이기는 하나 음식 한류와 연결하기는 아직은 섣부른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서부 지역을 강타하고 있는 한국어로는 밥차라고 해야 하나요 이동 푸드 트럭인 Kogi 의 약진은 정말 음식한류라고 제가 자신있게 얘기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엄밀한 의미로 코기 트럭은 100% 한식을 파는 곳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멕시칸 음식인 타코에 한국의 맛을 가미한 퓨젼음식을 파는 트럭인데요, 매번 트위터를 통해 트럭이 가는 곳을 소개하고 한참을 기다려서 먹는 타코속의 불고기와 김치를 통해 많은 미국인 고객들이 한국음식에 길들여져 가고 있는데요,개인적으로 참 바람직한 접근방식으로 생각합니다. 미국인들이 의외로 호불호가 명확해서 일반 대중들은 김치나 불고기를 떡하고 들이밀었을 때 아예 안먹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심지어 미국 사람들이 잘 먹을거라고 생각하는 김밥도 나이가 어린 층에서는 김이 입안에 남는 느낌이 싫다고 거부 당하기 일쑤랍니다. ^^
코기가 서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면 코기의 미국 뉴욕 버젼이라고 할 수 있는 Korilla BBQ 트럭도 뉴욕에서 인기를 끌어 심지어는 푸드네트워크의 음식 서바이벌 쇼 The Great Food Truck Race 에도 등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불미스러운 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는 했지만 서부의 Kogi 의 불고기 김치 타코, 동부의 Korilla 트럭의 한국식 바베큐등이 이끌어 가는 서민음식 한류는 저에게는 충분히 놀라운 한류에 뽑힐만한 사건이었습니다.
김치라는 음식이 뭡니까? 일년 365일 하루 세끼 빼놓지 않고 먹으면서도 어디 여행가거나 타지에 가서 한끼라도 안 나오게 되면 불평을 하게 만드는 지구 최강의 중독성을 가진 음식 아니겠습니까?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서구인들에게 김치 맛을 들이게 되면 뭐 그 다음은 말하나 마나 아니겠습니까? ^^
14위 - funtwo 와 정성하의 기타 한류
funtwo 라고 하는 기타리스트가 파헬벨의 카논을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하여 유튜브에 공개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화제를 일으켰는지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결국 그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죠 새트리어니라고 하는 걸출한 기타리스트와 MTV 의 특집쇼에서 라이브로 공연하는 꿈을 이루었고 유튜브로 생방송으로 중계된 쇼에서 본 그의 한반도 모양으로 생긴 기타는 저의 기억속에 아직도 소중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스타킹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에서 김일병으로 더 유명해진 Zack Kim 이라고 하는 기타리스트의 양손으로 두대의 기타를 연주하는 유튜브 동영상은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기록적인 동영상 조회수를 기록하기 이전에 이미 엄청난 조회수로 유튜브의 신화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 미국의 CNN 뉴스등에서도 이 둘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기타로서는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 기타리스트들의 수준을 세계수준으로 인식하게 하는데 큰 몫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활동이나 영상이 단기적인데 반하여 천재 소년으로 등장하여 아직까지 유튜브에서 계속해서 신화를 쌓아가고 있는 핑거스타일 기타의 대가인 정성하군이야말로 기타 한류를 이끌어가는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존 레논의 부인인 오노 요꼬 여사가 정성하군의 연주를 듣고 존 레논이 너무 좋아할거라는 답글을 남긴 것은 너무나 유명한 사건이고 미국에서 통기타나 핑거스타일 기타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는 코리안 정성하의 위치는 너무 확고합니다. 이 밖에 여러분이 잘 모르시지만 '제트'라는 닉네임을 가진 한국 기타리스트의 유튜브 동영상은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 (Rock'n Roll Hall of Fame) 에 제프 벡 (Jeff Beck) 이라는 기타리스트가 2009년에 헌정될 때 그의 커버 동영상이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에 수록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습니다. 제트님의 동영상은
http://www.youtube.com/zezz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렇게 걸출한 한국 기타리스트들의 활약에 경의를 표하며 이에 12위로 선정을 하였습니다.
13위 - 원더걸스의 House of Blues 매진 컨서트
흔히들 원더걸스 기획사 사장인 JYP 를 언플의 제왕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저는 전혀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원더걸스에게 일어난 수많은 영광된 일 중에 한국 언론에 제대로 소개 안된게 많기 때문입니다. 원더걸스 하이힐이 부러진 것만으로도 신문에 실리게 해야 언플의 제왕 정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 아시는 분도 있고 모르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원더걸스는 미국에서 이미 자신의 독자투어를 한 뮤지션입니다. 미국에서 진정한 뮤지션들은 투어를 통해서만 인정을 받는다고 하는 시각에서 본다면 원더걸스는 아이돌을 넘어서 미국에서 투어를 행한 뮤지션이라는 인정을 받기에 합당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한국에서는 아레나나 돔 혹은 스타디움등의 대규모 컨서트만 주목을 받지만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작은 규모의 공연장에서도 많은 유명한 공연이 열리고 있으며 그 중 유명한 곳중의 하나가 House of Blues 라고 하는 공연장입니다. 바로 원더걸스가 투어를 할 때 사용한 장소가 바로 House of Blues 이며 이곳에서 매진 컨서트를 한 아티스트들만이 싸인할 수 있다고 하는 벽에 Sting, Usher, BB King 등의 전설적인 뮤지션들 이름 옆에 원더걸스의 싸인이 그려질 때 미국 사는 한인 음악 애호가로서 적지않은 흥분감을 느꼈습니다 (한국 케이블 방송의 원더걸스 다큐에 이 장면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 앞으로 한류가 어떻게 발전해 나가더라도 충분히 기념비적인 일로 기억되리라고 봅니다.
12위 - 원더걸스의 Teen Choice Award 초청
연이어 원더걸스 이야기네요. 한국의 가수가 미국의 유수의 시상식에 초청받아서 세계적인 스타들과 자리를 함께 한다. 10년전에 이야기했다면 공상소설로 여김을 받기에 아주 부족함이 없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원더걸스가 미국 틴에이져들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Teen Choice Award 시상식에 게스트로 초청을 받아 당대 최고의 틴스타라고 할 수 있는 마일리 싸이러스 (한나 몬타나로 미국에서 인기 최곱니다)와 걸출한 뮤지션인 블랙아이드피스, 비욘세, 조나스 브러더스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은 한국 연예인으로서는 정말 획기적인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11위 - 김연아의 밴쿠버 올림픽 우승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결승전 다음날 온 미국의 미디어들은 김연아 찬가를 불러대었습니다. 미국 최고 피겨 해설가인 스캇 해밀턴의 숨넘어가는 찬사와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언론 New York Times 에 실린 전면 기사 그리고 나중에 미국 어린이 연감 표지 사진으로도 등장한 김연아는 정말이지 광풍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의 뇌리에 그전까지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던 그녀의 이름 석자를 확실히 새겨놓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위라는 순위를 준 것은 아직은 미국에서 피겨 스케이팅이 마이너 스포츠이기 때문에 동계 올림픽 이후의 일상생활에서의 충격도가 적어서입니다. 물론 저에게 있어서 그녀는 인륜을 거스르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1등 스타입니다.
10위 - 원더걸스의 TV 영화 The Wonder Girls
한국의 연예인이 미국에서 시청률이 제일 높은 시간이라고 해서 붙여진 프라임 타임 (동부 저녁 8시, 중부 저녁7시) 에 한시간을 자신의 이름을 건 TV 영화를 방영한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물론 4대 공중파 방송이나 모회사인 Nick 채널처럼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채널은 아니지만 미국 전역으로 중계되는 정규 케이블 채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방송을 가졌다는 것은 그들의 이력서에 엄청난 한줄을 추가하게 되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저에게는 10위에 선정되기에 충분한 획기적인 사건이며 항상 콧대가 높은 일본의 연예계에 두고 두고 자랑할 일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9위 - Old Boy 를 위시한 한국영화의 진격
미국에서 어떤 영역보다도 한국의 문화적 우월성을 드러내는 분야가 있다면 저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미국 일반 대중들에게까지는 아직 깊숙히 어필하고 있지는 않지만 영화 좀 본다는 사람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바로 한국 영화입니다.
한국 영화 중 특히 미국에 강하게 어필한 대표적인 작품이 Old Boy 인데요, 미국에서 명성이 높은 퀀틴 타란티노 같은 감독이야 뭐 이 영화의 광팬으로 소문이 이미 자자하고 영화를 전공하는 학과에서는 빼놓지 않고 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는 한때
imdb.com 이라고 전세계에서 제일 큰 영화 데이터베이스 웹싸이트의 게시판에서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한국영화에 빠져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가 이곳에서 다니던 학교 도서관에서도 한국영화 섹션의 DVD 가 항상 대여중으로 보기가 힘들고 제가 사는 시의 공립도서관에서도 DVD 구매를 담당하는 사람이 한국영화 팬인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영화 DVD 가 많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오래전 제가 좋아하는 영화배우인 록키의 실베스터 스탈론이 미국의 유명한 사이트인 Ain't it cool 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액션영화로 '태극기 휘날리며'를 꼽은 것은 꽤 오래 기억에 남는 일이었으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보여주는 듯 하여 참 기뻤었습니다. 이때의 인터뷰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스탤론이 한 발언은 다른 게시판에 남아있어 한번 퍼와 봅니다.
"My favorite action movie…actually, one of my favorite action films is a Korean film entitled THE BROTHERHOOD OF WAR, directed by Kang Je-gyu. (내가 좋아하는 액션영화라.. 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액션영화는 강제규 감독이 만든 '태극기 휘날리며' 라는 한국영화야)"
또 실베스터 스탤론은 그가 출연한 영화 Expendables 에 관한 이야기에서 비 (Rain) 을 캐스팅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링크:
http://bit.ly/cBHRB2). 제가 사는 이도시의 영화학과에도 한국 영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 제가 여러모로 도움을 드렸던 미국인 영화학과 교수 한분은 부산영화제에 초청받아 가셔서 한국영화를 위한 스크린 쿼터 반대 일인시위를 했던게 저의 자랑이라면 자랑이랄 수 있겠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은 자세한 이야기를
http://myusalife.com/46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 미국에서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봉준호 감독이 헐리우드 예산으로 제작하는 영화나 이병헌의 이름이 당당히 첫번째로 크레딧에 올라있는 G.I. Joe 2 도 개봉을 앞두고 있어 한국영화나 한국 영화배우의 위세는 당분간 계속되리라고 생각합니다.
8위 - 원더걸스의 조나스 브러더스 공연 오프닝
조나스 브러더스(Jonas Brothers) 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따지자면 2PM 과 슈퍼쥬니어를 합쳐놓은듯한 위상을 가지는 보이밴드의 절대 강자인데 이 밴드의 전미 순회 공연에 오프닝으로 원더걸스가 선택이 된 것은 8위를 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워낙 컨서트가 활발하고 공연의 첫 분위기를 주도하는 오프닝 밴드가 단순히 시간 때우기가 아닌 실력파 유망주들의 무대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데요, 미국에서 관중 동원력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하는 초일류 인기 밴드의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원더걸스가 Nobody 를 부를 찬스를 잡았다는 것은 다른 모든 가수들이 부러워하는 꿈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다소 복고풍의 Nobody 를 오랫동안 반복해서 부르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았었는데요, 미국에서 처음으로 원더걸스를 접했을 수많은 조나스 브러더스 컨서트에 온 관중들에게는 이만큼 쉽게 어필할 수 있는 곡도 없지 않나 하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미국의 거의 모든 가수들이 다른 가수의 공연 오프닝을 통해서 메이져 컨서트에 데뷰하는 현실에서 최고 인기 가수의 오프닝 밴드라는 자리를 거머쥐었다는 사실하나만으로도 JYP 의 기획력을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이거 정말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7위 - 소녀시대의 David Letterman 쇼 출연
이건 이미 제가 긴 글로 소개를 했기 때문에 중언하지 않겠습니다. 오프라 윈프리쇼, 제이 레노의 투나잇 쇼와 함께 미국을 대표할 수 있는 3대 토크쇼라 할 수 있는 데이빗 레터맨 쇼에 한국 가수가 출연한 것은 두고 두고 우려먹을만한 사건으로 기록될 만 합니다. 토크쇼 출연 후에 이태리, 우크라이나, 프랑스, 대만,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데이빗 레터맨 쇼 출연 소식을 앞 다투어 방영한 것만으로도 이미 게임 셋입니다. 혹시라도 제가 이에 관해 쓴 글을 보지 못한 분을 위해서 링크 드립니다 (
http://myusalife.com/74).
6위 - 원더걸스의 빌보드 핫 100 진입
요즘 한국 신문의 기사를 보면 소녀시대의 미국 앨범이 빌보드 월드챠트 몇위에 진입했느니 힛 시커스 차트 몇위에 진입했느니 하는 기사들이 많은데 이것 다 부질 없습니다. 빌보드 차트는 무조건 Hot 100 이 가장 유명합니다. 미국의 일반 대중은 이런 월드 차트에 관심 전혀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가요 톱텐이나 인기가요 순위나 관심이 갈까 가리봉동 유선방송 연합 차트에 스리랑카에서 온 가수가 몇위에 올랐는지 신경 안쓰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만큼 빌보드 Hot 100 차트에 드는 것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혹자는 미국에서 CD 를 덤핑으로 팔아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폄하를 하기도 하지만 그건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돈을 써서 가능했다라고 하는 것만큼 우스운 얘기입니다. 저도 사실 $1 에 팔리는 원더걸스 CD 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여자 초중생들에게 인기있는 옷 및 악세사리 가게인 Justice 에서였는데요, 문제는 이런 미국 전국 체인의 가게에 CD 를 가져다 놔서 팔게 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1 이라고 해서 CD 를 덥석덥석 사갈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미국인의 생리를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미국 사람들 특징이 단지 싸다는 이유로 맘에 안드는 물건을 사는 타입이 아닙니다. 뭐 이런 논리라면 자본력 좋은 일본 가수가 백만불을 들여 CD 백만장쯤 찍어서 공짜로 뿌리면 빌보드 핫 100 1위 진입은 문제도 아니겠습니다만 원더걸스의 빌보드 핫 100 진입이 1980년 이후 30년만에 동양가수로는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것만을 봐도 얼마나 상징성이 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필자 주 : 30년만의 진출은 신문기사를 인용한 것인데 그 사이에도 빌보드 핫 100에 진출한 뮤지션들이 많이 있었답니다. 이 점 정정합니다). 빌보드 핫 100 의 명성은 어느날 고스톱을 쳐서 딴게 아닙니다. 앞으로 미국에 한류 가수의 위세가 어떻게 뻗어나갈지 모르겠지만 훗날 역사가 한류의 흔적들을 기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다룰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6위를 드립니다.
5위 - 김윤진의 LOST 주연
상상도 못했습니다. 한국의 여배우가 미국 인기 TV 시리즈에 주연으로 등장할 줄은.. 물론 산드라 오 같은 Grey's Anatomy 라는 걸출한 시리즈에 등장한 배우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한국계일 뿐이지 한류에 속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김윤진양은 그야말로 한국이 낳은 배우이자 스타 아니겠습니까? 그녀가 하는 한국어를 듣는 것도 감격스러웠고 확실하게 코리안으로 설정되어 있는 그녀의 배역 역시 참 맘에 들었고 시간이 가면서 비중이 커지는 모습도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더구나 김윤진양의 개인적인 친구인 한국 여배우 김서라양이 등장하는 행운까지도...
LOST 가 빵 터지고 나서 각종 토크쇼에 초청받아 나오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고 The View 라는 토크쇼에 나와서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최고의 여성 저널리스트인 바바라 월터스와 친구처럼 격의없이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은 제가 미국에 와서 TV 에서 본 어느 장면보다도 감격스러웠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싶을만한 일이며 (있어야죠 ^^) 이 기회에 배우로서 한미 양국에서 확실한 커리어를 쌓아가는 김윤진양에게 행운을 빌어 봅니다.
4위 - 비의 Ninja Assassin 주연 및 MTV Award 수상
한국배우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연이라니요.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평소에 모든 영화를 집에서 보는 제가 관객수 한명이라도 늘리게 한다고 닌자 어쌔신 영화 개봉날 극장으로 달려나가게 한게 비입니다. 실력이 없으면 가차없이 무시해 버리는 냉정한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한 동양배우에게 주연을 맡기는 일은 그를 성룡이나 이연걸 정도의 지명도와 실력과 관객동원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더구나 성룡이나 이연걸 영화의 감독과는 비교도 안되는 미국에서 절대적인 추종자를 두고 있는 신세대 감독 워쵸스키 형제에 의하여 만들어진 영화의 주연이라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비의 위상을 200% 올리고도 남을 일입니다.
더구나 이 영화로 인하여 케이블의 절대 강자중의 하나인 MTV 어워드를 수상하게 되어 단상에 올라가 수상소감을 이야기 하는 그의 모습은 1980년대에 한국 축구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들어가 주전으로 뛴다는 주장을 하는 것만큼 믿겨지지 않는 정말 황당할만큼 비현실적인 일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이를 능가하는 업적이 나오리라고 믿습니다만 저에게 미친 충격의 정도로는 이만한 일도 참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당당히 4위 드립니다. ^^
3위 - 양용은의 PGA Championship 우승
순위를 보고 갸우뚱 하실 분 있을 것입니다. 이게 저 위의 다른 일들 제치고 3위나 줄수 있는 일인가 하고.. 그렇습니다. 2009년 8월 양용은의 PGA 챔피언쉽 우승은 스포츠 한류에 있어서 최정점이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습니다. 박찬호 선수의 메이져 리그 아시아 선수 최다승이나 김병현 선수의 월드시리즈 우승 등과 같은 미국 스포츠사에 기록될 다른 한류의 기록이 있지만 사실상 박찬호 선수나 김병현 선수의 경우 그들의 속한 팀의 일원으로 더 기억되는 편이고 한국인으로서의 메이져 리거로서의 위상은 미국인에게는 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에서 보는 시각으로는 박찬호 선수와 김병현, 추신수 선수 등등이 이룩한 업적은 실로 대단하며 이를 깍아 내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제 논점이 미국 일반 대중에게 어필하는 한류 스타로서의 위상이라는 점에서는 양용은의 PGA 챔피언쉽 우승이 한국 메이져 리거들의 활약이나 김연아의 밴쿠버 올림픽 우승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다음날 회사에서 주변 사람들이 제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한국인을 언급하는 일을 처음 겪게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저희 회사가 골프 회사도 아니며 동료들이 한국인에 관한 언급을 자주 하던 친구들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딱 한번 먼저 한국인을 언급한 것이 '김정일'인데 그는 엄밀히 말하면 대한민국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은 단연 김정일입니다. 미국에서는 그도 한국인의 범주에 들어가며 인용횟수로 단연 최강인 캐릭터이며 가장 많은 미국인이 알고 있는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마지막 라운드에서 리드를 하면 단 한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은 타이거 우즈에게 첫번째 패배를 그것도 메이져 대회에서 안겨주었던 양용은의 승리는 다음날 스포츠를 방영하는 채널 어디에서도 하루 종일 마르고 닳도록 나왔습니다. 미국의 신문, 방송 웹 싸이트 어디를 가도 Y.E. Yang (양용은의 미국 이름) 뿐이었으며 수년에 걸쳐 이룩한 KJ Choi (최경주) 의 명성을 단 한방에 이루어 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미국에서 LPGA 에서 이룩해낸 한국 낭자 군단의 업적도 눈부시게 느껴지겠습니다만 아쉽게도 미국에서 LPGA 와 PGA 의 인기는 넘사벽입니다. 사실상 제가 LPGA 낭자들을 좋아해서 1세대라고 하는 LPGA 스타들 박세리/김미현/박지은 등등을 모두 여러번 만나본 적이 있으며 이들이 경기에서 사용한 장갑에 싸인을 받아 모두 소장하고 있는 것은 저의 자랑입니다. ^^V 그 중 미국명 Grace Park 박지은 선수는 제 부탁으로 제 친구를 위해 동영상 메세지를 남겨준 것은 제가 정말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일의 하나입니다 ^^ (자세한 이야기와 동영상이 혹시 궁금한 분이 계시거든
http://myusalife.com/42 를 참조하세요).
하인스 워드의 슈퍼보울 우승도 자랑스럽지만 양용은의 쾌거는 단발성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였습니다.
2위 - YouTube 의 K-Pop 장르 신설
어렸을 때 한참 팝송을 좋아하던 때 여러 팝 장르를 얘기하면서 나는 Rock 이 좋네, Jazz 가 멋지네, Country 는 구리네 얘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 항상 팝송을 이야기 할때만 혹은 서양음악을 이야기할 때만 언급하던 음악 장르에 당당히 K-Pop 이 한자리를 차지하리라고는 단 한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동영상 사이트 YouTube 의 Music 부분에 Pop, R&B, Country, Jazz, Rock 과 같은 구분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K-Pop 을 보면 전율이 흐릅니다.
만약 그 옆에 이태리의 Canzone (칸소네), 프랑스의 Chanson (샹송), 일본의 J-Pop, 중국의 C-Pop 도 자리잡고 있었다면 모를까 국가를 상징하는 장르로 유일하게 K-Pop 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를 다 싸잡아 International 이라는 장르가 있긴 합니다만 저에게는 이 세상의 팝 음악은 미국, 한국 그리고 그외의 나라들로 분류되는 것 같아 통쾌하기만 합니다. ^^;;
이제는 유튜브 홈페이지로 갔을 때 한국 가수들의 동영상이 제일 메인 페이지에 걸려있는 것도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며 외국곡 예를 들어 mama do 와 같은 곡을 검색해 보면 그 곡을 부른 원가수 바로 다음으로 이하이양의 서바이벌 K-Pop 스타 영상이 걸리는 것을 보면 원곡 가수도 저걸 보겠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전세계 팝 음악 판도에서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한국이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여기게 만드는 사건이 바로 유튜브의 K-Pop 장르 신설이며 이로 인해 도대체 무슨 장르야 이건 하고 들어오는 수많은 방문자들을 K-Pop 세계로 이끄는 좋은 낚싯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 중요도에 있어서 저에게는 2위로 꼽힐만한 사건이었습니다.
1위 - 비의 Time 100인 선정
대망의 제가 느낀 미국 한류 사건 1위는 단연 비의 타임잡지 올해의 인물 100인 선정입니다. 그것도 독자 투표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데다가 두번이나 오르는 영광을 이룩했습니다. 저는 미국 한류의 마지막은 소위 메인스트림이라고 하는 단순히 미국 일반인이 아닌 주류까지의 진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타임 잡지는 전세계적인 권위와 명성을 가진 잡지이며 타임 100인은 그 한해 전세계 역사에 기념비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들로만 구성이 되어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과 더불어 한해를 마감하는 가장 관심을 끄는 기사이기도 합니다. 타임지의 100인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그 한해 전세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었는가를 알 수 있을만큼 그 영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한번도 아닌 두번이나 아시아인 최초로 선정된 것은 실로 대단한 사건입니다. 실제로 타임 100인중에 연예인들은 5명 내외로 선정이 되며 연예인 중에 가장 많이 타임 100인에 선정된 사람이 죠지 클루니로 3회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이 월드컵 축구 우승을 이루어내는 것 만큼 힘든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임지가 미국의 메인스트림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매체의 하나라고 하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의 중요도를 미루어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처음 타임 100인 그것도 독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던 때 2위를 차지했던 작가이자 코메디언, 배우인 스테판 콜베어 (Stephen Colbert) 가 그의 유명한 쇼인 코미디 채널에서 하는 콜베어 리포트 (Colbert Report) 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질투에 불타는 저주를 퍼붓는 광경은 비의 미국 지명도를 올려주는데 엄청난 공헌을 하였습니다. 나중에 비는 그 프로에 출연하여 콜베어와 댄스 배틀을 벌이기도 하는데 저는 정말 콜베어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
연예계 이야기라고는 입에 담지도 않는 저의 미국인 지도 교수가 어느날 저에게 "Rain 을 아느냐?" 라고 물어보았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나중에 도대체 그를 어디서 알았느냐고 물어 보았을 때 역시 타임 100인이 그 소스였다는 것을 알고나니 새삼 비의 타임 100인 선정이 가지는 의미와 메인스트림에 끼치는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저의 편협한 개인적인 미국 한류 차트는요. 어쩌면 어떤 분들은 '이 자식 원더걸스 빠돌이 아냐?' 하고 오해를 하실만큼 원더걸스가 자주 등장하는 순위이기도 했는데요, 저 나름대로는 그래도 최대한 고심하여 선정한 것이며 그동안 미국 가서 쟤네는 뭐했데 하는 분들에게는 그래도 원더걸스가 미국 한류에 있어서 이 정도 성과를 이루었다고 보여줄만한 것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도대체 비는 외국에서 인기는 있는거야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렇게 개인적으로 순위를 매겨놓고 보니 비는 정말 한류에 있어서 위대한 족적을 남긴 한사람이라고 할만하군요.
아무쪼록 내년 이맘때 미국의 한류를 다시 곱씹어 볼때 저 순위가 몽땅 다 바뀌는 그런 역사가 일어나기를 미국 한류 팬의 한사람으로서 기원해 봅니다.
지나치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