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이미 방문해 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사는 도시는 마국 중부에 있는 쌍동이 도시로서 두개의 자그마한 도시가 나란히 붙어있는 데요, 두 도시 합쳐서 인구가 10만 정도 밖에 안되니 소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가끔 제가 사는 곳에 방문해 주시는 손님 분들께 대학교 타운인만큼 대학교도 보여드리고 이곳 저곳을 모시고 다니는데 그 중 빠뜨리지 않고 보여드리는 고등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동네에 있는 그 학교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이 학교의 이름은 University Laboratory High School, 한국말로 굳이 직역 하자면 ‘대학 실험 고교’라고 할까요? 좀 더 유연하게 한국식으로 해석하자면 ‘대학 부속 고등학교’ 정도가 맞겠네요.  여기서는 유니하이 (Uni High)라고 부르는데 저도 그렇게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


[ University Laboratory High School (사진: Wikipedia) ]


먼저 위치가 절묘합니다.  유니하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도 제일 잘 나간다는 공대 한가운데 딱 박혀 있습니다.  한국에도 대학 부속 고등학교들이 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기억하기에는 그들 중 어느 곳도 대학 캠퍼스 중심에 대학교 건물과 함께 위치하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 학교는 제가 학위를 마친 과건물 옆에 나란히 위치해 있어서 학생 시절에 매일 보고 지나치던 곳이었습니다.


이 학교는 공립학교 입니다.  제가 사는 도시의 모든 공립 고등학교는 지역 교육청에 반드시 소속이 되어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만 특이하게도 이 학교만 교육청에 소속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덕분에 토지세라든지 교육세로부터 분배되는 재정을 전혀 지원받지 못합니다.  주 정부에서 학생 머릿수로만 따져서 교육기관에 지원해 주는 돈이 유일한 재정적 지원인데 이 액수는 사실 굉장히 미미합니다.  대학 부속 고등학교이면서도 모학교라고 할 수 있는 일리노이 주립대학과도 1980 년에 재정적 지원관계에서 독립을 해버렸습니다.  대학이 끊었는지 학교에서 끊었는지는 제가 모르겠지만 납득이,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음성을 켜놨는데 들리시나요? ^^).  이 학교에서 밝히는 주요 재정 수입은 학부형들의 자발적 기부금과 졸업생들의 기부금입니다.


이 학교는 공립학교이면서도 시험을 봐서 입학을 해야 하는 학교입니다. 흔히 미국 대학시험으로 잘 알려진 SAT 의 한단계 아래 시험인 SSAT 라는 시험을 봐서 점수를 제출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삼성 그룹 입사시험이 SSAT 라고 한다죠? ^^ 이 나라 미국에서는 시험쳐서 들어가는 고등학교들이 요구하는 시험이 SSAT 입니다.


여기까지 말씀드리면 시험쳐서 성적순으로 들어가는 대학 부속 명문 고등학교인가보다 라고 생각을 하실 겁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셨습니다.  특이하게도 시험 성적이 아주 우수한 학생들도 우수수 떨어집니다.  주변에 아는 분 자녀가 지원을 했는데 SSAT 성적이 99% 로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상대평가하는 시험들은 점수가 아니고 퍼센트로 성적이 나오는데 99%라 함은 미국 전체 상위 1%에 해당하는 SSAT 점수로서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최고 점수입니다. 그런데 똑 떨어졌습니다.  시험 성적 이외에도 입학 원서에 아주 짧은 작문(에세이)를 6개를 써야하고 봉사활동이라든지 특별활동들도 중요한 변수로 입학 사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이한 것 하나는 한국/중국/인도 학생들의 수가 시험을 쳐서 들어가는 다른 학교들에 비하여 현저하게 낮다는 것입니다.  미국에 사시는 분들은 한국인 인구가 많은 곳의 소위 말하는 명문학교의 한국학생 혹은 인도/중국 학생들의 비율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부모들의 교육열 덕분인지 미국의 명문학교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합니다.  그런데 이 학교는 일부러 조절을 하는지 모르지만 이들 아시안의 비율이 매우 낮습니다.  한 학년이 60명에서 65명 정도 되는데 남여가 딱 반반이고 한국학생의 경우 매년 입학생이 1명 혹은 2명이 고작입니다.  이 동네에서 소위 공부깨나 한다는 한국학생들 뿐만 아니라 가능한 나이에 있는 거의 모든 한국 학생들이 지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학교에 한국 학생이 달랑 한 학년에 1-2명 정도입니다.


이 작은 동네에도 소위 엄친아라는 소리를 듣는 공부 잘하고 특별활동 많이 하고 여러 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있어 학부형들 사이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학생들도 줄줄이 입학에 고배를 마시곤 합니다.  한마디로 입학 사정이 어떻게 학생을 가리나 궁금할 지경입니다.  그래서 매년 그 나이 또래 혹은 자녀 교육에 관심이 있는 모든 학부형들에게 올해의 유니하이 입학생이 누구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정도입니다.


또 한가지 재밌는 것은 미국의 고등학교가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4년제로 되어 있는데 이 학교는 5년제입니다.  미국의 교육시스템을 K-12 라고 부르는데 이는 Kindergarten (유치원) 에서 12학년 (고3) 까지를 아우르는 말입니다.  일반 고등학교는 Freshman (신입생, 9학년), Sophomore (10학년), Junior (11학년), Senior (12학년) 으로 나누어 지는데 이 학교는 Sub-Freshman 이라고 신입생 밑에 한 학년이 더 있습니다.  약칭 써비 (Subbie) 라고 불리우는 7학년과 8학년을 아우르는 학년이 있습니다.  아우른다는 의미는 이 학교에 지원시 6학년, 7학년 학생이 동시에 sub-freshman 으로 지원할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어떤 6학년 학생은 바로 8학년으로 월반 지원도 가능다는 얘기죠.


“그래서 어쩌라고~~ “ 라는 이야기 나오기 직전이시죠? 이제 몇가지 저에게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서입니다


학부모나 졸업생의 기부금으로 운영이 된다고는 하지만 사실 미국도 모든 사람이 기부금에 적극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부호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도 아니고 실제로 이 학교에서 이번에 발표한 통계를 보면 현재 재학생의 학부형의 경우 28% 정도만 기부를 하고 있으며 기부액수도 학교가 권장하는 일년 $2100 에서 많이 못 미치는 실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참고로 미국의 공립학교는 수업료가 없으며 저희 동네의 사립학교의 경우 일년에 $6000 정도 하니 사립의 3분의 1 수준 정도의 기부를 현 재학생의 학부모에게 학교에서 권장한다고 하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시작해서 올해까지 2년간 학부형들을 깜작 놀라게 할 일이 하나 벌어졌습니다.  학교에서 신입생 전원에게 Lenovo 사의 ThinkPad 노트북 컴퓨터를 지급한 것입니다.  당연히 새 제품이며 쓸만한 스펙의 무게도 가벼운 노트북 컴퓨터를 작년 그리고 올해 그리고도 앞으로도 쭈욱 모든 학생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입니다.  학교내에는 행여 고장내는 학생들을 위한 수리 전담원도 생겼고 분실이나 고장의 경우 교체도 해줍니다.  예전에 뉴스로 캘리포니아에서인가 학생들에게 아이패드를 지급할까 계획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입학하는 학생 모두에게 새 노트북 컴퓨터를 지급하는 일은 미국 전체에서도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 이 동네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일이었습니다.   미국에 계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국의 공교육 예산이 많이 삭감이 되어서 특수교육 교사들도 없어지고 예체능 수업도 줄어들고 여러모로 암울한 소식들이지만 저희 동네 작은 학교가 그렇다니 참 놀랄 일이었습니다.  



아마도 DVD 를 통하여 각종 뮤지션의 라이브 실황을 즐겨들으시는 분들은 VH1 Divas Live 라고 머라이어 캐리/셀린 디온/글로리아 에스테판/아레사 프랭클린/캐롤 킹 등 전설적인 여성 아티스트들이 함께 한 DVD 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리고 그 2탄으로 휘트니 휴스턴/티나 터너/쉐어 등이 가세했던 Divas Live 99’ 도 연이어 떠올리는 분도 계실 겁니다.  이 컨서트가 바로 미국 공교육에서 특히 음악교육 예산의 삭감에 반대해서 그 기금을 모으기 위한 행사일만큼 미국의 공교육 예산은 줄어만 갑니다. 물론 선생님들 월급도 형편없어 제가 이곳에서 대학원생을 하던 시절 받던 생활보조금보다도 대부분의 교사들이 월급이 더 작았으니까요 (미국의 교사들은 방학동안에 월급이 나오지 않아서 다른 곳에서 알바를 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기말이면 자기 반 학생들에게 혹시 Tutor (개인교습)을 받을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는 담임선생님의 모습은 그리 보기 어렵지 않습니다).


뭐 노트북 컴퓨터를 주는 것 쯤이야 미국의 재정이 넉넉한 비싼 등록금의 사립학교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 학교를 소개해 드리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소도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3명이나 나왔다는 것입니다.  경제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이름을 들어보셨을 제임스 토빈 (노벨 경제학상 1981) 을 위시하여 필립 스미스 (노벨 물리학상 1977), 해밀턴 스미스 (노벨 의학상 1978) 등 3명의 수상자를 배출하였습니다.  또한 미국 언론계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퓰리쳐상 수상자도 배출했으며 (죠지 윌, 1977)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잘 아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난징대학살을 고발한 베스트셀러 작가였으나 36세에 자살한 ‘난징의 강간' 의 작가 아이리스 창 역시 이 학교 출신입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와도 연관도 있죠. 제가 이전 포스트 “미스 아메리카 진을 만나다” 라는 글에 등장하는 미스 아메리카 에리카 해롤드 역시 이 학교 출신입니다.  



Erika Harold[ Miss America 2003 - Erika Harold ]



유니하이 학교 학생들이 누리는 아마도 가장 큰 혜택은 일리노이 주립대학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대부분 똑같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일단 이메일 주소가 일리노이 주립대학 학생들과 같고 학교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 및 학교의 도서관 시설을 모두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으며 상급학년에 올라가서는 대학교 과목을 미리 수강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리노이 주립대학으로 진학시 3년만에 조기 졸업도 가능합니다.  등록금 비싼 미국에서 이건 정말이지 큰 혜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학부 수업 들을 때 강의실 한쪽에 앉아있던 정말 고등학생 같아 보이는 학생들이 누구지? 했었다가 나중에 유니하이 학생들이라는 것을 알고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놀라웠습니다.  이 자그마한 도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가 그렇다고 해서 무지막지한 등록금을 자랑하는 것도 아닌데 (미국 동부의 기숙학교들의 등록금은 대학교보다 비쌉니다) 이렇게 많은 인재들을 배출하고 재정적으로 건실하게 유지해 나가는 모습이요.  제가 듣기로는 뭐 미국 50대 공립 고등학교에 뽑혔다 하는 소문도 있었는데 (미국의 공립 고등학교는 3만개 정도 됩니다) 이런 고등학교들의 랭킹을 매년 발표하는 US News & World Report 에는 이 학교가 아예 등재되어 있지가 않구요 (아마도 교육청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탓인 것 같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이자 유니 하이가 가지고 있는 공식적인 기록이라면 미국 전체에서 졸업생 숫자 대비 노벨상 수상자가 가장 많은 학교 1위입니다.


매년 이 동네의 학부형들은 올해에는 어떤 학생들이 들어가나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데 입학한 학생들을 보면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단지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또한 졸업생들의 명문학교 진학율도 특별히 따로 발표하지 않기에 대학 입학에 최적화된 학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참고로 미국에는 College Prep High School 이라고 소위 대학진학에 최적화된 한국식 명문 고등학교들이 꽤 있습니다.  미국 고등학교 랭킹의 상위에는 대부분 이런 학교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서 설명한 이유 때문에 일리노이 주립대학으로 진학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이 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학생들이 개인의 사물을 보관하는 사물함을 모두 잠그지 않고 열어놓는게 전통이라는 것이 색달랐습니다.  직접 보니 정말 개인 사물함들이 잠겨있지 않음은 물론 활짝 열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건의 도난사고도 없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던게 이채로웠습니다.  아, 물론 이 학교는 외부와의 문은 잠겨 있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 이야기는..  그져 저에게 수업료도 내지 않는 공립학교로서는 조금 특별하게 여겨져서 소개해 본 것인데 여러분에게는 어떠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이 학교가 미국에서 누구나 알만한 전국구 레벨의 유명한 학교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저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졸업생 숫자에 비하여 가장 많은 노벨상을 낸) 학교가 겨우 이만한 크기의 도시에 있다는게 저에게는 참 경이로웠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글로써 소개하고 싶은, 학부형들의 주머니나 세금이 아닌 졸업생들의 기부금으로 멋지게 운영되는 초/중/고등학교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마무리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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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국에서 만13살이었을 때는 중학교 2학년이었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라고 하면 초등학교(국민학교)를 갓 벗어난 아주 어린 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 딸아이는 같은 나이에 본의 아니게 고등학생이 되어버렸습니다.


미국의 고등학교 시스템을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4년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9학년을 freshman, 10학년을 sophomore, 11학년을 junior 그리고 12학년을 senior 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번에 딸아이가 입학하게 된 공립학교는 freshman 아래에 subbie (써비) 라고 부르는 sub-freshman 이 하나 더 있습니다.  즉 5년짜리 고등학교가 되는 셈이지요.  이름도 University Laboratory High School 이라고 약칭 유니하이(Uni High) 라고 부르는, 한국식으로 굳이 명칭을 붙이자면 '일리노이 주립대학 부속 고등학교' 이니 고등학교가 맞습니다만 월반은 아니고 1년이 더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셈이지요. ^^


University Laboratory High SchoolUni High 전경 - 뒷쪽 유리건물이 아빠가 공부하던 Siebel Center ^^


그동안 사립학교를 다니다가 SSAT (Secondary School Admission Test) 라고 미국에서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시험으로 유명한 SAT 의 전단계 버젼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시험을 따로 치루고 응시하여 이 공립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SSAT 와 SAT 는 주관사가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딸아이 자신이 학교 분위기가 바뀌기를 원했고 여러모로 많은 혜택과 기회가 있는 학교로 유명한 곳인만큼 지원하는 것 자체에 대하여는 저희 내외가 말리지 않았으나 입학이 가능하리라고는 정말 꿈엔들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합격 통지서를 받았을 때는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지원원서도 들여다 본 적이 없고 지원서에 써야 하는 6개인가의 에세이를 구경조차 못했었기 때문입니다.  순전히 혼자 힘으로 지원해서 그래도 나름 경쟁률이 높다는 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오히려 우리 부부가 딸아이를 다시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딸아이는 특별한 면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거든요.  심지어 SSAT 점수조차도 이 학교에 지원하는 날고 기는 학생들에 비해서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요 (지금도 우리 부부는 도대체 학교에서 이 아이의 어떤 면을 보고 뽑았을까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


제가 학위를 받은 학과 건물이 위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바로 Uni High 옆에 나란히 위치하고 있어서 그 옆을 10년을 넘게 지나치면서도 단 한번도 내 자녀가 이 학교의 학생이 되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만 이 작은 도시에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계실 때마다 학교 투어의 일환으로 이 학교를 소개해 본 적이 있을 뿐이니까요.  보통 한 나라에서도 과학 분야의 노벨상이 나오기가 그리 쉽지 않은데 이 작은 도시의 공립 고등학교에서 노벨 의학상, 경제학상 및 물리학상 등 3명의 수상자가 나온 데다가 퓰리쳐상 수상자까지 배출했으니 명문 고등학교에 관심이 많지 않은 한국에서 오신 지인들에게조차 이 학교를 소개할 때마다 '오~~' 하는 탄성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유니 하이는 학생수 대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학교이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딸 아이는 이 학교의 '써비'가 되어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공립이니 수업료도 없고 (하지만 학교 재정 탓에 학부모님들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기부를 권유하긴 합니다 ^^) 일리노이 대학과 연계되어 있는 탓에 학교의 도서관 및 각종 시설들도 이용이 가능하고 심지어 이 대학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학생들과 이메일 주소도 같습니다.  즉 @illinois.edu 라는 이메일 계정을 소유하게 된 것이지요.  어느면에서는 아빠와 동문이 된 것입니다.


일전에 이 블로그의 '미스 아메리카 진을 만나다' 글에서 소개해드렸던 이 동네에서 유일한 미스 아메리카로 뽑힌 에리카 해롤드 (Erika Harold) 양과는 이제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고등학교도 동문이 된 셈입니다.  딸아이와 에리카 양이 함께 만나서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말입니다.


에리카 해롤드와 함께 한 딸아이


이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딸아이는 새로 바뀐 학교 분위기와 친구들을 무척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물론 모든 신입생들에게 최신형 ThinkPad 노트북이 전원에게 한대씩 무료로 지급되어 더욱 즐거워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직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가 없는 딸아이에게 본인 전용의 노트북을 하나 사줄까 고려하고 있던 저로서는 큰 돈 굳은 셈이 되어서 얼마나 가계에 보탬이 되는지 모릅니다.  ^^


어린나이에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것, 많은 우수한 아이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 좀 안쓰럽기도 하지만 Class of 2018 (미국에서는 동기동창을 이렇게 졸업연도로 호칭합니다) 의 유일한 한국인이 된 딸아이가 고등학교 생활을 멋지게 잘 해나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합니다.


아마도 2013년에 일어난 저희 가족에게 가장 놀라운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딸아이가 유명한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과 고교 동문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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