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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03 한국영화를 위해 1인 시위를 한 미국 교수 10

이번 포스트 역시 지나간 기억 더듬기의 하나입니다.  저에게는 잊을 수 없었던 일들을 하나씩 꺼내 돌이켜 보니 이런 저런 재밌는 일들이 많았네요.

저는 인구가 작은 대학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어바나라고 하는 도시와 샴페인이라고 하는 도시가 나란히 붙어 있는 쌍동이 도시에 삽니다.  도시 인구가 10만인데 대학 재학생이 5만에 달하다 보니 도시 인구 거의 전체가 대학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구가 작다 보니 아무래도 쉽게 노출이 되는 사회라 본의 아니게 사람 눈에 띄는 기회가 한국보다 훨씬 많습니다.  저는 한국 영화를 매우 사랑하는 일반 팬입니다.  미국에 와 있어 보니 한국 영화가 더 그립고 사실 애초에도 한국 영화를 참 좋아라 했었습니다.  물론 영화와 관련된 어떤 전문적인 일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만 한국에 있었을 때는 우연찮게도 영화와 연관되어 흥미로운 일에 연루된 적이 있긴 합니다.  당시 씨네 21의 커버 스토리가 되기도 한 이야기중의 하나도 연관이 있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털어 놓기로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게 주제가 아니므로 패쓰. ^^;;

하여튼 이곳에서 살면서 영화 좋아하는게 티가 났는지, 아니면 제가 오지랍을 떠는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한국 영화와 관련된 일에 종종 저에게 연락이 옵니다. 그로 인해 몇가지 에피소드가 또 있는데 오늘은 그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어느날 저에게 이메일로 아는 분께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미국인인데 저를 소개해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고 뭐든지 한국에 관한 거라면 오지랍을 떠는 제 성격 탓에 쾌히 그러마 저도 만나보고 싶다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캠퍼스 내에서 그 미국인이라는 분을 만나뵈었는데 이곳 대학교 도서관에서 일을 하면서 틈틈히 강사로써 한국 영화 및 아시아 영화에 관한 수업을 하는 분이었습니다.  일단 미국인이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에서 호감이 있었던 저는 만나자마자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듯 죽이 많아 한국 영화를 주제로 엄청난 수다를 떨었습니다.  나중에는 한국 식당까지 옮겨가서 한국 음식을 함께 먹으며 그야말로 수다의 향연을 펼쳤습니다.  이 친구는 일반적인 미국인이 좋아하는 편안한 한국음식이 아닌 다소 강력한 비빔냉면이나 오징어 볶음등도 먹을 줄 아는 제대로 한국 음식 애호가였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제가 만나본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은 모두 (정말 모두)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문화의 힘이란 이런건가 봅니다.

그는 그동안 한국영화에 관한 나름대로의 소소한 궁금한 점에 관해 많은 질문을 해댔고 평소 한국의 연예 가쉽과 DP 에서 얻은 지식을 토대로 저는 수많은 대답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제대로 답변을 들어서 좋았는지 정말 신나게 물어보았고 저도 정말 우쭐해서 무수한 대답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이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서 토론다운 토론을 할 수 있었고 한국영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에도 몇차례 개인적인 만남이 있었고 그의 집에 가보기도 했으며 때로는 그의 탁월한 식견에 감탄을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그가 영화배우 김윤석이 나중에 크게 뜰 거라는 예언을 했고 (그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배우였으며 그때 당시 김윤석은 조연 급으로 이름을 알려가는, 그야말로 일반 대중은 거의 모르던 그런 배우였습니다.  아마 엄태웅이랑 나왔던 드라마 부활 (알려주신 분 감사 ^^) 에서 강냉이를 먹는 반장으로 나올 때인 걸로 기억합니다.  그는 한국 드라마까지 섭렵을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의 예언대로 김윤석은 지금은 뭐 확고부동한 위치를 갖춘 배우가 되었지요.  그야말로 인지도가 없던 시절의 김윤석씨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본 것이지요.

웹포토: 영화배우 김윤석


어느 정도 친해지고 나서는 저에게 몇가지 개인적인 부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초기의 한국 영화를 구해달라는 부탁이 그거였었습니다.  하녀를 비롯한 김기영 감독의 영화는 물론 이만희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대라든지 신상옥, 유현목 감독등의 초기 한국 영화 자료들을 구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이곳 미국에서요.  아시다시피 지금은 이런 영화들이 정식으로 그래도 DVD 로 출간되어 있지만 그때만 해도 불법 다운로드를 제외하고는 구할 길이 도저히 없더군요.   별수없이 암흑의 세계를 검색해야 했고 몇개는 구해서 그에게 건네주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영어 자막이 구해지지가 않더군요.  그는 괜찮다라고 하면서 그것도 소중히 생각을 했었습니다 (자막 없이도 한국 영화를 보겠다는 그의 열정이 감사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좋은 관계를 맺은지 한참이 지나 그에게 기쁨에 가득 차 있는 이메일을 한통 받게 되었습니다.  그가 바로 부산 국제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와우..  미국의 소도시에 있는 주립대학교의 미국인 교수 (당시 그는 영화에 관한 강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조교수라는 직함도 받게 되었습니다) 가 한국을 대표할만한 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것입니다.  저는 뭐 제일처럼 기뻤었고 그에게 농으로 이제 너는 장동건도 실물도 볼 수 있고 전도연도 김혜수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너무 부럽다고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김윤석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었는지는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못 물어보았군요.

그렇게 저의 친구는 부산 영화제에 다녀왔고 서로가 바빠서 그 후 이메일 교환도 못하고 연락도 못하고 지내다가 우연히 그의 모습이 담긴 기사 하나를 발견하고 저는 아주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음의 기사입니다.  기사 캡춰화면이며 원문 링크는 여기입니다.

노컷뉴스 캡춰 화면이며 저작권은 노컷뉴스에 있습니다.


위의 기사에서 보시다시피 그는 한국에 가서 애초의 목적인 영화제 참관 및 강연은 물론 한국을 위해 스크린 쿼터 사수 1인 시위를 하고 온 것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스크린 쿼터라는게 할리웃의 자본력에 대하여 한국 영화 시장을 보호하고자 하는 자구책인만큼 대상국가인 미국의 그것도 미국인 영화 교수가 일인 시위를 했다는 것은 정말로 그때 화제가 되기 충분했었습니다.  영화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중에는 혹시 이 분을 기억하는 분도 계실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은 저의 자랑스러운 친구 Robert Cagle 교수를 여러분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 산다는 것은 이렇게 가끔 놀라움을 던져주어 지루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P.S. : 위의 기사중의 사진과 캡션을 보시면 미국 어바나 샴페인대 영화학과 교수라고 되어 있는데 그런 학교는 이곳에 없습니다. ㅎㅎㅎ  일리노이 대학 어바나-샴페인이어야 맞지요. 

웹포토 출처: 
http://extmovie.com/zbxe/movietalk/783165


Posted by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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