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국의 대기업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이고 하루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 보는 일이 거의 다인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그래서 어디 출장을 간다거나 일하는 건물을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어쩌다 그런 기회가 있어 모처럼 바깥 바람을 쓸 기회가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무척 감사하게 수락하는 편입니다.  이 모처럼의 외유에서 일어난 작은 일화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어 정말 오랜만에 몇자 두드려 봅니다. 


제가 일하는 회사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근무하는 특성상 각 지역에서 온 사원들을 위하여 자신의 출신 지역의 특성을 살린 활동과 유대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인의 경우 Korean Resource Group 이라고하여 회사에 근무하는 한국인은 물론 다른 국적의 회사 중역 및 관심있는 외국인 사원들이 함께 참여하여 활발하게 프로젝트등을 개발해서 유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제가 대외홍보쪽 일을 맡아보게 되어 외부의 행사에 회사의 지명도를 넓히기 위하여 참여하려고 노력하는 중에 이번에 미주에서 열리는 미국 거주 한인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제법 규모가 큰 컨퍼런스에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천여명이 넘게 참석하는 이 행사에 제가 느끼기에 반은 한국에서 온 학자들 및 기업인사들 그리고 나머지 반은 미국에 거주하는 연구자들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매년 지역을 바꾸어 가며 하고 있는데 올해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 에서 지난 주 일주일간 열렸었습니다.


워싱턴 DC 는 처음 가보는 곳이 아니라서 지역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나 설레임은 덜하지만 모처럼 5일이나 업무에서 떠나 비행기를 타고 가서 호텔 생활을 하며 지역 식당의 음식을 먹는 것은 저에게는 또 하나의 큰 쯜거움이었기에 참 기쁘게 참석했습니다.


마침 컨퍼런스 개막일 전날 다양한 행사의 일환으로 벌어진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의학연구가 이루어지는 곳이자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이라고 할 수 있는 NIH (National Institute of Health) 방문 견학을 하게 되었는데 어찌나 보안이 심한지 참석전에도 이미 모든 신분 조회를 했어야 했고 이 날도 따로 검색대를 통과하고 제 신분증을 등록하고 조회하는 절차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입장을 위하여 버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차로 온 한무리의 그룹이 보이더군요. 5-7명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속에서 이곳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뜻밖의 인물이 보입니다.  


바로 우리에게는 쓰까요정으로 유명한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었습니다.  지금 한참 국민의당 대표위원 선거 때문에 나름 시끄러운 상황일텐데 어쩌면 이렇게 외부에 나와있는게 속편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그 옆에는 역시 정치인으로 보이는 다른 분들이 계셨는데 나중에 보니 한국에서 이 행사를 위하여 국회의원 여러명과 장관 대리인들이 오셨던 것이었습니다.


NIH 를 견학하는 투어자체는 그 분들과 저희들이 따로 이루어져서 그날 다시 마주칠 일은 없었습니다.  NIH 얘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더하자면 이곳 DP 에서도 여러가지 이유로 전세계에서 제일 큰 의학문헌 관련 데이타베이스인 PubMed 나 NCBI 를 검색하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바로 NIH 가 있는 메릴랜드의 베데스타시의 이곳에 이 데이타베이스들의 서버가 있더군요.  고맙게도 서버실까지도 접근이 관련해서 가까이에서 이를 전세계 의학연구의 중추를 직접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멋진 경험이 되었네요.  


미국에서 연구비를 많이 쓰기로 유명한 NASA 가 연구비로 일년 20조 정도 돈을 쓰는데 NIH 에서 쓰는 연간 예산이 40조이고 이는 NASA 의 두배에 해당하는 금액이자 아마도 미국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쓰는 연구 단체이므로 미국의 의학 연구에 기울이는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20퍼센트 정도를 삭감하려고 하는 것은 함정 ^^).  NIH 다음으로는 같은 날 연이어 NASA 를 방문할 수 있어서 이 비교를 더 선명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쨌거나 5일 정도를 참여하면서 개막식 행사등에서 다시한번 먼발치에서 김경진 의원을 볼 수 있었지만 역시 가까이 할 시간은 나지 않더군요. 한가지 이색적인 것은 미국에서 워싱턴 DC 는 사실상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를 끼고 있는 도시인지라 메릴랜드 주지사와 버지니아 주지사의 대리인들이 이 행사에 참가했는데 메릴랜드 주지사의 경우 부인이 한국분이어서 (토종 한국분 ^^) 이 분이 메릴랜드 주지사를 대신해서 오셨는데 최근에 워싱턴 DC 를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뵈었다고 하시고 매우 한국적인 영어 발음으로 연설을 해주셔서 이채로웠습니다.


회사에서 함께 참여한 동료분께는 여러가지 활동을 기록으로 남기는데 김경진 의원같은 분이랑 함께 한 사진이라도 하나 남겨놓았으면 돌아가서 다른 한국분들에게 뭐라도 흥미로운 기록이 될 것 같아 좋겠다는 얘기를 그냥 잡담으로 하며 그렇게 일정을 마무리하는 듯 했습니다.


마지막 날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 위하여 호텔 앞에서 발렛파킹 되어있는 차를 기다리다가 핸드폰 신호가 잘 안잡혀 일행 분과 좀 떨어져서 길가쪽으로 나가 서있는데 일행분이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일행분이 어떤 분과 함께 제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함께 오는 분은 어랏! 김경진 의원이었습니다.  잠시 이게 무슨 상황인가 어리둥절했지만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고 일단 인증사진을 하나 찍었습니다 (나중에 이 분이 말씀해 주시는데 제 말을 기억해 두셨다가 김경진 의원이 마침 혼자 나가는 순간에 그 분을 붙잡아서 저에게 데려왔다고 하시더군요. ^^)




그 후 나란히 서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한때 민주당 중진이셨던 외가 친척분 얘기를 하니 반색을 하시면서 명함을 꺼내서 주시더라구요.  나중에 보니 핸드폰 번호에서부터 이메일 주소까지 적혀있는 개인용 명함이었는데 자신의 이메일로 Gmail 을 쓰시는게 이채롭더군요.  뭐랄까 대한민국 국회 공식 이메일이 아닌 지메일 주소가 있어서 정말 개인적인 용도의 명함이겠구나 지레 짐작을 했습니다.


그렇게 잠시 정신없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찌나 태도가 공손하신지 깜짝 놀랐습니다.  예전에 제가 만나보았던 국회의원들은 뭐랄까 어깨에 힘이 들어간, 뭔가 대접 받는데 익숙한 그런 분들이 많으셨는데 일면식도 없이 예정에 없는 만남에도 불구하고 제 이야기도 잘 들어주시고 상대를 존중하는 배려가 몸에 배어 있으시더라구요.  청문회 때 보았던 예리함과는 매우 상반된 모습이어서 이채로웠습니다.


그 짧은 이야기 도중에도 저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님이 함께 해주셨던 뉴스포차의 팟캐스트 뉴스포차 이야기를 잠깐했었습니다.  그 프로그램 덕분에 김경진 의원을 외국에 있는 제 주변 분들이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하니 ‘그 프로그램한게 시간이 좀 되었잖아요’ 하면서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시더라구요.


그렇게 잠깐의 대화를 나누고 저희 차가 나오는 바람에 그 분을 보내드렸는데 보좌관이나 주위에 사람 하나 없이 혼자서 일정 소화를 위해서 가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하고 있었을 때는 몰랐는데 같이 가신 동료분이 제가 대화하는 것을 찍어서 보내주었는데 바로 김 의원이 제 이야기에 빵 터져서 웃고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어랏?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저조차 생소한 장면이라 어떤 순간이었나 기억을 거슬러보니 어떤 대화를 나누던 장면인지 바로 생각이 났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짧은 대화 때문이었습니다.


샴페인: 요즘 국민의당 돌아가는 상황이 많이 깝깝하시죠? 

김경진 의원: 죽겠습니다!!


누구 때문이라고 구체적인 이름을 적시하지 않은 대화였지만 말하는 저나 답하는 의원님이나 매우 함축적인 대화로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던 그런 순간이었고 그 짧은 순간에 공감이 이루어져 아마도 저렇게 빵 터졌었던 같습니다.  이 사진을 보니 예전에 지인이 좋아하시는 바람에 (물론 저도 팬인) 왕년의 아이돌 가수 이지연씨를 아틀란타까지 가서 만나서 대화를 나누던게 찍혔던 기억도 함께 나는군요 (이곳에도 소개한 적이 있어 혹시 기억하는 분이 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억속의 우상 그녀를 만나다사진 클릭하시면 이지연씨 만나뵌 글로 이동합니다



그게 금요일 밤의 일이고 어제 토요일에 비행기를 타신다고 했으니 지금은 김경진 의원 한국으로 돌아가셨겠군요.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미국에 있는 과학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은 기회가 있었다면 미국에 있는 과학자들의 애환과 건의가 전달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사실 이번 컨퍼런스에 과거에 장관을 하시고 한때는 대통령 후보까지 하셨던 원로 정치인 한분이 오셨었는데 저희 분과 발표장까지 오셔서 이런 저런 개인의 의견을 제시하며 저희와 얘기를 나눴던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거든요 (물론 그분께서 조금은 뜬금없는 정권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셔서 저희랑 생각이 많이 다르시구나 하긴 했었습니다)


사실 저는 미국에서도 아주 작은 도시에 살고 있어 알려진 사람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대도시인 서울에 살 때보다도 더 많은 유명인들을 이곳에서 직접 만나볼 기회가 있었던 것은 개인적인 큰 행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비록 국민의당이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요즘이지만 청문회에서 정말 날카로운 표정을 보여주시고 개인적으로는 무척 배려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김경진 의원의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작으나마 기대를 걸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별것 없는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께도 감사합니다. ^^






Posted by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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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존경하는 분이 있습니다. 롤모델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분이십니다.  누구에게나 존경하는 분이 있겠지만 저에게는 존경하는 분은 반드시 생존해 계셔야 한다는 그런 우스광스러운 철칙이 있었습니다.  같은 공간과 시대를 지나며 배움을 가질 수 있어야만 한다는 어설픈 이유에서이죠.  사실 존경하는 분은 총 4분인데 한분이 2년전에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 철칙도 깨져버렸습니다만은..  ^^;;

그 존경하는 분이 한 여성 가수를 참 좋아하셨더랩니다.  여러분들도 어쩜 아실 수 있는 그 이름 가수 이지연씨입니다.  오래전 어느날 이 분이 가수 이지연씨의 근황을 저에게 물어보셨었습니다.  그리 심각하게 물어보신 것은 아니셨었는데 아마 이지연씨가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러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우찌 알겠습니까, 이 큰 미국 땅덩어리에서.. ^^  저라면 알거다라고 생각을 하셨었던거라고 믿고 있습니다만.. ^^;;

존경하는 그 분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저는 결국 이지연씨의 팬카페까지 가입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뿔싸 등업을 해야지만 근황 사진을 볼 수가 있더군요. 가입인사와 시덥잖은 댓글 몇개로 힘겹게 등업을 받고 드디어 그녀의 몇년전의 미국에서의 일상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그 분께 보내드리면서 홀로 뿌듯했던 것도 벌써 몇년이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녀가 아틀란타라는 도시에 사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저에게 미국의 죠지아주 아틀란타라는 도시는 언제나 그 가수가 사는 도시로 제일 먼저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제가 회사에서 아틀란타로 출장을 갈 일이 생겼습니다.  출장이 결정되자마자 제 머릿속에는 오랫동안 혼자 생각해왔던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존경하는 그 분에게 그 분이 좋아하는 가수에게 직접 동영상 메시지를 받아서 선물로 드리자!! 이거였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짓을 저지른 경험이 있습니다.  LPGA 골프선수 박지은을 열렬히 좋아하는 캐나다인 친구에게 박지은 선수를 만나서 그녀가 직접 보내는 메시지를 동영상으로 따다가 준 적이 있었거든요 (이곳에 글로 소개를 한적도 있습니다.  나의 부탁을 들어준 스포츠 스타라는 글입니다) 그때 감격해 하던 그 친구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원래 저의 출장 스케쥴은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입니다.  거리가 있는 만큼 비행기를 타고 가야합니다.  회사측에 얘기해서 월요일 새벽 대신에 토요일 새벽에 떠나겠다고 양해를 구합니다.  물론 5년 정도 방문하지 못했던 아틀란타의 지인들을 주말 이틀에 걸쳐 만나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지만 역시 메인 이벤트는 이거였습니다. ^^;;

모든 일이 순조로이 진행되어 토요일 새벽에 아틀란타 공항에 도착을 했고 지인 한분께서 공항에 나와 픽업을 해주시고 오랜만에 뵙는 분들과 하는 점심은 정말 꿀맛같았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아틀란타는 현재 제2의 골드러시라고 불릴만큼 LA 에 이어 미국에서 한국인들이 집중되는 지역인만큼 한국 사람들이 살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환경이 갖추어져 있고 아틀란타에서 먹는 한식은 한인들에게 미국 제3의 도시라고 불리우는 시카고의 그것보다도 훨씬 훌륭했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자고 즉시 준비했던 프로젝트의 수행에 착수를 했습니다.  다행히 저의 설명을 들으신 아틀란타의 지인분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기로 했습니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연예인 만나보겠다고 하는 일이 참 한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의 이런 엉뚱한 면을 잘 이해해 주신 덕분에 토요일 오후를 그녀를 만나는 일에 투자하기로 합니다.  다행히 이미 인터넷을 통하여 오랫동안 호텔 요리사로 일하고 있던 그녀가 개인적으로 식당을 개업해서 나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고 그 식당의 주소도 이미 손에 넣고 있었습니다.  한가지 참 뿌듯했던 것은 미국에서 식당의 평에 관한 한 가장 정보가 많고 일반인들의 평이 제대로라고 알려져있는 Yelp.com 에서도 그녀의 식당은 엄청나게 좋은 평가를 얻고 있었습니다.

막상 찾아가기로 결심을 하고 나니 한가지 걱정이 생겼습니다.  과연 그녀는 내가 가는 시간에 일하고 있을까? 왜냐하면 한국의 경우를 보면 유명인이 경영하는 식당의 경우 유명인의 이름을 걸어놓을 뿐이지 그 사람을 보기란 쉽지 않기 떄문이어서 그렇습니다.  또한 있다고 한들 만나볼 수나 있을까?  주방에 있을텐데...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오... 그녀가 있답니다... 그런데 몹시 바쁘답니다.  온다고 해도 만난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답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있다는 사실에 안도를 하고 그래도 비교적 한가하리라 짐작되는 3시 30분경을 전후해 도착하기로 합니다.  차편을 제공해 주시고 운전까지 해주시는 지인은 예전에 그녀의 전남편과 같이 일해본 적이 있다고 혹시라도 개인적인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 이리저리 연락하는 수고를 해주시기도 하여서 참 감사했습니다.  이 지인 분도 오랫동안 온라인으로 알고 지내다가 실제로는 처음 뵙는 분이고 저보다 연배도 높으신 분인데 저의 발이 되어주시고 자택까지 숙소로 제공해 주시는 데다가 이런 엉뚱한 일까지 함께 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식당은 일반적인 한인들이 많은 곳도 아니고 식당가들이 몰려있기로 유명한 곳도 아닌 전혀 동떨어진데 있었습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어 찾아가는데 토요일 낮의 교통체증을 뚫고 한참 달려간 곳은 부동산 업을 하셨던 지인조차 참 뜬금없다고 하는 그런 곳에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지나치기도 했었습니다.  네비로 찾지를 못해 좀더 정확한 지도를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구글 지도를 이용하여 드디어 찾아내고야 말았습니다.  식당은 예상보다는 크기가 작았고 참 멋져 보이는 아파트들 사이에 살짝 숨어 있었습니다.

내가 기획하였던 일을 성공할 수 있을까 깊게 한숨을 쉬고 들어서자 서빙을 보는 분이 "지연을 보러 왔느냐?" 라고 먼저 물어보아서 놀랐습니다.  제가 했던 전화를 기억하거나 나처럼 찾아오는 한국 사람이 또 있거나 둘 중의 하나였을 것입니다만 차마 물어볼 마음의 여유가 그때는 없었습니다.

오..오..오..

뻥뚫린 아주 커보이지는 않는 주방안에는 3명의 요리사가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혼자서 하얀 옷을 입은 그녀가 요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바베큐 전문 식당인데 맛있게 고기를 재우기 위하여 열심히 국물을 내고 이를 저으며 고기를 재우는 일을 하는 그녀가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얼굴마담이 아닌 진짜 요리사였습니다.  그야말로 제대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빤히 바라보는 저와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목례를 하고 다시 일에 열중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녁용 요리를 준비하는 모양입니다.  그날이 토요일이었으니 무척 바쁜 저녁을 준비하는 것이겠지요.

이를 어쩌지..

일단 음료를 하나 가져다 테이블에 놓고 홀짝 홀짝 지인분과 나누어 마시며 그녀가 한가해지기를 기다렸습니다.  참 신기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 전 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지금의 소녀시대 못지 않은 인기를 구가하던 그녀가 이제는 중년이 되어 늙수구레한 자태를 자랑하는, 그녀를 보겠다고 주책없이 찾아 온 아저씨 앞에서 열심히 저녁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다행히도 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서빙을 보는 친절한 흑인 아가씨에게 전달받은 그녀가 손을 쓱쓱 훔치며 나옵니다.  오...  나름 유명인을 많이 만나봐서 별로 감흥이 없을거라는 제 예상과는 달리 이곳에 온 목적을 설명하는 저는 살짝 떨고 있었습니다.   훗...

"제가 존경하는 분이 있습니다.  저보다 열살 위이신데 부족한 것이 없는 분입니다.  그런 그 분에게 그 분이 좋아하는 당신의 메시지가 담긴 동영상을 담고 싶어서 이렇게 일리노이주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라고 또박 또박 설명을 했습니다.  그녀는 다행히도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지만 아쉽게도 비디오만은 곤란하다는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몇번 간곡히 부탁을 했지만 그녀는 참으로 정중하게 난색을 표했습니다.  이해가 됩니다.  연예계를 비공식적으로 은퇴한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간간이 주목을 받는 그녀이기에 그럴수 있다고 이해가 가더군요.  그 대신에 그녀가 먼저 제안을 합니다.  그 분께 가는 메시지를 적어주겠다고.. 사실 개인적으로 연예인의 싸인을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만 (시간 지나고 나면 어디 갔는지도 모르게 되는게 싸인이더군요 ^^) 그래도 빈손으로 갈 수는 없기에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존경하는 분의 성함을 말씀드렸더니 멋지게 싸인을 하여 주었습니다.

마침 그녀도 휴식시간이었는지 주방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았고 그녀와 서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습니다.  걷어올린 그녀의 팔뚝에는 여기 저기 데인 자국이 눈에 띕니다.  바베큐 식당에서 큰 팟이나 들통을 다루다 보면 충분히 생길 수 있겠다 생각이 드는 요리사의 훈장입니다.  이제 그녀에게서는 다른 연예인에게 볼 수 있는 후광은 없었지만 아이라인 하나와 살짝 립스틱이 바른 것외에 아무 화장도 안한 그녀는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거기다가 상냥하고 격의없이 얘기해 주시는 모습은 브라운관에서의 모습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식당에 서서 나누던 이야기가 식당 밖에 나가서 하는 이야기로 이어졌고 같이 간 지인분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저는 안으로 들어와서 같이 일하는 종업원 두분에게 그녀가 얼마나 한국에서 인기있는 가수였나를 침이 튀도록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들이 나에게 그녀의 상냥한 인간성을 열을 내어 칭찬하는 것을 들으면서 참 흐뭇했었습니다.

이렇게 얼굴만 보고 갈 수 없어 그녀에게 직접 추천을 받아 그 식당에서 가장 맛있다는 조합으로 돼지 바베큐를 take out 을 했습니다.  마침 하룻밤을 신세를 지는 지인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가지 않았던 터라 이렇게 저녁이라도 대접하고 싶었거든요.  조곤 조곤 음식에 대해 설명하는 그녀에게서는 왕년의 스타가 가질 수 있는 회한의 향기 따위는 전혀 없었으며 진솔하게 자기 식당의 음식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여 설명하던 그녀에게서 자신의 음식에 대한 프로의 애정이 느껴져서 정말 좋았습니다.

인기 가수에서 요리사로 변신해 성공적인 길을 가는 그녀에게 어줍짢게도 저는 저도 그렇게 인생의 전환을 가져봐서 얼마나 힘든지 안다는 구태의연한 이야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주제넘은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얘기를 열심히 들어주면서 대화를 해주었던 그녀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나중에 지인 분의 집에 돌아와 먹어본 그녀가 직접 만든 돼지 바베큐와 고구마 샐러드, 그리고 Brunswick 이라고 명명된 수프는 정말로 최고였습니다. 그녀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 아니라 제가 미국에 와서 먹어본 돼지 바베큐 중 테네시주의 채터누가시에서 먹었던, 미국 대통령이 즐겨 찾는다는 Sticky Fingers 의 그것보다도 월등히 훌륭했습니다.  나중에 Yelp 의 일반 회원 리뷰를 꼼꼼히 읽어보니 아틀란타에서 가장 유명한 Fat Matt 이라는 식당의 음식보다, 혹은 텍사스 주에서나 맛볼 수 있는 바베큐보다도 훌륭하다는 평까지 있어서 저를 즐겁게 했습니다.

이렇게 맛이 있고 인터넷 평이 호평 일색인 식당이니 분명 식당은 대박일 것이고 그녀의 요리사로서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바쁜 토요일 오후의 자투리 시간에 그녀를 보겠다고 달려와서 무리한 부탁을 했던 한 팬에게 대해주었던 그녀의 따뜻한 마음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녀는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녀의 건투를 빕니다.

P.S. : 이러한 종류의 글은 역시 인증샷이 없으면 의미가 없겠죠? 그녀를 단독으로 찍은 사진이 있지만 아쉽게도 잘 나오지가 않아서 같이 간 지인이 찍어준 저와 함께 한 사진을 올립니다.  본의아니게 저도 같이 인증하게 되었는데요, 모자이크를 하자니 그것도 이상하여 그냥 올립니다.  양해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P.S. 2 : 아래 사진은 제가 한참 이지연씨와 담소를 나눌 무렵 지인이 찍어주신 사진입니다.  제 얘기를 열심히 들어주던 그녀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있어 보고 있으면 참 감사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사진입니다.

 


 

Posted by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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