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 뭐니해도 한국 방문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먹거리(표준어가 아니라죠? ^^ 그렇지만 어감이 좋아 사용함을 양해하여 주십시오 ^^) 였습니다. 서두에도 얘기했지만 개인적으로 사용한 시간이 거의 없어 제가 일부러 찾아가서 먹은 식당은 단 한군데도 없었지만 (사실 이게 이번 한국 방문의 슬픈 부분입니다.. 흑흑.. ㅠ.ㅠ) 그래도 이곳 미국에서보다 한끼 한끼가 비교를 불허할만큼 좋았기에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동안 한국 가면 먹어봐야지 하고 제가 리스트를 작성해 놓은 곳에 거의 가보지 못했다는게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거의라고 표현한 이유는 비지니스 식사 모임으로 만났는데 유명한 맛집에 데려가 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 센스란.. ^^).
너무나 그리웠었던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그 와중에도 제가 무척 놀랐던 식당이 하나 있었습니다. 맛집이라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정말 놀랐기에 소개하고 싶은 곳입니다. 제 고향 전주에는 맛집도 많고 유명한 식당도 많지만 제가 고향을 방문하면 맛집을 간다기보다는 그냥 아버지가 선호하는 집으로 가는게 저희 집안의 정석이자 룰입니다. 또한 근면검소를 삶의 최대 목표로 삼고 계시는 아버지 탓에 양념이 들어가는 고기를 먹는다느게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금기로 되어 있어(양념이 들어간 고기가 일반 고기보다 비싸고 양이 적다는 아버지의 믿음 때문에 ^^) 육류로 외식을 할 경우에는 생등심이나 삼겹살 혹은 돼지갈비 (돼지갈비는 양념이 들어가지만 쌉니다 ^^) 가 저희 집, 저희 아버지의 선택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뜻밖에도 아버지께서 '숯불갈비 먹고 싶냐?' 라는 저희 집안에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나이가 들어가시니 이제 변하시는가보구나' 하고 감동에 눈물을 잠시 글썽였지만 아버지의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전주에 인근한 도시의 고기 부페집이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하고 낙심한 제가 화들짝 놀란 것은 불과 십분도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가보실 분을 위해 식당 입구 사진 첨부합니다
제가 '그럼 그렇지' 라고 속으로 되내였던 것은 이 고기부페가 불과 만원짜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소 숯불갈비가 제공하는 만원짜리 고기 부페라 하시면 여러분 머리속에도 대략 그림이 그려지실 겁니다. 일단 고기는 한우가 아닐테고 음식 선택의 폭도 예전 7-80년대에 유행했던 '시식센터' 수준을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빈약한 육류 선택에 군만두가 주종인 구색을 갖추기 위한 나머지 메뉴들 그리고 풍성한 야채로 메꾸는 그런 부페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낯선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흡사 대중목욕탕의 신발장을 방불케 하는 일일이 신발을 넣고 자물쇠를 채울 수 있는 신발장이 떡하니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예전의 저의 기억에 의하면 붐비는 고기집 속에서 신발들을 빼곡히 넣고 때로는 신발이 분실될까봐 비닐 봉지에 싸서 들어가던 그런 시설이 아닌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정말 깔끔한 신발장이 반기더군요.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는 너무나 눈에 익은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이와 같은 시설을 본 적이 거의 없는 저로서는 오호라, 음식은 보잘 것 없을지 몰라도 시설은 괜찮네 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개별적으로 보관과 시건이 가능한 신발장
테이블 없이 넓은 방바닥에 숯불구이용 테이블이 일렬로 자리잡은 이곳은 작지 않았고 얼추 둘러본 이곳의 고기류 구색은 정말 놀랄만 했습니다. 이름을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 돼지고기등외에도 생선, 새우, 곱창, 양, 골뱅이, 고동, 조개류등, 그 종류가 저의 만원짜리 부페에 대한 선입견을 딱 비웃고 있는 듯 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육류쪽 냉장고를 찍은 것입니다. 블로그에 올릴 생각을 하고 찍은 사진이 아니라 좀 어설프긴 하지만 감은 잡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 크기의 4배 정도로 각종 육류및 해산물을 고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즉 사진에 찍힌게 육류 및 해산물을 담은 냉장고의 4분의 1 이 좀 넘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참 이 포스트의 모든 사진들은 매우 저가의 똑딱이 카메라로 찍은터라 사진의 품질은 감안을 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매우 다양했던 각종 육류들. 여기는 돼지고기 섹션
위의 해상도가 높지 않은 사진에서도 잘 깎여 있는 대패 삼겹살외에 일반 삼겹살, 돼지 갈비,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 및 기타 여러부위의 돼지고기들이 총망라 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냉장고가 아닌 음식이 준비되어 있는 테이블에는 족발도 있더군요. 물론 저 고기들은 최상급의 고기가 아닐 수도 있으며 냉장고 다른 쪽에 있는 소고기 역시 한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육류 상태는 생각보다 괜찮았으며 중요한 맛 역시 제 입에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쪽에는 해산물 및 곱창류가 있습니다. 사진 보시겠습니다.
해산물 및 곱창류
윗쪽의 형광등 조명이 반사되어서 상태가 양호하지는 않지만 오징어 및 각종 생선 그리고 우측 윗쪽의 곱창류를 알아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키조개, 맛조개, 바지락, 제첩 등 각종 조개류와 다양한 크기의 새우 역시 제공되더군요. 절대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 구색(selection)이었습니다. 이 단계에 이르자 만원짜리 부페에 왔다는 생각은 어디로 가고 요게 맛있을까 저게 맛있을까 하고 슬슬 무아지경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 냉장고의 한쪽 면은 온통 육류, 다른쪽 면은 해산물 및 내장류들이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의 해산물과 곱창등 내장류가 있는 두면의 경계를 걸쳐 찍은 사진도 하나 있군요. 새우가 좀 더 잘 보이고 오징어 종류를 잘라 꿰어놓은 것도 아랫쪽에 보이는 군요. 젤 왼쪽 아래에 새우 윗쪽에 있는 것은 '맛' 혹은 '죽합' 이라고도 불리우는 맛조개입니다. 모양은 그럴싸한데 막상 구어 놓으면 깊은 맛은 없는, 이름과 달리 가는 녀석입니다. ^^;;
쇠고기 종류를 선택할 수 있는 냉장고
사진을 뒤져보니 소고기 부위를 찍은 것도 있군요. 이 냉장고에는 소고기의 각 부위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소갈비에서부터 주물럭, 불고기, 등심, 사태, 안창살 등등 제가 들어본 거의 모든 부위의 소고기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막 준비해 내던 제가 처음 들어본 부위도 있었는데 역시 시간이 지나고 나니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이렇게 블로그에 포스트할 줄 알았다면 좀 더 꼼꼼히 알아오는건데 말입니다. 위의 사진들은 저의 식구들을 보여줄 목적으로 어설프게 찍은 것들이라서요. ^^;;
그러면 육류 구이만 풍성하느냐 그게 아니더군요. 위의 사진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만원짜리 부페가 스시도 나오고 롤도 나오고 각종 떡 및 닭강정 외에도 별의별게 다 나옵니다. 전라도 김치 맛 아시죠? 김치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더군요. 육류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먹을 수 있을만큼 다양한 음식과 사진에 찍히지 않았지만 면류와 국, 찌개, 고등어 조림도 있더군요. 언제나 부페에 가시면 변함없이 김밥을 드시는 모친에게도 만족스러운 정도였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찍어본 육류 이외의 음식들 테이블인데도 각종 튀김류와 떡류가 좀 더 잘 보이는 군요. 제 기억에는 탕수육도 있었습니다. 맛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찹쌀 도나스 등의 스낵류도 괜찮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래도 이집이 숯불갈비가 제일 낫다고 손수 갈비를 쉬지 않고 구워주시네요. 나이가 40이 넘은 아들이지만 아버지 눈에는 여전히 어린 자녀로 보이는지 (^^) 쉬지 않고 어서 먹으라고 구워주시네요. 숯은 나무숯은 아닌 것 같고 압축탄이라고 하나요? 육각형처럼 생겨서 가운데가 뻥 뚫린 그런 것을 사용하더군요. 만원에 참숯을 사용한다면 그게 더 이상하긴 하겠습니다만.. 저는 해산물이 신기해서 좌측 아래에 담긴 접시에 온통 해산물입니다. 이 도시(김제)에서는 바다가 멀지 않아 싱싱한 해산물이 많습니다만 가격을 생각해보면 멀리서 배를 타고 온 건방진 해물(바다를 누벼야할 녀석들이 배를 타고 왔으니^^)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바다를 가려면 비행기를 타고가야하는 미국 중부에 사는 저로서는 신선도에 딱히 큰 불만이 없었습니다. ^^;;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아이스크림도 무제한 먹을 수 있고 정말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식혜와 수정과도 제공이 되더군요. 얼음이 동동 떠있는 식혜와 함께 바싹 구워진데다가 양념까지 잘 된 숯불갈비를 함께 하니 정말 "아! 좋다"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그리고 몇가지 한국 요리들이 부페용 스테인레스 용기 (아시죠? 밑에서 알콜램프 가열되는) 에 담겨서 역시 서빙이 되고 있어서 육류를 좋아하지 않는 분도 충분히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더군요 (도대체 요리가 몇개야 ^^).
한가지 1인분에 몇만원하는 일류 숯불갈비집에서 파는 소갈비와 비교해 보면 입안에서 녹는 느낌이 덜하다라는 차이는 있더군요. ^^;; 하지만 두텁게 씹히는 육질도 나쁘지 않고 제법 맛이 있었다라는게 이 집 숯불갈비에 대한 저의 느낌이었습니다. '만원짜리' 라는 선입관만 지우면 꽤 만족스러운 식당입니다.
아마도 제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분들중에 전라북도 김제에 사시는 분이시라면 어딘지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 어디 가서 맛집을 추천하라고 하면 선뜻 추천할 수 있는 집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한민국에서 아마도 가격대 성능비로는 따라갈 집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만원이라고 하면 여기 돈으로 7불 정도밖에 하지 않는 곳인데 (지금 환율로) 여기서 7불로는 한식한끼 사먹을 수 없는 돈입니다. 빅맥 세트도 5불이 넘어가는 곳인데 말입니다.
적어도 평생을 검소함으로 무장해 오신 저의 아버지에게는 아마도 대한민국 최고의 식당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전에 키핑해 놓으셨는지 (^^) 주인 아주머니께서 맡겨 놓으신 콜라 한병도 가져다 주시더군요 (쿠폰으로 받으신 건데 지난번에 사용을 안하셨다고 ^^).
이번 한국 방문에서 더 좋은 식당들, 더 유명한 식당들을 많이 가보았지만 이곳 고기부페집은 참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가족들 데리고 가게 되면 한번 더 가볼 작정입니다. 아들 녀석이 이런 곳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
매우 흥미로운 식당이었습니다.
'여행 그 새로운 경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생각하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호텔 (28) | 2009.10.08 |
---|---|
세상에서 깁슨 레스폴 기타가 가장 많은 곳 (30) | 2009.10.04 |
미국여행 최고 도우미 프라이스라인, 이렇게 공략하세요 (26) | 2009.08.22 |
미국에는 슈퍼맨의 고향이 실제로 있습니다 (31) | 2009.03.29 |
인디애나폴리스, 과연 볼 것 없는 대도시일까? (40) | 2008.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