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부의 말씀 Disclaimer]: 이 후 기술되는 글은 특정 자동차 업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며 또한 해당되는 특정 차종의 전체적인 문제에 대하여 언급한 글도 아닙니다.  오히려 차량의 경고를 무시하고 안일하게 대처했던 한 사용자의 자기 반성이며 이 글로 인해 관련업체에 근무하거나 해당 차종을 운행하시는 분들에게 불쾌감을 주려는 의도 역시 없음을 밝혀드립니다. 아무쪼록 너른 이해 있으시기 바라겠습니다.


저에게는 약 26만 킬로를 운행했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있습니다.  이곳 미국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도요타 사의 프리우스 차량이며 9년 2개월동안 운행하면서 빼어난 연비로 많은 돈을 절약해 주었고 단 한번의 기계적인 결함이나 고장이 없어서 참으로 만족했었던 차입니다.  그러나 22만 4천킬로를 뛰고난 후에 하이브리드 차에서 엔진이나 다름없는 동력 배터리 팩 중 한개가 수명이 다해서 직접 교체한 적이 있습니다. 그후 25만 6천킬로를 뛴 후에 두번째 배터리 팩의 수명 문제로 다시 교체한 적이 있습니다. 이 두번의 수리는 이 블로그에도 간단히 기술을 했기에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이렇게 두번의 배터리 교체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어쩌면 제가 한국 사람 중에는 프리우스 배터리 수리에 관한 한 정말 많이 알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교만한 생각을 품기도 했습니다. ^^ 인터넷 상에도 프리우스 배터리 자가교체에 관한 한글 자료를 발견할 수 없었고 두번의 제법 큰 수리를 통하여 정말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배터리 교체라는 단어에서 시동용 12V 배터리를 교체하듯이 간단한 작업이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차량 뒷부분의 좌석 및 트렁크를 모두 다 들어내는 대공사이며 자동차 제작사가 개별적 배터리 교체를 할 수 있도록 하지 않은 탓에 50Kg 에 달하는 배터리를 완전히 분해하여 그 안에 든 28개의 배터리 팩을 재배열 하고 교체해야 하는 제법 난이도가 있는 작업입니다. 또한 200 볼트가 훌쩍 넘는 전기와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에 많은 주의를 요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그래도 공학과를 졸업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으로 수많은 자료를 읽고 행한 작업이기에 나름 훌륭하고 안전하게 두번의 교체작업을 끝냈습니다. ^^

 

그러다가 올해 초에 다시 배터리 경고등이 올라왔습니다.  

 

"이런, 또 교체해야 하는거야?"  

 

이미 두번의 경험을 했기에 그냥 귀찮은 일 한번 더 해야 한다는 정도의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작년말에 저희 집에 오셨던 전기 관련 전공하셨던 지인분께서 배터리라는게 그렇게 간단한게 아니기에 앞으로 계속해서 하나씩 고장날 거다라는 예언이 정확히 들어 맞았던 것입니다. 나름대로 저는 이런 과정을 방지하려고 신경을 써서 배터리를 교체하고 제가 직접 제작한 허접한(^^) 장비들을 이용하여 배터리 간의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수준에서의 일이었던지라 미홉한 부분등이 많았던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앞으로도 자꾸 고장날 것을 대비해서 이번 기회에 통채로 배터리를 교체할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랑 아내는 이 차를 45만 킬로 이상 타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미국에서 프리우스 2세대의 전체 배터리 가격은 세금을 포함하지 않고 $2,588.67 (약 305만원) 이고 세금을 포함하고 수리비 (인건비) 약 70만원을 포함하면 4백만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 일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높은 연비로 절약한 돈이 훨씬 큰데다가 앞으로도 최소한 20만 킬로 이상을 더 탈 수 있다는 생각에 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히기도 했습니다.

 

여기 저기 딜러들을 접촉하면서 순정 배터리를 좀 더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연구도 해보고 도요다 정품이 아닌 써드파티에서 나온 백만원 이상 싼 품질 보증이 되는 재생 배터리는 어떨까 관련 자료도 찾아보고 실제 리셀러들에게 전화해서 가격을 일일이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두번이나 수리를 했었고 정확히 어디가 문제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고가 나올 때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단돈 2만 5천원짜리 블루투스 OBD2 스캐너를 통하여 차량의 체크엔진 (check engine) 경고를 리셋해가며 차에 더 이상 무리가 가지 않도록 꼭 필요할 때에만 살살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음 급하지 않게 여기 저기 가격 체크도 하고 살살 차량운행도 하고 있었는데 사건이 터진 것은 3월 초로 기억합니다.   축구 연습을 마친 딸아이를 데리고 어둑해져가는 길거리를 달려 큰 사거리에서 신호등이 바뀌어서 전진하려고 하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빵!!!!!!!!!!!!!!!"

 

딸아이와 저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고 파랗게 질린 딸아이의 첫마디가 저의 귀를 때렸습니다.

 

"아빠, 이 것 우리 차에서 난 소리 맞지????"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배터리가 터졌구나.   마치 뒷자리에서 폭죽 하나가 터진 소리가 났기 때문입니다.  즉시 비상등을 켜고 아직도 시동이 꺼지지 않은 차를 몰아서 일단 교차로를 지나쳐서 길거리에 차를 댔습니다.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집까지는 겨우 3-4 킬로, 그냥 살살 몰고 갈까?'

'아니야, 하이브리드 차가 불도 난다는데 화재에 휩쌓이면 어쩌지?'

'아이고 미리 배터리를 갈 걸...'

 

그러나 정작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겁에 질린 딸아이를 달래는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차안에서는 매캐한 탄 냄새도 나기 시작했습니다.  더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바쁜 퇴근시간의 2차선 도로 중 하나를 막고 있기가 싫어서 50여미터를 더가면 있는 소프트볼 야구장의 주차장에 주차해야겠다는 빠른 판단이 섰습니다.

 

마침내 차를 넓직한 곳에 세우고 딸아이를 진정시켰습니다.

 

"수빈아, 아빠가 이거 배터리가 하나 터진 것 같아. 아빠가 아주 잘 아는 문제이고 다행히 더 이상 문제는 없을테니 걱정마"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제가 있는 곳으로 와서 아이를 데려가게 했습니다.  나중에 아내의 얘기를 들어보니 아내가 데리고 가는 차 안에서 많이 울더랍니다.  많이 놀랬나 봅니다 (나중에 딸아이는 계속 그 차를 계속 타게 된다면 그 교차로를 지낼때마다 움찔움찔 할거라고 얘기하더군요).

 

저는 일단 차가 있는 곳에서 보험회사에 견인요청을 했습니다.  차를 직접 몰기 시작한게 80년대 후반이니 근 30년을 차를 몰았는데 그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차량 견인을 하려니 참 이상했습니다. 요즘은 엡이 잘 되어있어서 보험사에 전화할 필요없이 엡을 이용하여 차량견인을 요청하고 현재 위치가 자동으로 GPS 로 전송되니 참으로 편리하더군요.

 

저의 집에 견인할까 딜러 수리센터로 갈까 고민하다가 혹시 몰라 딜러 수리센터로 차량을 견인해서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가족을 달랬습니다.  다음날 딜러에게 어느 정도의 문제인지 어느 정도의 피해 정도가 있었는지 물어보았더니 차량을 켜자마자 연기가 차안을 가득 매워서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고 차량을 뜯어서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는데에는 초기 진단비용 11만원 이외에도 40만원 이상이 더 필요하다기에 일단 모든 진단작업을 중지를 시켰습니다. 

 

그 후에는 계속되는 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차를 주행해서 결국 폭발로 이르게 한 저의 나태함을 자책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고민은 과연 이 차를 수리해서 계속 탈 것이나 아니면 이 기회에 차량을 바꾸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뭐 생활에 여유가 있다면 아무 고민없이 차를 바꾸었겠지만 빡빡한 저의 형편에서 새로운 차량 구입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한번 차량을 구입하면 폐차할 때까지 탄다는 우리 부부의 기본 가치관에서 아직 26만 킬로는 더 탈 수 있는 주행거리였기 때문입니다 (^^).

 

그래도 나름 쓸만한 부품이 아직은 남아있는 차였기에 혹시나 해서 이 차를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알아보니 딜러에서는 기본 진단비용으로 내가 내야할 10만원을 빼주겠다는게 전부였고 (그러니 차를 날로 먹겠다 이거죠, 도둑넘들 ^^) 몇몇 차량 재활용 업체와 폐차장을 전전하면서 알아보니 제시하는 가격은 30만원부터 11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기에 계속되는 고민에 휩쌓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아내와의 오랜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은 아쉽지만 안녕을 고하고 새 차로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엑셀 스프레드 시트를 통하여 제 차의 킬로미터당 차량운행비를 계산해 보니 설사 이 차로 한푼도 보상을 못받는다고 해도 옆자리의 경차를 타고 좋은 가격에 판 동료보다 킬로미터당 차량운행비가 쌌기 때문에 손해는 아니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녜, 저에게는 이 차를 팔고 새 차를 사야할 명분이 필요했습니다. ^^

 

그동안 프리우스를 참 사랑했기에 저는 다음 차도 마침 막 출고된 프리우스 4세대를 구입하고 싶었고 딜러에서도 이때다 싶어서 딜러가 한명 달라붙어 새 차를 시승시켜주며 저를 유혹하기 시작했고 날로 먹겠다는 제 운행불가 프리우스도 30만원이나 쳐주겠다는 후한(^^) 오퍼까지 제시했습니다.  프리우스 4세대는 참 좋더군요. ^^

 

그러나 평소 자기 의견을 별로 개진하는 편이 아닌 아내는 조심스럽게 이번에는 그냥 배터리가 아닌 가솔린 차량으로 가자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하이브리드 차는 아무리 좋아도 언젠가는 배터리가 소모되기 마련이고 정말 폐차까지 타기에는 중간에 배터리 교체라는 관문이 다시한번 닥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제가 살고 있는 집도 저의 완전한 개인적인 취향으로 제 맘대로 선택했고 프리우스 역시 제가 일방적으로 선택한 차였기에 이번에는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무조건 아내가 선택하는 차를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전 최악의 남편은 아니니까요. 훗!

 

그리고 운행이 불가한 제 프리우스는 지난번 두번의 배터리 교체를 하면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었고 저에게 중고 배터리 팩을 판매했던 프리우스 전문가인 업자에게 팔기로 했습니다.  마침 제가 사는 곳에서 4시간 30분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위스컨신 주에 살고 있었고 제가 알아본 폐차장에서 제시한 가격중에 제일 높은 가격을 자기가 그대로 준다고 하여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그리 하기로 하였습니다.  결국 자신의 픽업 트럭 뒤에 프리우스를 달고 갈 견인장비를 장착하고 와서 처음으로 얼굴을 보며 인사를 하였고 그래도 비교적 기분 좋게 보냈습니다.  이 사람이라면 저의 프리우스를 가장 잘 활용할 사람이기도 했고 그동안 저에게 정말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 그에 대한 저의 선의이기도 했습니다 (남아있는 배터리 팩 27개만 낱개씩 팔아도.. ^^).

 

나중에 이 차를 가져간 후에 이 친구가 배터리를 분해하고 저에게 배터리가 터진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잘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세로로 촘촘하게 배터리 팩들이 배열되어 있고 그 중 중간 우측에 시커멓게 배터리 팩 하나가 3분의 2가 날라간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 이 배터리 팩들은 상당히 견고한 금속 케이스로 덮여있어서 어디로 튀거나 누가 다치거나 하는 일이 없었던게 천만 다행입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차량에서 그렇게 경고했건만 좀 안다고 자만했던 저의 교만함과 신속히 교체를 하지 않았던 저의 게으름이 합쳐져서 결국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지요.  아무쪼록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저와 같은 일을 겪지 않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지금은 떠나버린 저의 프리우스를 고장 안나기로 소문난 그래서 아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결정한 혼다 어코드가 대체를 하고 있음을 추가로 알려드립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osted by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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