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에 딸아이가 운이 좋게도 일본 정부가 후원하는 단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선택이 되어 9일 정도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는 바람에 아내와 단둘이만 지내게 되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뭐 예전처럼 그냥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마침 써야할 휴가가 남아있었던터라 차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을 고르다 보니 도대체 갈 기회가 없었던 뉴올리언스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단둘이 어디를 가본 것이 제가 기억하기에 1993년이 마지막이었던지라 무려 만 23년만에 가는 첫번째 여행이 되었고 차로 가는 바람에 가는데만 12시간, 총 3천킬로를 혼자서 운전했던 여행이었지만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뉴올리언스야 워낙 유명한 곳이라 인터넷 여기 저기에도 많은 정보가 있는 만큼 저는 주제별로 그 포스트를 올려볼 계획입니다. 그리고 그 첫번째는 바로 생굴 (Raw Oyste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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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계신 분들에게는 재즈 음악과 남부 흑인문화로 잘 알려져 있는 뉴올리언스로 떠나면서 세웠던 제일 첫 목표는 싱싱한 생굴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뉴올리언스는 바닷가를 끼고 있는 굴 요리로 가장 유명한 곳이고 제가 사는 곳에서 바다까지는 거의 한국에서 베트남 거리만큼 떨어져 있어 싱싱한 굴은 엄두를 못내는 탓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전주가 맛집이 많은 도시로 일본에서는 먹고 죽는다는 오사카가 있듯이 그만 그만한 요리로 별 특색이 없는 미국에서 뉴올리언스는 독특한 향토 음식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어서 언젠가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못가본 도시가 많아서 그동안 우선 순위에서 항상 밀리던 곳이었습니다.
뉴올리언스 제일의 Acme 식당
첫번째로 들린 곳은 도착 첫날 저녁에 먹은 뉴올리언스에서 가장 유명한 생굴 요리점인 Acme 식당입니다. 12개짜리 한 dozen 이 한국돈으로 약 만팔천원 정도 ($15.50 물론 여기에 tax 와 팁이 추가가 되어 25% 더 내야 합니다만 ^^). 한국에서 생굴의 시세가 어떤지 전혀 모르지만 미국에서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가격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더구나 신선도를 생각해보면... 뉴올리언스를 가면 누구나 제일 먼저 가는 식당이기에 언제나 최소 30분은 줄을 서있어야 하는 유명 맛집입니다. ^^
아래의 사진이 이곳에서 먹은 생굴이고 위쪽에 빨갛게 묻어있는 것은 케첩이 아니고 생굴의 최고의 동반자인 초고추장입니다. ^^ 오뚜기에서 나온 튜브형 초고추장을 가져가서 매일 들고 다니며 발라 먹었습니다. 생굴은 역시 초고추장이지요 (가운데 빨갛게 담긴 것은 이곳에서 제공하는 칵테일 소스. 제법 잘 어울리는 매콤한 맛이어서 괜찮긴 하지만 역시 초고추장만은 못합니다).
Acme 의 $15.49/dozen 생굴
한국에서 맛보았던 굴(석화)는 갯내음이 나는 원초적인 바다의 향이 살아있는 맛이라면 미국 굴은 신기하리만큼 비린내가 전혀 없는 그야말로 빠다처럼 살살 녹는 그런 맛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틀떄 되는 날에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시내 무료 도보 투어를 하던 중에 가이드가 굴 한개에 단돈 6백원($0.50)인 곳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야말로 전문가의 꿀팁! 한 타스를 먹어봐야 7200원!!! 오후 3시에서 6시까지만 해피아워라고 그 가격에 제공한다고 하기에 이게 왠 떡이냐고 아내와 부리나케 Red Fish Grill 로달려갔습니다. ^^
50센트 생굴 Red Fish Grill
신나게 굴을 까주던 쉐프
일반적인 주류를 다루는 바(Bar) 같이 생겼지만 바로 옆에 식당도 끼고 있는 제대로 된 해산물 식당 겸 바입니다. 위에 Oyster Bar 라고 써있는 곳에서 흑인 요리사 한분이 쉴새없이 굴을 까고 있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탓에 정말 원없이 먹을 수 있었던 현장 사진 하나 올려봅니다. 테이블 위에 굴 4타스(48개)를 해치운 상태에서 찍은 인증샷입니다.
전투적인 굴 섭취 ^^
그야말로 엄청 싱싱한 굴 12개에 7천원 조금 넘는 돈이라니 제가 얼마나 대박을 외치면서 먹었을지 짐작이 가실 것입니다. 전날 먹었던 뉴올리언스 최고라는 Acme 라는 식당 굴과 완전히 같은 품질이면서 (같은 곳에서 떼어온다고 하니 ^^) 가격은 반값이니 정말 지칠때 까지 먹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굴 품질이 더 좋으면서 가격은 전날 먹은 곳과 비슷한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굴 한개당 880원($0.75). 그러나 식당은 훨씬 고급식당이라 분위기는 더 좋고.. 이 곳이 바로 Luke 라는 식당입니다.
Luke 식당에서의 생굴
결국 이 집에서 12개에 만원 돈에 먹은게 뉴올리언스 최고의 생굴이 되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확인하실 수 있듯이 알도 제일 크고 굵고 맛도 좋고.. 오른쪽에 케첩병처럼 보이는게 제가 매일 가방에 넣고 다녔던 바로 오뚜기 초고추장. ㅎㅎㅎ
뉴올리언스에 3일 머무는 동안 아내와 총 120개의 굴을 먹었습니다. 다시 못올지도 모르는 곳이라 굴 먹고 죽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먹었던 것 같습니다. 생굴 먹고 행복해 해본게 언제더라 생각해보면 (마지막 생굴은 대천에서 한 10년전 쯤 아버지 눈치 보면서 몇개 먹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향후 이만큼 생굴을 다시 먹을 날이 또 올까 싶습니다.
이렇게 일천하기 그지 없는 저의 식도락 역사에서 뉴올리언스 생굴로 큰 획을 하나 그어서 매우 행복하고 만족스러웠었습니다. 아차차, 물론 아내와 갔던 여행이라서 행복했던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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