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간 미국의 한류에 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펼쳐왔는데요, 어느덧 시리즈의 마지막 글입니다.  이번 글들을 마무리 하는 의미에서 제 나름의 미국 한류 사건 베스트 16 을 뽑아보았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저 개인적인 느낌이나 사회적 영향력에 있어서 한류를 느낄 수 있을만한 사건들을 연예, 스포츠, 문화에 걸쳐서 16개를 선정해 보았는데요,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뽑은 것들이니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디까지나 미국에서 살아온 교포의 눈으로 본 것이라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 계신 분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으리라고 생각이 됩니다만 (심지어 미국에 사시는 분도 공감을 못하실 수도 ^^) 어디까지나 예능으로 쓴 것이나 다큐로 받지 말아주시기를... ^^ 16위부터 거꾸로 내려갑니다. 차마 빼놓을 수 없는 일들이 많아 16 이라는 애매한 숫자가 되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라며 한국 기업등의 활약상은 제외하였습니다.  열거한 사건들 모두 여러분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일들이며 다만 이러한 일들이 어떠한 순서로 받아들여졌는지 한번 비교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16위 - 미국에도 통하는 바둑의 신 이창호

한국에 계신 분이라면 이창호 국수의 중국에서의 명성에 대하여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미국에서도 신(God)으로 불리우는 것은 혹시 알고 계세요? ^^ 저는 미국의 대학원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는데 미국의 공대생들 그것도 대학원 학생들 사이에서 많은 클럽이 생길만큼 바둑 (미국에서는 Go 라고 합니다) 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위치가 고정되어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기가 비교적 용이한 체스에 반하여 경우의 수가 너무나 많아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기에는 아직도 요원한 바둑은 소위 공부벌레(Nerd)들이라 불리우는 천재적인 학생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입니다. 이들에게 마이클 조단은 바로 '챙호 리 (Changho Lee)' 입니다. ^^ 저도 설마 이창호 국수의 이름을 만킬로 떨어진 이곳에서 들을 수 있을지 몰랐었는데 좋아하는 바둑인을 물어보았을 때 그들의 입에서 주저없이 이창호라는 이름이 튀어나와서 첫번째 놀랐고 "이창호는 미국의 바둑인들에게 national figure (전국구 스타)" 라는 얘기를 해주었을때 두번째 놀랐습니다.

당연히 미국 학생들은 이창호가 한국인임을 잘 알고 있었고 저는 사실 이창호군의 아버지가 예전에 경영하시던 시계점이 저의 고향 집 근처이고 제 아버지가 이창호군 부친과 안다는 이유만으로도 한동안 미국아이들의 존경의 시선을 받아야만 했던 유쾌한 경험이 있습니다. 마치 저를 마이클 잭슨 친한 친구 보듯이 하더군요.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이지만 16위에 선정해 봅니다. ^^

물론 전반적인 인기로는 스타크래프트가 바둑보다 우위에 있고 한국인의 장악력이 놀랍지만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15위 - 음식한류 - 놀라운 Kogi 트럭과 Korilla BBQ 트럭

많은 분들이 한국의 TV 매체들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통하여 미국에서 한식이 제법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생각하고 계실 수 있으나 아직도 한식은 미국에서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음식 중의 하나입니다. 그럼 각종 매스컴에 보여지는 '김치가 좋아요' '한국 음식 짱!' 이라고 외치는 미국인들은 뭐냐고 물으신다면 그 분들은 태국음식, 인도네시아 음식, 아프리카 음식도 사랑하시는 진정 열린 입맛의 소유자들이라고 답해드리고 싶습니다. ^^

물론 예전에 비하여 한국 식당에 가면 그 맵다는 오징어 덥밥을 땀을 흘리면서 먹고 다소 난해한 국물인 물냉면을 소화해 내는 미국인을 더 자주 볼 수 있게된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순두부 백반을 맛있게 떠먹는 미국인을 보는 것은 아직도 저에게는 생소한 풍경이구요. 최근에 미국의 공영방송이자 사회적인 공익성이 높은 프로그램만 보여주는 공중파 방송인 PBS 에서 김치 크로니클 (Kimchi Chronicle) 이라는 제법 긴 시리즈의 다큐를 방영하고 있는 것은 이런점에서 너무나 고무적인 일이며 생각보다 깊숙한 내용까지 다루는 이 다큐의 완성도에 깜짝 놀랐다는게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미국의 음식 한류는 바닥에서부터 올라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음식은 우리가 매일 먹는 서민의 것이어야 하니까요. 최근에 뉴욕의 한 고급 한식점이 미식 평가의 절대적 지존이라고 할 수 있는 미쉬랭 가이드에 올라가 있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기쁜 일이기는 하나 음식 한류와 연결하기는 아직은 섣부른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서부 지역을 강타하고 있는 한국어로는 밥차라고 해야 하나요 이동 푸드 트럭인 Kogi 의 약진은 정말 음식한류라고 제가 자신있게 얘기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엄밀한 의미로 코기 트럭은 100% 한식을 파는 곳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멕시칸 음식인 타코에 한국의 맛을 가미한 퓨젼음식을 파는 트럭인데요, 매번 트위터를 통해 트럭이 가는 곳을 소개하고 한참을 기다려서 먹는 타코속의 불고기와 김치를 통해 많은 미국인 고객들이 한국음식에 길들여져 가고 있는데요,개인적으로 참 바람직한 접근방식으로 생각합니다. 미국인들이 의외로 호불호가 명확해서 일반 대중들은 김치나 불고기를 떡하고 들이밀었을 때 아예 안먹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심지어 미국 사람들이 잘 먹을거라고 생각하는 김밥도 나이가 어린 층에서는 김이 입안에 남는 느낌이 싫다고 거부 당하기 일쑤랍니다. ^^

코기가 서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면 코기의 미국 뉴욕 버젼이라고 할 수 있는 Korilla BBQ 트럭도 뉴욕에서 인기를 끌어 심지어는 푸드네트워크의 음식 서바이벌 쇼 The Great Food Truck Race 에도 등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불미스러운 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는 했지만 서부의 Kogi 의 불고기 김치 타코, 동부의 Korilla 트럭의 한국식 바베큐등이 이끌어 가는 서민음식 한류는 저에게는 충분히 놀라운 한류에 뽑힐만한 사건이었습니다.

김치라는 음식이 뭡니까? 일년 365일 하루 세끼 빼놓지 않고 먹으면서도 어디 여행가거나 타지에 가서 한끼라도 안 나오게 되면 불평을 하게 만드는 지구 최강의 중독성을 가진 음식 아니겠습니까?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서구인들에게 김치 맛을 들이게 되면 뭐 그 다음은 말하나 마나 아니겠습니까? ^^

14위 - funtwo 와 정성하의 기타 한류

funtwo 라고 하는 기타리스트가 파헬벨의 카논을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하여 유튜브에 공개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화제를 일으켰는지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결국 그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죠 새트리어니라고 하는 걸출한 기타리스트와 MTV 의 특집쇼에서 라이브로 공연하는 꿈을 이루었고 유튜브로 생방송으로 중계된 쇼에서 본 그의 한반도 모양으로 생긴 기타는 저의 기억속에 아직도 소중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스타킹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에서 김일병으로 더 유명해진 Zack Kim 이라고 하는 기타리스트의 양손으로 두대의 기타를 연주하는 유튜브 동영상은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기록적인 동영상 조회수를 기록하기 이전에 이미 엄청난 조회수로 유튜브의 신화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 미국의 CNN 뉴스등에서도 이 둘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기타로서는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 기타리스트들의 수준을 세계수준으로 인식하게 하는데 큰 몫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활동이나 영상이 단기적인데 반하여 천재 소년으로 등장하여 아직까지 유튜브에서 계속해서 신화를 쌓아가고 있는 핑거스타일 기타의 대가인 정성하군이야말로 기타 한류를 이끌어가는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존 레논의 부인인 오노 요꼬 여사가 정성하군의 연주를 듣고 존 레논이 너무 좋아할거라는 답글을 남긴 것은 너무나 유명한 사건이고 미국에서 통기타나 핑거스타일 기타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는 코리안 정성하의 위치는 너무 확고합니다. 이 밖에 여러분이 잘 모르시지만 '제트'라는 닉네임을 가진 한국 기타리스트의 유튜브 동영상은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 (Rock'n Roll Hall of Fame) 에 제프 벡 (Jeff Beck) 이라는 기타리스트가 2009년에 헌정될 때 그의 커버 동영상이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에 수록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습니다. 제트님의 동영상은 http://www.youtube.com/zezz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렇게 걸출한 한국 기타리스트들의 활약에 경의를 표하며 이에 12위로 선정을 하였습니다.

13위 - 원더걸스의 House of Blues 매진 컨서트

흔히들 원더걸스 기획사 사장인 JYP 를 언플의 제왕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저는 전혀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원더걸스에게 일어난 수많은 영광된 일 중에 한국 언론에 제대로 소개 안된게 많기 때문입니다. 원더걸스 하이힐이 부러진 것만으로도 신문에 실리게 해야 언플의 제왕 정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 아시는 분도 있고 모르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원더걸스는 미국에서 이미 자신의 독자투어를 한 뮤지션입니다. 미국에서 진정한 뮤지션들은 투어를 통해서만 인정을 받는다고 하는 시각에서 본다면 원더걸스는 아이돌을 넘어서 미국에서 투어를 행한 뮤지션이라는 인정을 받기에 합당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한국에서는 아레나나 돔 혹은 스타디움등의 대규모 컨서트만 주목을 받지만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작은 규모의 공연장에서도 많은 유명한 공연이 열리고 있으며 그 중 유명한 곳중의 하나가 House of Blues 라고 하는 공연장입니다. 바로 원더걸스가 투어를 할 때 사용한 장소가 바로 House of Blues 이며 이곳에서 매진 컨서트를 한 아티스트들만이 싸인할 수 있다고 하는 벽에 Sting, Usher, BB King 등의 전설적인 뮤지션들 이름 옆에 원더걸스의 싸인이 그려질 때 미국 사는 한인 음악 애호가로서 적지않은 흥분감을 느꼈습니다 (한국 케이블 방송의 원더걸스 다큐에 이 장면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 앞으로 한류가 어떻게 발전해 나가더라도 충분히 기념비적인 일로 기억되리라고 봅니다.

12위 - 원더걸스의 Teen Choice Award 초청

연이어 원더걸스 이야기네요. 한국의 가수가 미국의 유수의 시상식에 초청받아서 세계적인 스타들과 자리를 함께 한다. 10년전에 이야기했다면 공상소설로 여김을 받기에 아주 부족함이 없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원더걸스가 미국 틴에이져들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Teen Choice Award 시상식에 게스트로 초청을 받아 당대 최고의 틴스타라고 할 수 있는 마일리 싸이러스 (한나 몬타나로 미국에서 인기 최곱니다)와 걸출한 뮤지션인 블랙아이드피스, 비욘세, 조나스 브러더스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은 한국 연예인으로서는 정말 획기적인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11위 - 김연아의 밴쿠버 올림픽 우승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결승전 다음날 온 미국의 미디어들은 김연아 찬가를 불러대었습니다. 미국 최고 피겨 해설가인 스캇 해밀턴의 숨넘어가는 찬사와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언론 New York Times 에 실린 전면 기사 그리고 나중에 미국 어린이 연감 표지 사진으로도 등장한 김연아는 정말이지 광풍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의 뇌리에 그전까지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던 그녀의 이름 석자를 확실히 새겨놓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위라는 순위를 준 것은 아직은 미국에서 피겨 스케이팅이 마이너 스포츠이기 때문에 동계 올림픽 이후의 일상생활에서의 충격도가 적어서입니다. 물론 저에게 있어서 그녀는 인륜을 거스르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1등 스타입니다.

10위 - 원더걸스의 TV 영화 The Wonder Girls

한국의 연예인이 미국에서 시청률이 제일 높은 시간이라고 해서 붙여진 프라임 타임 (동부 저녁 8시, 중부 저녁7시) 에 한시간을 자신의 이름을 건 TV 영화를 방영한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물론 4대 공중파 방송이나 모회사인 Nick 채널처럼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채널은 아니지만 미국 전역으로 중계되는 정규 케이블 채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방송을 가졌다는 것은 그들의 이력서에 엄청난 한줄을 추가하게 되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저에게는 10위에 선정되기에 충분한 획기적인 사건이며 항상 콧대가 높은 일본의 연예계에 두고 두고 자랑할 일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9위 - Old Boy 를 위시한 한국영화의 진격

미국에서 어떤 영역보다도 한국의 문화적 우월성을 드러내는 분야가 있다면 저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미국 일반 대중들에게까지는 아직 깊숙히 어필하고 있지는 않지만 영화 좀 본다는 사람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바로 한국 영화입니다.

한국 영화 중 특히 미국에 강하게 어필한 대표적인 작품이 Old Boy 인데요, 미국에서 명성이 높은 퀀틴 타란티노 같은 감독이야 뭐 이 영화의 광팬으로 소문이 이미 자자하고 영화를 전공하는 학과에서는 빼놓지 않고 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는 한때 imdb.com 이라고 전세계에서 제일 큰 영화 데이터베이스 웹싸이트의 게시판에서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한국영화에 빠져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가 이곳에서 다니던 학교 도서관에서도 한국영화 섹션의 DVD 가 항상 대여중으로 보기가 힘들고 제가 사는 시의 공립도서관에서도 DVD 구매를 담당하는 사람이 한국영화 팬인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영화 DVD 가 많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오래전 제가 좋아하는 영화배우인 록키의 실베스터 스탈론이 미국의 유명한 사이트인 Ain't it cool 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액션영화로 '태극기 휘날리며'를 꼽은 것은 꽤 오래 기억에 남는 일이었으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보여주는 듯 하여 참 기뻤었습니다. 이때의 인터뷰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스탤론이 한 발언은 다른 게시판에 남아있어 한번 퍼와 봅니다.

"My favorite action movie…actually, one of my favorite action films is a Korean film entitled THE BROTHERHOOD OF WAR, directed by Kang Je-gyu. (내가 좋아하는 액션영화라.. 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액션영화는 강제규 감독이 만든 '태극기 휘날리며' 라는 한국영화야)"

또 실베스터 스탤론은 그가 출연한 영화 Expendables 에 관한 이야기에서 비 (Rain) 을 캐스팅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링크: http://bit.ly/cBHRB2). 제가 사는 이도시의 영화학과에도 한국 영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 제가 여러모로 도움을 드렸던 미국인 영화학과 교수 한분은 부산영화제에 초청받아 가셔서 한국영화를 위한 스크린 쿼터 반대 일인시위를 했던게 저의 자랑이라면 자랑이랄 수 있겠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은 자세한 이야기를 http://myusalife.com/46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 미국에서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봉준호 감독이 헐리우드 예산으로 제작하는 영화나 이병헌의 이름이 당당히 첫번째로 크레딧에 올라있는 G.I. Joe 2 도 개봉을 앞두고 있어 한국영화나 한국 영화배우의 위세는 당분간 계속되리라고 생각합니다.

8위 - 원더걸스의 조나스 브러더스 공연 오프닝

조나스 브러더스(Jonas Brothers) 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따지자면 2PM 과 슈퍼쥬니어를 합쳐놓은듯한 위상을 가지는 보이밴드의 절대 강자인데 이 밴드의 전미 순회 공연에 오프닝으로 원더걸스가 선택이 된 것은 8위를 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워낙 컨서트가 활발하고 공연의 첫 분위기를 주도하는 오프닝 밴드가 단순히 시간 때우기가 아닌 실력파 유망주들의 무대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데요, 미국에서 관중 동원력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하는 초일류 인기 밴드의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원더걸스가 Nobody 를 부를 찬스를 잡았다는 것은 다른 모든 가수들이 부러워하는 꿈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다소 복고풍의 Nobody 를 오랫동안 반복해서 부르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았었는데요, 미국에서 처음으로 원더걸스를 접했을 수많은 조나스 브러더스 컨서트에 온 관중들에게는 이만큼 쉽게 어필할 수 있는 곡도 없지 않나 하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미국의 거의 모든 가수들이 다른 가수의 공연 오프닝을 통해서 메이져 컨서트에 데뷰하는 현실에서 최고 인기 가수의 오프닝 밴드라는 자리를 거머쥐었다는 사실하나만으로도 JYP 의 기획력을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이거 정말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7위 - 소녀시대의 David Letterman 쇼 출연

이건 이미 제가 긴 글로 소개를 했기 때문에 중언하지 않겠습니다. 오프라 윈프리쇼, 제이 레노의 투나잇 쇼와 함께 미국을 대표할 수 있는 3대 토크쇼라 할 수 있는 데이빗 레터맨 쇼에 한국 가수가 출연한 것은 두고 두고 우려먹을만한 사건으로 기록될 만 합니다. 토크쇼 출연 후에 이태리, 우크라이나, 프랑스, 대만,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데이빗 레터맨 쇼 출연 소식을 앞 다투어 방영한 것만으로도 이미 게임 셋입니다. 혹시라도 제가 이에 관해 쓴 글을 보지 못한 분을 위해서 링크 드립니다 (http://myusalife.com/74).

6위 - 원더걸스의 빌보드 핫 100 진입

요즘 한국 신문의 기사를 보면 소녀시대의 미국 앨범이 빌보드 월드챠트 몇위에 진입했느니 힛 시커스 차트 몇위에 진입했느니 하는 기사들이 많은데 이것 다 부질 없습니다. 빌보드 차트는 무조건 Hot 100 이 가장 유명합니다. 미국의 일반 대중은 이런 월드 차트에 관심 전혀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가요 톱텐이나 인기가요 순위나 관심이 갈까 가리봉동 유선방송 연합 차트에 스리랑카에서 온 가수가 몇위에 올랐는지 신경 안쓰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만큼 빌보드 Hot 100 차트에 드는 것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혹자는 미국에서 CD 를 덤핑으로 팔아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폄하를 하기도 하지만 그건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돈을 써서 가능했다라고 하는 것만큼 우스운 얘기입니다. 저도 사실 $1 에 팔리는 원더걸스 CD 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여자 초중생들에게 인기있는 옷 및 악세사리 가게인 Justice 에서였는데요, 문제는 이런 미국 전국 체인의 가게에 CD 를 가져다 놔서 팔게 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1 이라고 해서 CD 를 덥석덥석 사갈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미국인의 생리를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미국 사람들 특징이 단지 싸다는 이유로 맘에 안드는 물건을 사는 타입이 아닙니다. 뭐 이런 논리라면 자본력 좋은 일본 가수가 백만불을 들여 CD 백만장쯤 찍어서 공짜로 뿌리면 빌보드 핫 100 1위 진입은 문제도 아니겠습니다만 원더걸스의 빌보드 핫 100 진입이 1980년 이후 30년만에 동양가수로는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것만을 봐도 얼마나 상징성이 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필자 주 : 30년만의 진출은 신문기사를 인용한 것인데 그 사이에도 빌보드 핫 100에 진출한 뮤지션들이 많이 있었답니다. 이 점 정정합니다).  빌보드 핫 100 의 명성은 어느날 고스톱을 쳐서 딴게 아닙니다. 앞으로 미국에 한류 가수의 위세가 어떻게 뻗어나갈지 모르겠지만 훗날 역사가 한류의 흔적들을 기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다룰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6위를 드립니다.

5위 - 김윤진의 LOST 주연

상상도 못했습니다. 한국의 여배우가 미국 인기 TV 시리즈에 주연으로 등장할 줄은.. 물론 산드라 오 같은 Grey's Anatomy 라는 걸출한 시리즈에 등장한 배우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한국계일 뿐이지 한류에 속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김윤진양은 그야말로 한국이 낳은 배우이자 스타 아니겠습니까? 그녀가 하는 한국어를 듣는 것도 감격스러웠고 확실하게 코리안으로 설정되어 있는 그녀의 배역 역시 참 맘에 들었고 시간이 가면서 비중이 커지는 모습도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더구나 김윤진양의 개인적인 친구인 한국 여배우 김서라양이 등장하는 행운까지도...

LOST 가 빵 터지고 나서 각종 토크쇼에 초청받아 나오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고 The View 라는 토크쇼에 나와서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최고의 여성 저널리스트인 바바라 월터스와 친구처럼 격의없이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은 제가 미국에 와서 TV 에서 본 어느 장면보다도 감격스러웠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싶을만한 일이며 (있어야죠 ^^) 이 기회에 배우로서 한미 양국에서 확실한 커리어를 쌓아가는 김윤진양에게 행운을 빌어 봅니다.

4위 - 비의 Ninja Assassin 주연 및 MTV Award 수상

한국배우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연이라니요.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평소에 모든 영화를 집에서 보는 제가 관객수 한명이라도 늘리게 한다고 닌자 어쌔신 영화 개봉날 극장으로 달려나가게 한게 비입니다. 실력이 없으면 가차없이 무시해 버리는 냉정한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한 동양배우에게 주연을 맡기는 일은 그를 성룡이나 이연걸 정도의 지명도와 실력과 관객동원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더구나 성룡이나 이연걸 영화의 감독과는 비교도 안되는 미국에서 절대적인 추종자를 두고 있는 신세대 감독 워쵸스키 형제에 의하여 만들어진 영화의 주연이라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비의 위상을 200% 올리고도 남을 일입니다.

더구나 이 영화로 인하여 케이블의 절대 강자중의 하나인 MTV 어워드를 수상하게 되어 단상에 올라가 수상소감을 이야기 하는 그의 모습은 1980년대에 한국 축구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들어가 주전으로 뛴다는 주장을 하는 것만큼 믿겨지지 않는 정말 황당할만큼 비현실적인 일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이를 능가하는 업적이 나오리라고 믿습니다만 저에게 미친 충격의 정도로는 이만한 일도 참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당당히 4위 드립니다. ^^

3위 - 양용은의 PGA Championship 우승

순위를 보고 갸우뚱 하실 분 있을 것입니다. 이게 저 위의 다른 일들 제치고 3위나 줄수 있는 일인가 하고.. 그렇습니다. 2009년 8월 양용은의 PGA 챔피언쉽 우승은 스포츠 한류에 있어서 최정점이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습니다. 박찬호 선수의 메이져 리그 아시아 선수 최다승이나 김병현 선수의 월드시리즈 우승 등과 같은 미국 스포츠사에 기록될 다른 한류의 기록이 있지만 사실상 박찬호 선수나 김병현 선수의 경우 그들의 속한 팀의 일원으로 더 기억되는 편이고 한국인으로서의 메이져 리거로서의 위상은 미국인에게는 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에서 보는 시각으로는 박찬호 선수와 김병현, 추신수 선수 등등이 이룩한 업적은 실로 대단하며 이를 깍아 내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제 논점이 미국 일반 대중에게 어필하는 한류 스타로서의 위상이라는 점에서는 양용은의 PGA 챔피언쉽 우승이 한국 메이져 리거들의 활약이나 김연아의 밴쿠버 올림픽 우승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다음날 회사에서 주변 사람들이 제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한국인을 언급하는 일을 처음 겪게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저희 회사가 골프 회사도 아니며 동료들이 한국인에 관한 언급을 자주 하던 친구들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딱 한번 먼저 한국인을 언급한 것이 '김정일'인데 그는 엄밀히 말하면 대한민국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은 단연 김정일입니다. 미국에서는 그도 한국인의 범주에 들어가며 인용횟수로 단연 최강인 캐릭터이며 가장 많은 미국인이 알고 있는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마지막 라운드에서 리드를 하면 단 한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은 타이거 우즈에게 첫번째 패배를 그것도 메이져 대회에서 안겨주었던 양용은의 승리는 다음날 스포츠를 방영하는 채널 어디에서도 하루 종일 마르고 닳도록 나왔습니다. 미국의 신문, 방송 웹 싸이트 어디를 가도 Y.E. Yang (양용은의 미국 이름) 뿐이었으며 수년에 걸쳐 이룩한 KJ Choi (최경주) 의 명성을 단 한방에 이루어 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미국에서 LPGA 에서 이룩해낸 한국 낭자 군단의 업적도 눈부시게 느껴지겠습니다만 아쉽게도 미국에서 LPGA 와 PGA 의 인기는 넘사벽입니다. 사실상 제가 LPGA 낭자들을 좋아해서 1세대라고 하는 LPGA 스타들 박세리/김미현/박지은 등등을 모두 여러번 만나본 적이 있으며 이들이 경기에서 사용한 장갑에 싸인을 받아 모두 소장하고 있는 것은 저의 자랑입니다. ^^V 그 중 미국명 Grace Park 박지은 선수는 제 부탁으로 제 친구를 위해 동영상 메세지를 남겨준 것은 제가 정말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일의 하나입니다 ^^ (자세한 이야기와 동영상이 혹시 궁금한 분이 계시거든 http://myusalife.com/42 를 참조하세요).

하인스 워드의 슈퍼보울 우승도 자랑스럽지만 양용은의 쾌거는 단발성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였습니다.

2위 - YouTube 의 K-Pop 장르 신설

어렸을 때 한참 팝송을 좋아하던 때 여러 팝 장르를 얘기하면서 나는 Rock 이 좋네, Jazz 가 멋지네, Country 는 구리네 얘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 항상 팝송을 이야기 할때만 혹은 서양음악을 이야기할 때만 언급하던 음악 장르에 당당히 K-Pop 이 한자리를 차지하리라고는 단 한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동영상 사이트 YouTube 의 Music 부분에 Pop, R&B, Country, Jazz, Rock 과 같은 구분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K-Pop 을 보면 전율이 흐릅니다.

만약 그 옆에 이태리의 Canzone (칸소네), 프랑스의 Chanson (샹송), 일본의 J-Pop, 중국의 C-Pop 도 자리잡고 있었다면 모를까 국가를 상징하는 장르로 유일하게 K-Pop 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를 다 싸잡아 International 이라는 장르가 있긴 합니다만 저에게는 이 세상의 팝 음악은 미국, 한국 그리고 그외의 나라들로 분류되는 것 같아 통쾌하기만 합니다. ^^;;

이제는 유튜브 홈페이지로 갔을 때 한국 가수들의 동영상이 제일 메인 페이지에 걸려있는 것도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며 외국곡 예를 들어 mama do 와 같은 곡을 검색해 보면 그 곡을 부른 원가수 바로 다음으로 이하이양의 서바이벌 K-Pop 스타 영상이 걸리는 것을 보면 원곡 가수도 저걸 보겠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전세계 팝 음악 판도에서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한국이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여기게 만드는 사건이 바로 유튜브의 K-Pop 장르 신설이며 이로 인해 도대체 무슨 장르야 이건 하고 들어오는 수많은 방문자들을 K-Pop 세계로 이끄는 좋은 낚싯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 중요도에 있어서 저에게는 2위로 꼽힐만한 사건이었습니다.

1위 - 비의 Time 100인 선정

대망의 제가 느낀 미국 한류 사건 1위는 단연 비의 타임잡지 올해의 인물 100인 선정입니다. 그것도 독자 투표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데다가 두번이나 오르는 영광을 이룩했습니다. 저는 미국 한류의 마지막은 소위 메인스트림이라고 하는 단순히 미국 일반인이 아닌 주류까지의 진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타임 잡지는 전세계적인 권위와 명성을 가진 잡지이며 타임 100인은 그 한해 전세계 역사에 기념비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들로만 구성이 되어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과 더불어 한해를 마감하는 가장 관심을 끄는 기사이기도 합니다. 타임지의 100인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그 한해 전세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었는가를 알 수 있을만큼 그 영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한번도 아닌 두번이나 아시아인 최초로 선정된 것은 실로 대단한 사건입니다. 실제로 타임 100인중에 연예인들은 5명 내외로 선정이 되며 연예인 중에 가장 많이 타임 100인에 선정된 사람이 죠지 클루니로 3회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이 월드컵 축구 우승을 이루어내는 것 만큼 힘든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임지가 미국의 메인스트림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매체의 하나라고 하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의 중요도를 미루어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처음 타임 100인 그것도 독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던 때 2위를 차지했던 작가이자 코메디언, 배우인 스테판 콜베어 (Stephen Colbert) 가 그의 유명한 쇼인 코미디 채널에서 하는 콜베어 리포트 (Colbert Report) 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질투에 불타는 저주를 퍼붓는 광경은 비의 미국 지명도를 올려주는데 엄청난 공헌을 하였습니다. 나중에 비는 그 프로에 출연하여 콜베어와 댄스 배틀을 벌이기도 하는데 저는 정말 콜베어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

연예계 이야기라고는 입에 담지도 않는 저의 미국인 지도 교수가 어느날 저에게 "Rain 을 아느냐?" 라고 물어보았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나중에 도대체 그를 어디서 알았느냐고 물어 보았을 때 역시 타임 100인이 그 소스였다는 것을 알고나니 새삼 비의 타임 100인 선정이 가지는 의미와 메인스트림에 끼치는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저의 편협한 개인적인 미국 한류 차트는요. 어쩌면 어떤 분들은 '이 자식 원더걸스 빠돌이 아냐?' 하고 오해를 하실만큼 원더걸스가 자주 등장하는 순위이기도 했는데요, 저 나름대로는 그래도 최대한 고심하여 선정한 것이며 그동안 미국 가서 쟤네는 뭐했데 하는 분들에게는 그래도 원더걸스가 미국 한류에 있어서 이 정도 성과를 이루었다고 보여줄만한 것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도대체 비는 외국에서 인기는 있는거야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렇게 개인적으로 순위를 매겨놓고 보니 비는 정말 한류에 있어서 위대한 족적을 남긴 한사람이라고 할만하군요.

아무쪼록 내년 이맘때 미국의 한류를 다시 곱씹어 볼때 저 순위가 몽땅 다 바뀌는 그런 역사가 일어나기를 미국 한류 팬의 한사람으로서 기원해 봅니다.

지나치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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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글을 전개해 나가기에 앞서 저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류나 미디어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으로 일개 개인이 느끼는 바를 주관적으로 써나가는 글이니 아무쪼록 한 재미교포의 의견정도로 제 글을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요즘은 글로벌화다 뭐다 해서 이제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서로의 생활에서 예전처럼 서로를 매우 낯설게 받아들이는 부분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아웃백과 베니건스 등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고 아베크롬비나 홀리스터 같은 옷들을 서로 즐겨 입으며 이제는 한국에서도 할로윈이 뭔지를 잘 알고 있고 심지어 미국처럼 아이를 출산하는 엄마를 위해 베이비 샤워를 하는 분들도 계신다니 문화적 이질감은 점점 줄어만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살면서 근본적으로 외국인이기에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한류와 관련되어 놀라움을 느껴본 것은 멕시코인들을 비롯한 남미분들이 한국의 정통사극을 열렬하게 시청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습니다. '대장금' 처럼 중동이나 이집트까지 뻗어나간 온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 타당한 주제의 사극이라면 이해가 갈만 하지만 '불멸의 영웅 이순신', '왕건' 혹은 '대조영'과 같은 한국 역사나 주변 배경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만 더 흥미를 느낄 것 같은 정통 사극에 남미분들이 열광한다는 사실은 저에게는 정말이지 문화 충격에 가까웠습니다.

미국에 살고 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히스패닉이라고 불리는 남미인들이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일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2010년 미국 인구 센서스 조사를 보면 미국 전체인구의 16.3% 가 히스패닉인데요, 비율로 따져도 그리 적지 않은데 이를 숫자로 옮겨 놓으면 무려 5050만명이나 됩니다. 제가 알기로 대한민국의 인구가 오천만이 약간 넘으니 미국에 있는 히스패닉의 숫자가 대한민국 전체 인구와 맞먹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더구나 미국 남서부쪽으로 가면 이 비율은 확연히 증가해서 2010년 미국 인구 센서스 결과를 보면 뉴멕시코주의 44.7%, 캘리포니아주는 35.9%, 텍사스 주도 35.6% 입니다. 거기다가 상당한 수의 히스패닉들이 불법체류자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인구는 훨씬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미국에서 캘리포니아주가 경제적으로 차지하는 위치가 대단하며 (미국 전체 13% 경제규모) 캘리포니아주 경제력만 따로 떼어도 전세계 랭킹 6위 혹은 7위를 달리는 막강한 주인데 이의 약 36% 혹은 그 이상이 히스패닉이라는 얘기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히스패닉분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한국식당들입니다. 제가 있는 곳이나 인근의 대도시들 한국 식당 주방은 거의 다라고 할 수 있을만큼 히스패닉분들이 주방에서 한국 요리 및 각종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주인은 기본적인 간을 맞추고 재료 구입을 한다면 주방에서는 히스패닉 분들이 한국 요리를 하는 거죠. 그리고 각종 빌딩 청소, 예를 들어 제가 근무하는 회사나 다녔던 학교에서도 일과후 청소는 모두 히스패닉 분들이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서적으로 남미분들이 정말 한국 분들하고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미국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백인 분들에게 가끔씩 느껴지는 쓸데없는 오만함이 없이 정이 많고 놀기 좋아하며 겸손하면서 음주가무를 좋아하고 순식간에 손뼉을 치면서 친구가 될 수 있는 점이 딱 한국 분들 같습니다.

미국의 대도시의 경우 한국 방송이 공중파 방송으로 나오는 탓에 많은 히스패닉 분들이 이를 통해 한국의 사극을 본다고 하는데요 (저희도 대도시에 사는 한국인들은 가끔 남미 방송을 통해 축구중계를 보기도 합니다 ^^) 한번은 멕시코 분중에 왕건을 좋아하는 분에게 직접 질문을 드려본 적도 있습니다. 한국의 역사나 의상에 친숙하지 않아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텐데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말을 타고 멋진 갑옷을 입고 벌이는 호쾌한 전쟁씬에 일단 눈을 뺏기고 이제는 자국의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충성, 의리 그리고 희생정신등이 그려진 스토리가 재미있고 배신, 음모로 이어지는 내용들이 너무 흥미진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코드가 맞는다는 것이지요. 이러니 한국 문화가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지요. 많은 한류 관련 방송에서 지적하다시피 남미의 한류는 댄스게임 기계인 펌프에서 시작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동안 한국에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남미의 한류는 자생적으로 발전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하는 평가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여러 영상자료등을 통해서 보면 페루, 칠레, 볼리비아, 브라질 등이 심각한(^^) 한류 영향권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마치 뒷동산을 돌아가보니 인삼들이 혼자서 비옥히 자라서 거대한 인삼밭을 이루고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남미의 한류는 그런 점에서 1970년대 후반, 80년대의 한국의 팝 문화 열풍과 많이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다할 미국 가수들의 공연없이도 한국에서 팝뮤직의 열풍은 정말 대단했지요. 길거리 리어카에서는 미국 빌보드 차트의 1위부터 10위까지 팝송을 담은 불법 카셋트 테이프가 널리 팔리고 있었으며 미국이나 영국등의 본토에서는 엄청난 지명도를 가지지 않았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전국민이 좋아하는 슈퍼스타가 된 스모키 (Smokie) 와 같은 밴드가 탄생하기도 했지요. 한마디로 본토에서는 신경도 안 쓰는 시장에서 우리끼리 발전시켜 나가는 팝문화가 있었던 거지요. 그 틈을 타고 미국/영국등에서는 다소 지명도가 떨어지지만 단 한곡의 힛트곡으로 컨서트 형태도 아닌 방송국 출연 형태로 내한을 하여 슈퍼스타가 된 놀란스(Nolans) 라든지 둘리스(Dooleys) 같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남미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엄청난 힘으로 한류가 기세를 스스로 확장해 나가리라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한류 가수들의 방문과 공연으로 이어진다면 그 위세는 더욱 대단하리라 생각을 합니다. 69년의 클리프 리처드(Cliff Richard) 와 80년의 레이프 가렛(Leif Garrett) 내한 공연과 같은 어쩌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우연에 가까운 공연에서도 팝뮤직의 광풍은 대한민국을 휩쓸었고 89년과 92년에는 특A급 밴드라고 할 수 있는 듀란듀란(Duran Duran) 과 뉴키즈온더블락(New Kids On The Block)의 내한공연이 이어지면서 거의 사회적인 신드롬이라고할만한 파급효과를 누렸었습니다. 한류 가수들 중에 A 급들이 남미공연을 이어서 한다면 이에 못지 않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획사의 의지와 희생입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아이돌들은 서구의 아티스트들과는 차별화 되는 그들만의 행보가 있습니다. 바로 행사를 뛰는 거죠. 일급 아이돌 그룹의 경우 행사 하나에서 2-3곡을 부르는데 3천만원이 넘는 행사비를 받는 다는 얘기도 들어보았고 하루에 3개를 뛴다면 단 하루에 거의 1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는데 가는데만 30시간 이상, 다녀오는데 최소한 일주일의 시간 그리고 아이돌들에 따라붙는 댄서들과 코디네이터들에 소요되는 경비를 감안한다면 한류 아이돌들의 남미 공연은 전혀 남는게 없는 장사가 됩니다. 더구나 아직 남미에서 정식으로 한국 음반이 유통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공연과 일부 기념품 (흔히 '굿즈' 라고 부르는데 이는 Goods 를 일본에서 받아들여 사용하는 표현으로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표현입니다) 수입이 전부인데 이를 기획사가 수용하기에는 너무 희생이 큽니다. 더구나 한국에서 열리는 단독컨서트의 수준으로 하기 위해서는 운반해야할 무대장비나 음향기기들이 너무 많고 결국에는 이로 인해 한국보다 한단계 낮은 품질의 컨서트를 해야할텐데 이는 너무나 위험부담이 큰 비지니스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의미에서 얼마전에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브랜드 컨서트인 '유나이티드 큐브'가 브라질에서 열린 것은 기획사의 상당한 자기 출혈을 감수해야 했음이 예상되는 것이었고 반복해서 열리기에는 여러모로 여건이 어렵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정식 음반이 유통되고 대규모의 컨서트를 열 수 있는 현지 기획사와 연계가 되어 수익 모델이 확고히 구축되지 않는한 당분간은 남미에서의 한류는 자생적 확장에 기반을 둔 형태가 되리라고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한류의 불을 꺼트리고 싶지 않은 자본이 넉넉한 대형 기획사의 자선에 가까운 공연 형태가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정적으로야 이렇게 불붙은 남미에 우리 가수들이 훨훨 날아가서 대형사고를 치고 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지만 가수들이나 기획사 모두에게 아직은 무리한 부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목에도 '거저먹기'라고 표현한 것처럼 남미의 한류는 특별히 씨를 뿌리지 않고 가꾸지 않아도 앞으로 쭉쭉 뻗어나리라고 봅니다. 앞서 장황하게 설명한 것처럼 우리와 코드가 맞는 감성과 정서를 가진 이들에게는 노래뿐만 아니라 드라마 심지어는 영화까지 제법 어필할거라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까요. 제가 만나서 겪어본 미국인들처럼 좋은 것이 있어도 혼자 조용히 알고 지내는게 아니라 마치 한국사람들처럼 조금이라도 좋은 것이 있으면 기어이 주변사람들에게 알려주면서 나누는 화끈한 성격을 가진 남미인들이라면 한류의 전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미를 지배하는 육덕진 섹시함 못지 않은 한국 걸그룹 특유의 보호해 주고 싶은 갸날프고 정제된 섹시함도 전 크게 어필을 하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남미는 크기나 인구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설사 여러 이유로 인해서 직접 남미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남미인들에게 퍼지는 한류만으로도 그 영향은 어마어마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국에서 20% 가 넘는 남미인들과 5% 정도 되는 아시안 계통만 휩쓸어도 전 미국의 4분의 1을 한류의 영향권안에 두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입니다.

빠른 시일안에 '소녀시대 in Rio' 혹은 '빅뱅 in Buenos Aires' 와 같은 공연 DVD 를 보게 될 날을 소망해 봅니다. 남미 혹은 남미인들에게 퍼진 한류는 저절로 익을테니 거두기만 하면 됩니다. ^^;;

언제나 그렇듯이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 : 남미는 한국과 같은 스타일의 보이그룹을 만들어 미국에 성공시킨 전력이 있습니다. 연식이 있는 분이라면 기억하실 메누도(Menudo) 라는 그룹인데요, 푸에르토리코에서 시작해서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거쳐 미국 본토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한 보이그룹입니다. 메누도를 모르시는 분들이라도 이 그룹 출신의 슈퍼스타 릭키 마틴(Ricky Martin)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많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2PM 과 같은 스타일리쉬한 보이그룹이나 선이 굵고 강한 동방신기/샤이니 혹은 슈퍼주니어가 인기를 얻는 토양이 마련이 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밖의 인피니트나 비스트 혹은 다른 보이그룹들 모두 남미에서 인기를 고루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걸그룹의 경우 남미의 구미에 잘 맞는 그룹들이 차별화된 성공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포미닛(4minute)이 선두에 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퇴폐적이라고까지 묘사되는 현아양의 동양적 섹시함과 그루브가 넘치는 음악이 남미의 리듬에 잘 맞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그닥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햇던 라니아 같은 걸그룹도 남미에 특화되어 성공될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초신성이나 대국남아 같은 그룹들이 일본에 특화된 성공을 거두었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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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목만을 보시고 샤이니 (SHINee) 팬 한사람이 "우리 오빠 최고야~~" 라는 논조의 글임을 예상하고 들어오셨다면 그건 아니라고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제가 바로 이전에 쓴 글 재미교포가 본 한류의 1편이라고 할 수 있는 '재미교포의 시각으로 본 한국 걸그룹의 미국 TV 습격기
에서 미국 차세대 한류 선두주자는 샤이니이다라고 단언한 부분에 대하여 나름대로 제 주장의 뒷받침이 되는 얘기를 해보고 싶어서 이렇게 부족한 글이나마 몇자 이어서 적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제 소개를 잠깐 드리자면 이전 글에서 밝혔다시피 미국생활 16년차이고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현재는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는 엔지니어입니다.  50이 더 가까운 40대 중반의 어쩌면 온라인에서는 늙다리 아저씨라고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는 나이이며 한류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왔습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수영양을 통해서 소녀시대를 알게 된 소시팬이며 한국에서 돈 잘벌고 안정적이라는 전문직을 버리고 소위 공돌이로 과를 바꾸어서 미국으로 유학을 온 탓에 주변분들에게 본의 아닌 동정심을 받는 것이 인기의 절정에서 미국와서 고생하면서 본진을 털렸다는 소리를 듣는 원더걸스와는 동병상련의 마음이 들어 심정적으로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더걸스를 위한 변명' 이라는 글을 쓴적도 있으며 그 글은 http://myusalife.com/64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 학교에 제가 태워다 주면서 함께 K-Pop 음악을 들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이제 중학교에 갓 들어간 딸 아이에게는 제가 소시팬을 가장한 카라팬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

이렇게 장황하게 소개를 드리는 이유는 제가 미디어 전문가이거나 관련 분야의 학문을 공부한 적이 없는 K-Pop 을 지극히 사랑하는 교포에 불과하며 그럼으로 제가 드리는 글 역시 전문적인 시각이라기보다는 일개 한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임을 밝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저도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혹시라도 제 글에 오류가 있다면 댓글로 많이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한류를 몸으로 가장 잘 실감할 수 있는 곳은 한국의 음반이나 DVD 를 파는 곳입니다.  제가 있는 지역에는 따로 한국의 음반이나 DVD 를 파는 곳이 없기 때문에 대도시의 주로 크게 형성되어 있는 일본 마켓 서점안에 있는 음반코너가 이런 곳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근처의 대도시에 가면 언제나 규모가 큰 일본 슈퍼마켓에 들리곤 합니다.  양질의 생선초밥이나 한식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마켓안의 푸드코드의 음식점 주인들이 대부분 한국 사람입니다 ^^) 일본의 대형서적 체인인 삼성당 서점이 있어서 그곳에서 최신 잡지나 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이미 일본에서 한류는 상당부분 퍼져있기에 일본 서점에서 보는 연예잡지들도 표지들이 한국 연예인인 경우가 굉장히 많고 (요즘은 장근석씨가 가장 자주 보입니다) CD 를 파는 코너에 가봐도 항상 잘 팔리는 CD 를 모아놓은 코너에는 역시 한국 가수들의 앨범들이 주류입니다.  비록 일본에서 발매되었다고 하더라도 한국 가수들의 CD 를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 이곳에 가서 이리저리 앨범 쟈켓을 구경해 보고 이를 찾는 외국인들을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이곳 미국에서는 낯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거는 것이 한국처럼 '뭥미?' 라는 반응을 끌어내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단지 한국 가수의 음반을 들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가 다가가서 가끔씩 말을 걸기도 합니다.  이러한 K-Pop 에 관심이 있는 미국인들에게 해당 가수에 대한 제가 얕게라도 아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면 참 좋아하곤 합니다.  저 역시 이들이 왜 한국 가수를 좋아할까 하는 호기심 덕분에 길지는 않지만 짧은 대화들을 즐겁게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곳에서 씨디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아시아 혈통으로 보이는 분들이 한국 가수의 CD 를 유심히 들여다 보는 모습은 미국일지라도 참 연스러운데 백인과 같은 벽안의 여성이 한국 보이밴드의 앨범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는 모습은 아직도 참 신기합니다.  사실 아시아계의 분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들은 우리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가수들과 거의 같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소녀시대, 슈퍼쥬니어, 동방신기, 빅뱅, 2NE1 등등 말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는 큰 주립대학이 있는데 (저도 이 학교에서 학위를 받았습니다) 도서관에 가보면 아시안 계통의 학생들의 노트북 바탕화면으로 바로 위에서 언급한 가수들의 사진이 깔려있는게 이제 더 이상 신기한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만나본 백인 혹은 흑인 여성들에게는 약간 다른 취향이 느껴졌습니다.  바로 이 점이 제가 샤이니가 다음 차세대 미국 한류를 이끌 선두주자라고 생각하게된 근거입니다.  유독 눈에 띄게 샤이니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 그룹에 비하여 높았습니다.  제가 갈때마다우연의 일치였는지 모르겠지만 음반 코너에서 샤이니의 앨범을 본 적이 없었고 이게 바로 다 팔려서였다는 것을 알았을때 혹시 샤이니가 더 인기가 있나 하는 짐작을 했었습니다만 막상 아시아계가 아닌 미국인 여성들이 샤이니의 CD 를 찾는 모습들을 보면서 어쩌면 샤이니는 다른 그룹에 비해서 더 어필하는게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쓴 미국의 한류라는 글 (http://myusalife.com/57) 에서 미국의 한류는 백인들의 주류사회가 아닌 미국내의 아시아계와 남미계에만 퍼져도 인구분포나 파급력면에서 크게 성공적이며 이미 한국에서 느끼는 것보다는 훨씬 더 이들에게 한류가 퍼져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만약 한류가 백인/흑인 소위 말하는 미국 주류사회에까지 침투하게 된다면 이는 정말 핵폭발에 버금갈만한 사건이며 이러한 징조를 샤이니에게서 느끼게 된 것 입니다.

제가 느끼는 미국에서의 대중문화 아이콘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강렬함'입니다.  한국에서는 손에 사탕을 들고 '아잉.. 오빠, 몰라.. 몰라..' 하는 귀여움 혹은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꽃미남 보이그룹이 생각보다 잘 먹혀들어가는데 반해서 미국에서는 이러한 컨셉으로는 먹힐 수 있는 곳은 디즈니 채널 TV 방송을 위주로 하는 초등학교 길게 봐서 중학교 까지 매우 한정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시장도 작지 않고 의외로 원더걸스가 이 층에게 현재 잘 어필을 하고 있습니다만...  

걸그룹 예를 들어보더라도 미국에서 그래도 누구나 알 수 있을만큼 성공했다고 보는 비욘세를 낳은 'Destiny's Child' 나 'Spcie Girls' 혹은 소녀시대를 보면 미국팬들이 가장 많이 떠올린다고 하는 'Pussycat Dolls' 역시 오빠의 어깨에 기대는 스타일이 아닌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펴는 소위 말하는 육덕진 글래머의 몸매로 팬들을 압도하는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녀시대의 미국 진출곡으로 'The Boys' 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댓글에서 소녀시대의 최고의 곡들이라고 할 수 있는 'Gee' 라든지 '소원을 말해봐' 로 미국 진출을 시도했다면 이미 소녀시대를 알고 있는 매니아 팬들을 제외하고는 디즈니 채널에나 나올 그룹들이 뭐하는 거야 정도의 반응이 나왔을 것으로 개인적으로 확신합니다.

그런데 다른 한국 그룹들보다 유독 샤이니에게서 저는 이런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강렬함이 느껴집니다.  물론 저는 샤이니에 대하여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이런 미국인들의 반응이 있은 후부터 유심히 그들을 지켜보았고 그들의 댄스나 음악에서 다른 그룹들보다 조금 더한 강렬함이 느껴진 것은 저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그룹내에서 제일 키도 크고 운동도 잘하고 뽀샤시한 피부를 가진 전통적인 순정만화형 캐릭터인 민호군보다 강렬한 댄스와 인상을 가진 다른 멤버들 예를 들어 태민이나 종현의 인기가 오히려 높은 것도 샤이니의 정체성을 설명해 주는데 좋은 증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런 생각은 샤이니가 이전에 비틀즈의 음반과 스튜디오로 유명한 Abbey Road 에 갔을때 영국 팬들의 열정적인 반응으로 더욱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뭐랄까 저에게는 그런 감이 느껴지게 된거죠.  샤이니야말로 미국 주류들로 파고들 한류의 신병기구나 하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물론 샤이니가 다른 한류 아티스트들에 비하여 무조건 최고야 하는 글이 아님을 여러분들이 더 잘 알아주실 줄 믿습니다.  그리고 결국 샤이니가 미국 본류로 파고든다면 나머지 한국 아티스트들도 당연히 덕을 크게 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고기와 잡채로 한국 음식을 알게 된 미국인들이 무려 한국사람이 아니면 먹고 있는 모습조차 생소해 보이는 오징어 덥밥과 순두부 백반까지 그 미각을 넓혀 나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미국에 사는 한국교포로써 저야 뭐 언제나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이 전세계에 그 우수성을 떨치며 인정받기를 누구보다도 기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비하여 더 창의적인 교육이라고도 할 수 없고 더 나은 교육 시스템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쳐나가는 대중문화와 첨단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한국인들의 그 한류를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미국 신문에서도 가끔 보이는 한국 클래식 음악가의 세계적인 콩쿨 석권 소식, 눈을 돌려 주변을 보면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에게 가장 흔하게 보이는 HJC 헬멧 (홍진 크라운이라는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뭐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이번에 소녀시대가 사인회를 했던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전세계에서 제일 큰 전자재품 양판점 체인인 Best Buy 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점거하고 있는 한국산 LCD TV 와 핸드폰들, 대폭적인 할인이 보편화된 자동차 시장에서 정가를 다 주어야만 살수 있는 한국의 아반테 (미국명 엘란트라) 자동차를 보면서 미국에 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인이라는게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날이 올줄 정말 몰랐거든요.

오래전에 가장 큰 영화 데이터베이스라고 알려져 있는 imdb.com 에서 한국 특정영화 게시판에서 활동하면서 그곳을 방문하는 외국 분들에게 영화에 대한 질문이 올라오면 나름 성의를 다해서 답변을 해주면서 (저는 한국 영화 DVD 에 수록되어 있는 감독 코멘터리를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외국분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에 답변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한국영화나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리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노력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영어로 되어있는 각종 한류 사이트에서 이미 많은 정보를 습득해서 그들끼리 한국 문화에 대해서 토론을 벌이는 외국인을 보면 여간 마음이 뿌듯한게 아닙니다.

부족하고 장황하고 매우 주관적인 글이었지만 이렇게 제가 가진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아울러 언제나 한류는 금방 사라지는 현상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분들에게 2005년경인가도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는 말씀으로 대답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의 본격적인 한류는 이제 시작입니다만 그 시초에 가수 비의 할리우드 영화 주연 및 Time 100인 선정이 있었고 소녀시대의 데이빗 레터맨쇼 출연 그리고 원더걸스의 TV 영화가 간과할 수 없는 시금석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소녀시대가 데이빗 레터맨쇼에서 모습을 선보인 에드 설리반 극장은 바로 전설적인 비틀즈가 최초로 미국을 방문해서 출연한 에드 설리반 쇼 (Ed Sullivan Show) 가 열렸던 곳, 비틀즈가 선보인 그곳이며 샤이니가 방문해서 팬을 맞았던 영국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 (Abbey Road Studio) 는 비틀즈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인 Abbey Road 가 만들어진 곳입니다.  한국 케이블 TV 프로그램인 비틀즈 코드의 평행이론처럼 들리는 이러한 일들이 나중에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얘기를 하게될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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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느덧 이곳 미국에 살게된 것이 어언 16년차에 달하다 보니 이제 미국교포라고 불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 미국의 조그마한 도시에 살고 있는 교포의 시각으로 이번에 미국 방송에 모습을 보인 한국 소녀 스타들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미 많은 곳에서 비슷한 내용의 글을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제 개인적인 시각으로 본 얘기들을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외국에 나가본 것은 1985년 여름이었습니다. 그때는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기 이전인지라 (88년에 해외여행 자유화) 외국에 나가는 과정도 매우 까다로웠고 (여권을 받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와서 사상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외국에서 북한 간첩을 만났을 때 대처법 이런거요. ^^ 서울 장충동의 예지원이라는 곳에서 받았습니다. 그리고 신원조회도 하고.. 여권 받는데 6개월 이상 걸린 것 같습니다) 막상 외국에 나가도 한국인 여행객을 발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당시 저는 유럽에 있었는데 길거리에서 한국인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당시 유행했던 한국에서만 파는 '프로스펙스'란 신발을 신은 사람은 반드시 한국인이었기에 "한국인시죠?" "녜, 맞는데요?" 라는 대화 하나만으로 이국의 길거리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반가워하고 했던 촌스럽지만 감격적인 기억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아주 오랜만에 이런 감정을 다시 느껴봤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규모가 큰 주립대학이 있고 다른 미국 어느 도시보다도 비율면에서 한국인이 많은 동네이기에 시내 중심가를 걸어다니면 약 15초마다 한국인과 마주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을 만난다는 것만으로 감격을 느낄 일이 전혀 없지만 1월 31일, 2월 1일, 2일로 이어지는 3일간의 한국 소녀들의 미국 TV 습격기는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먼저 1월 31일, Late Show with David Letterman 으로 포문을 연 소녀시대. 레터맨의 토크쇼가 어느 정도 위상인지 한국에 계시는 분들은 체감하지 못하실 수 있지만 미국에는 미국을 대표할만한 TV 프로그램들이 몇개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입니다. 지금은 막을 내렸지만 오프라 윈프리 쇼라든지 자니카슨이 진행하던 Tonight Show, 60 minutes 라고 추적 60분 같은 프로그램, CNN 의 래리 킹 라이브, NBC 의 모닝쇼인 Today 같은 초유명한 프로그램과 궤를 같이 하는게 바로 데이빗 레터맨의 토크쇼입니다. 더구나 오프라 쇼가 사라지면서 시청률 1위를 꿰차기도 한 그야말로 최고의 지명도를 가진 미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간판 TV 프로그램입니다.

더구나 1월 31일은 레터맨쇼의 30주년 기념일 이브이기도 하고 (레터맨쇼는 82년 2월 1일에 시작했습니다) 이날 소녀시대와 어깨를 나란히 한 사람은 빌 머레이 (Bill Murray) 와 레지스 필빈 (Regis Philbin) 이었습니다. 빌 머레이야 한국에서도 워낙 유명한 배우이지만 레지스의 경우 지명도만 따지자면 미국에서 빌 머레이보다 압도적으로 위에 있는 사람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가족 오락관의 허참씨에 비견될만한 각종 오락쇼의 유명한 사회자이자 Live! with Regis & Kelly 라는 시청률 최고의 모닝쇼 사회자이기도 했습니다 (이 쇼는 레지스가 아주 최근에 은퇴하면서 Live! with Kelly 로 이름이 바뀌는데 이는 소녀시대가 다음날 출연한 바로 그 쇼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농담으로 레지스가 소녀시대를 좋아해서 양쪽에 꽂은게 아니냐고 우리끼리 이야기를 합니다 ^^).


레터맨쇼에서 소녀시대가 어떻게 했는지는 뭐 이미 동영상등을 통해서 많이 소개가 되었고 저도 바로 위에 부쳐놓았습니다. 제가 감동했던 부분은 소녀시대가 공연이 끝나자마자 레터맨이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미국에서 레터맨쇼를 오래 봐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사람이 은근 보수꼴통 기질이 있는데다가 그닥 친절하지가 않습니다. 미국의 심야 토크쇼 사회자들이 그렇듯이 제법 시니컬하고 가끔 공격적인 조크도 자주 하는 사람인지라 저는 그냥 '소녀시대입니다 여러분' 하고 끝낼거라고 생각했는데 참 의외였습니다. 그 나라 말로 인사를 해주는 것도 모자라 "That was lovely (정말 사랑스러웠어요)" 라고 칭찬을 해주는 대목에서 뭐라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미국 TV 를 보면서 이런 뿌듯함을 느껴보기는 2010년 초 NBC 에서 생중계로 방영한 김연아 선수의 밴쿠버 올림픽 결승전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 한가지.. 레터맨쇼의 좁은 무대, 빈약한 조명 그리고 에코조차 넣어주지 않은 마이크 시스템등에 실망하신 분들이 많은데 레터맨쇼가 원래 그렇습니다. 나온 가수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없기로 유명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존재감과 자신감을 보여준 소녀시대에 찬사를 보냅니다. 아래 동영상은 제가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인 에디 반할렌이 레터맨쇼에 나왔을 때의 영상인데요, 당시에도 이미 세계적인 이 기타리스트조차도 연주를 제외하면 이렇게 초라하게 나왔다가 들어갑니다. ^^;;
 



다음날 Live! with Kelly 는 생중계로 보고 싶었지만 직장인인 탓에 눈물을 머금고 회사를 가야했습니다. 제가 있는 동네에서는 오전 9시에 방영을 했고 한시간 먼저 방송한 동부지역 사람들 덕분에 9시 40분이 되어야 소녀시대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압도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는 Live! with Regis & Kelly 에서 레지스가 은퇴를 하고 여성 호스트인 Kelly 가 매번 초청 호스트와 함께 진행을 하는 이 프로그램은 많은 가정주부들이 집에서 가족들을 회사와 학교로 보내고 커피 한잔과 보거나 뉴요커들이 헬스클럽에서 오전운동을 하면서 보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합니다. ^^ 저는 약간 시차를 두고 유튜브 동영상으로 보았지만 아침 방송에 어울리는 의상과 편곡 그리고 뒷부분의 티파니의 자연스러운 토크에 아주 많이 매료가 되었습니다.

이날 공동 호스트인 스탠딩 코메디언인 하위 만델이 "영어를 참 잘하시네요" 라는 말을 두번이나 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외국 초대 손님들이 영어를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낯선 나라에서 온 소녀그룹 멤버가 그렇게 유창하게 영어로 얘기할 줄 몰랐다는 것이죠. 함께 춤을 배워보자고 하면서 이 춤의 이름이 뭐냐고 하자 이름이 없으니 Ripa Dance 라고 하자고 한 티파니양의 순간기지는 정말 만점을 줘도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쇼 진행자 Kelly 의 성이 바로 Ripa 입니다 ^^). 다만 제시카 양이 손에 들고 있는 마이크를 입에 가까이 들어서 좀 더 크게 얘기했으면 어떨까 하는게 유일하게 남는 아쉬움이었습니다. 이미 신문 보도로도 나왔지만 켈리가 관중석에서 "GG" 혹은 한국말로 "소녀시대" 를 외치면서 함께 따라부르는 관객을 보고 생애 이런 리액션은 처음 본다라고 했던게 저에게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나름 감동적인 이틀을 보내고 2월 2일 저녁에는 다시 원더걸스가 그들의 이름을 딴 드라마 "The Wonder Girls" 를 TeenNick 이라는 케이블에서 방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3일 연속 한국의 소녀들이 맹공을 퍼붓는 것이지요. 참고로 TeenNick 채널에 대하여 약간의 부연설명을 드리자면 미국의 경우 아이들을 위한 채널들이 확실하게 분리가 되어 있고 규모가 매우 큽니다. 미국의 아이들을 위한 채널 중 양대산맥이 바로 디즈니 채널과 Nick 이라고 불리우는 Nickelodeon (니클로디언이라고 발음합니다) 채널인데 좀 뻔해 보이는 디즈니 채널에 비해서 오히려 니클로디언이 체감상 인기는 더 높습니다. 저희 아이들이 자랄 때도 니클로디언을 더 많이 보았고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스폰지밥, 러그랫(Rugrats), 파워레인져, 블루스 클루스(Blue's Clues) 등이며 이 회사가 틴에이져들만을 겨냥해서 만든 것이 바로 TeenNick 채널입니다. 이 회사의 소유주는 미국에서 가장 큰 방송/영화 재벌이라고 할 수 있는 Viacom 이구요 (파라마운트 영화사와 MTV 가 여기 소속입니다). 그러니 미국 4대 공중파 (CBS, NBC, ABC, FOX) 정도의 지명도는 아니더라도 아주 듣보잡 방송은 아니며 틴에이져들 사이에서는 나름 확고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방송이기도 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따로 케이블을 신청하지 않아서 공중파만 나오기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TeenNick 채널 홈페이지에서 방송을 마치자마자 그들의 홈페이지에 바로 풀 에피소드를 올려놓아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볼 수가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의 IP 주소로는 이 방송을 볼 수가 없습니다. 프록시나 공개 VPN 주소등을 이용하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링크는 http://www.teennick.com/videos/playlist/play/the-wonder-girls-playlist.html 입니다. 여러개로 나누어 있지만 아쉬운대로 아래의 유튜브 동영상도 가능합니다. ^^)


저 개인적으로는 소녀시대의 팬이면서도 원더걸스의 드라마를 한국 연예인의 미국 진출 성과로는 훨씬 더 높게 칩니다. 소녀시대의 경우 워낙 센세이션이고 화제의 인물이라 초대받아서 나올 수 있는 것이지만 원더걸스의 경우 자기의 이름을 건 드라마를 미국 방송에 올린다는 것은 정말 미국의 보수적이고 외국인에게 폐쇄적인 방송 성향을 볼 때 경천동지할 일입니다. 우리나라 연예인 중에 제가 알기에 카라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건 드라마를 일본 방송에 올릴 수 있었는데 짐작하시다시피 일본방송과 미국방송은 그 영향력의 크기에서 감히 비교불허입니다 (원더걸스가 소녀시대나 카라보다 낫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니 오해 없이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 방송을 보기 시작하면서 아예 손발이 오그라들 각오를 하고 시작했습니다. 영어로는 cheesy 하다고 표현을 하는데 그야말로 유치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 것임은 너무나 뻔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개인적으로 완전 대박이었습니다. ^^ 나온 멤버들의 영어도 수준급이었고 다시 빠르게 편곡된 Nobody 도 딱딱 귀에 달라붙었고 한편의 드라마에서 Be My Baby 와 The DJ is mine 까지 세곡이 아주 적절하게 잘 소개되었습니다. 거기다가 첫 에피소드에서 주연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한 예은양 (미국이름 Yenny) 의 연기가 빼어났습니다. 그리고 오... 그동안 '쟤는 왜 데려왔어?' 라는 소리를 항상 들으며 자신의 억울한 처지를 토로한 'Act Cool' 이라는 노래까지 발표한 혜림양의 얼빵한 연기는 발군이었습니다. '아 저래서 혜림이 존재하는구나' 라고까지 생각될만큼 이 드라마에서 그녀의 존재감과 자연스러움은 최고였습니다. 더구나 미국 드라마인데 내용중에서 '대박'이라는 단어를 가르쳐 주고 극중에 쓰게 하는 친절함까지.. ^^;; 또 요즘 연기에 슬슬 맛을 들이고 있는 프로듀서 박진영의 코믹한 연기도 지나치지 않고 딱 좋았습니다.

함께 드라마를 본 딸아이와 함께 방송이 끝나자마자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뒈~~~박~~~" 이라고 외칠만큼 성공적이었습니다. 연기도 음악도 감초 연기자들도 다 좋았던 내용은 뻔하지만 참 재밌게 보게 되는 그런 드라마였습니다 (그러고보니 한국 드라마들이 이런 패턴 아니던가요? ^^).

제가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듣기에 총 6회의 에피소드로 구성이 되어있다니 앞으로 5회가 더 나갈동안 분명히 미국에서의 원더걸스의 지명도를 넓히는데 큰 힘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필자 주 : 댓글에 제공해주신 정보를 보니 단발성 영화이고 반복방영된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들은 이제 미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드라마를 방송한 연예인이라는 걸출한 경력을 그들의 이력서에 추가할 수 있게 되었네요.

항상 많은 분들이 그렇게 얘기합니다. '정말 미국에 한류라는게 존재는 하는건지요?' 아니면 '우리가 너무 호들갑 떠는 것 아니야?' 혹은 '미국 내주변에서 한국 가수 아는 사람 별로없다' 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계시지요.

제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한류가 정말 심상치 않다는 것입니다. 미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그것도 주 시청층이 어느정도 연식이 되는 사람들이 보는 데이빗 레터맨쇼의 프로듀서가 그냥 인터넷 서핑하다가 아무나 찍어서 데려왔을까요? 또 소녀시대가 출연한 Live! with Kelly 당일의 또 한명의 초대손님은 미국에서 J. Lo 라고 불리우는 인기 초절정의 Jennifer Lopez 였습니다. J. Lo 와 함께 초대받아 미국의 TV 에 나오는 한국 연예인이 있을 거라고는 정말 단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습니다.

오지랍이 넓은 제 성격상 주변의 미국인들 혹은 외국인들에게 소녀시대 동영상을 틀어주면 언제나 첫 인상은 비슷합니다. "이상해..." 그렇죠. 미국에 9명이 떼로 나오는 가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제 옆자리의 짐바브웨에서 온 연구원도 "지지지지" 거리고 있습니다. ^^ 제가 있는 연구소는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공학박사들이 대부분인데요, 정말 공부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13억 중국인구에서 뽑고 또 뽑힌 중국 박사들도 이병헌/원빈/송혜교/소녀시대를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부인이 늘상 집에서 틀어대거든요. ^^;; 미국 드라마도 인도 드라마도 안본다고 하는 제 인도 여성 상사는 한국의 드라마를 모두 한편도 안 빼놓고 보고 있습니다 (요즘은 본인이 좋아하는 이동욱이 나오는 Wild Romance (난폭한 로맨스) 를 매회 보고 있으며 '해를 품은 달' 같은 것까지 다 챙겨 보고 있습니다). 이 인도 상사는 며칠전에 우리끼리 얘기하다가 인도영화 얘기가 나오자 자기는 인도영화 잘 모른다 차라리 한국 드라마를 물어 보라고 해서 저희를 웃겼습니다.

처음 미국에 와서 본 영화중에 여러분이 잘 아시는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에린 브로코비치' 가 있는데 극중 대사중에 '난 현대 엑셀을 몰아' 라고 하는 말이 그녀의 비참한 형편을 말해주는 은유로 쓰인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한국의 소녀들이 레터맨쇼, 켈리쇼에 나오고 자신의 이름을 딴 드라마를 하네요.

쓰잘데 없이 긴글이지만 저의 심정을 충분히 여러분들이 잘 이해해 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즐겨가는 아마존에 가보니 어느새 소녀시대의 The Boys 앨범은 World-Rock 장르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전체 팝 장르에서 지금 61위를 달리고 있네요.

그들로 인해서 3일이 정말 행복했고 뿌듯했고 다음주 목요일에 방영될 "The Wonder Girls" 2회를 목놓아 기다릴 계획입니다. 원래는 한국인이라는 의무감에 한회 보고 뿌듯해 하고 말 계획이었거든요. ^^ 미국와서 한국인이라는게 요즘만큼 이렇게 자랑스러운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모든게 한국인의 야간 자율학습도 마다않고 휴일에도 쉬지않고 일할 수 있는 끈기와 인내 그리고 저력 때문이라고 이해할랍니다. ^^;;
 



P.S. : 3일간의 시청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 하나를 꼽으라면 레터맨쇼에서 중간에 새로이 삽입된 댄스 브레이크에서 가장 키가 크고 날씬한 수영앞이 앞으로 나서면서 그녀의 긴팔과 다리로 파워풀한 댄스를 선보일 때였습니다. 곧 이어 그 뒤로 소녀시대의 장신 그룹 서현양과 유리양이 받치면서 삼각편대를 이루는데 그 이후에 이 장면을 수십번 돌려보았을만큼 멋지더군요. 도대체 한국의 소녀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서양인을 능가하는 멋진 체형을 가지게 된걸까요? ^^;;


P.S. 2 : 미국에 한류를 소개한 제1세대로 비/소녀시대/원더걸스/동방신기/슈퍼쥬니어/빅뱅을 꼽을 수 있다면 2 세대 주자의 선두는 단연 샤이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맞부딛힌 미국인들의 한류 스타에 대한 평가에서 샤이니가 단연 제일 뜨거웠습니다. 샤이니와 2NE1 은 미국에서도 잘 먹힐거라고 생각하며 샤이니는 앞선 세대의 성공을 발판으로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리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샤이니의 팬은 아닙니다. 걸그룹들 좋아하기도 바쁩니다 ^^).





 

Posted by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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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녁 식사 후 딸아이가 뭔가를 발견하여 저에게 알려준 것이 저뿐만 아니라 혹시 여러분들에게도 흥미로운 얘기가 되지 않을까 하여 나누어 봅니다.

저는 뭐 다른 아빠에 비하여 저의 아이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둘째 아이인 6학년 (미국에서는 6학년이 중학생입니다 ^^) 짜리 딸아이와는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 가끔 둘이 죽이 맞아 신나게 떠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저와 딸아이는 저희가 사는 이곳 미국에서는 K-Pop 으로 대변되는 한국 걸그룹들의 음악과 한국 쇼프로에 대하여 대화를 많이 나누는데요, 오늘은 저녁을 먹고 혼자서 런닝맨을 노트북으로 보고난 딸이 갑자기 저를 부릅니다

"아빠 이리 와봐요. K-pop 에 대한 얘기가 있어요"
"응 ?????"

무슨 얘기인가 가보니 딸아이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중에 Fine Bros 라고 하는 두명의 남자가 운영하는 동영상 채널이 있는데 거기에서 K-pop 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신기해서 저를 부른 겁니다. 이 채널 중 한 인기 코너가 "Kids react to (아이들이 ~을 느끼기를)" 이라고 사회의 여러가지 현상을 초등학교 학생이나 그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겁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이렇게 아이들이 유튜브의 자기가 좋아하는 채널에 가서 방송을 보고 학교에 가서 얘기를 하는게 많이 보편화 되어 있고 Fine Bros 의 경우도 조회수를 보니 천이백만이 넘는 것을 보니 나름 인기가 있는 채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여기서 "Kids react to K-Pop" 이라는 주제로 얘기를 나눈 것을 저희 딸아이가 우연히 방금 발견하고 신기해서 얘기해 준 것입니다 (글쓰기 10분전 이야기입니다 ^^).  아래에 동영상을 첨부합니다.  아쉽게도 한국 자막은 포함이 되어 있지 않은데요 (저자주: 자막이 들어간 버젼은 나중에 발견하여서 글 끝에 첨부를 했습니다), 아마도 대략의 내용은 쉽게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좀 간추려 보면 미국의 아이들에게 소녀시대, 2NE1 과 슈퍼주니어의 뮤직비디오를 틀어주고 아이들의 반응을 봅니다.  물론 K-pop 을 접해보지 않은 아이들이라 온갖 해괴한 반응들이 다 나옵니다. Weird (괴상하다) 도 있고 발리우드 음악 (인도의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음악) 같다라는 평도 있고 생전 처음 본 음악에 대하여 여러 풍부한 반응들을 보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좋다는 반응들도 있고 여기에 소개된 친구들의 반 정도는 계속 들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계속해서 듣고 싶다고 얘기를 합니다.  또한 어느 나라 음악 같냐는 음악에 대하여 대부분은 Japan 이라고 얘기를 하지만 (미국의 아이들은 동양이다 하면 대부분 Japan 을 먼저 꼽습니다. ^^) 한 흑인 아이는 Korea 라고 정확히 맞추기도 합니다.  또 한 어린이는 원더걸스 아니냐고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 "아니 원더걸스를 어찌 알지?" 하고 혼자 중얼거렸더니 딸아이는 "아빠, 원더걸스는 조나스 브러더스랑 같이 공연을 해서 많이 알아" 라고 얘기를 해주는군요.

그 중 인상적인 질문 하나는 아이들에게 한국의 걸그룹들이 오랜 훈련과 회사의 트레이닝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키워진 사람들이 하는 음악이라고 설명을 해주고 나서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도 던집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이유가 어찌됐든 Good Music 은 Good Music" 이라고 답하는게 매우 인상적입니다.  또 왜 이렇게 멤버들이 많다고 생각하냐고 물어보는 등 매우 흥미로운 대화들이 많습니다 (저도 한번 보고 쓰는 글이라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좀 있습니다 ^^).

제가 조금전 일어났던 일에 대하여 호들갑스럽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제는 서서히 미국에서도 K-Pop 의 열기가 미국 일반 대중에게도 인지가 되기 시작하는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제가 이전에도 미국에서의 한류에 대하여서 이곳에 제가 몸으로 느끼는 미국의 한류라는 글을 쓴 적이 있듯이 제가 생각하는 미국의 한류는 아직은 매니아층에 머물러 있고 굳이 일반 대중에 알려지지 않더라도 아시아계랑 남미계 미국인들만 매혹시켜도 성공적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이 동영상 안에서 한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미국인 백인 진행자가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있고 이제 미국에도 열렬히 퍼지고 있는 K-Pop 열기"라고 본인의 이야기로 표현한 것이 나름 충격적입니다.  이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비디오 뒷부분에서는 실제 소녀시대, 2NE1, 슈퍼주니어에 대하여 그들을 처음 본 미국 어린이들에게 누가 좋은지 즉석에서 투표도 하는게 나오는데 누가 일등했을 것 같습니까? ^^  저로서는 좀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K-Pop 이 미국에서 이렇게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군요.  개인적으로 매우 놀랍기도 하고 이렇게 코리아라고 하는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하여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한국의 아이돌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P.S. : 아래는 'Kids react to K-Pop" 의 한글 자막 버젼입니다.  다음팟 영상이라 미주나 외국에 계신 분들은 버퍼링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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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뜬금없이 원더걸스 얘기를 한번 해보고자 합니다.  오늘 빌보드 닷컴 원더걸스 동영상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해서요.  ^^;;
 
이 친구들을 보고 있자면 예전에 무대포로 미국에 건너오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제법 안정적이고 장래가 보장된 전문직 직업을 그만두고 애까지 딸린 상태로 어학연수생으로 미국으로 건너오려고 할 때 주변의 반응은 모두 비슷했었습니다. "너 미쳤냐?" 내지는 "좋은 자리 놔두고.. 쯧쯧쯧.."  그리고 건너와서 고생 찔찔.. "거기는 왜 가서 그 고생이니?" 라고 얘기해 주던 저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던 친구들..
 
원더걸스의 요즘 반응과 참 흡사합니다.  미국으로 건너가서 이래저래 고생하고 있는 전직 넘버원 걸그룹.. 혹은 JYP 의 꿈에 희생양이 된 본진을 털린 왕년의 넘버원 아이돌..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예전에 원더걸스의 동영상을 하나 본 적이 있습니다.  참 직찍스러운 동영상이었는데 연도가 기억나지는 않으나 미국 진출을 앞두고 박진영씨가 멤버들에게 미국 진출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모습과 멤버 하나 하나가 힘들지만 열심히 해보겠다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런 각오를 얘기하는 그런 동영상이었던 걸로 기억을 합니다.
 
그리고 미국에 건너와서 죠나스 브러더스의 전미 순회공연을 한다고 할 때 사실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미국에서 죠나스 브러더스라고 한다면 한국에서 2PM 의 위상 못지 않은 위치를 구가하는 절대 강자였거든요.  그들의 오프닝 무대에 서서 전미를 순회한다는 것은 정말 어떤 뮤지션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었거든요.  그 후에 2009년 Teen Choice Award 에 초대손님으로 초청을 받았을 때 또 한번 놀랬었습니다.  Teen Choice Award 는 미국 공중파 TV 인 Fox 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10대들에게 절대적으로 인기가 있는 스타들만이 초청되는 그런 시상식이었었습니다.  지금도 미국을 대표하는 틴에이지 스타인 마일리 사이러스가 참가하는 그 행사에 한국의 가수가 함께 한다는 사실이 미국에 사는 한사람으로서 내심 자랑스러웠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더욱 놀라게 된 것은 당시 MTV 에서 만들었던 원더걸스를 따라다니며 찍었던 다큐멘터리의 한장면에서였습니다.  바로 그들이 미국의 전통적인 유명한 공연장 House of Blues 의 벽에 매진을 기록한 아티스트들만이 남길 수 있는 싸인을 적는 장면에서였습니다.  Usher 와 Sting 그리고 전설의 B.B. King 이름옆에 원더걸스의 이름이 기록될 때에는 내심 짜릿하기도 했었습니다.  올해 1월에는 라스베가스에서 Earth, Wind & Fire 의 40주년 기념 파티 및 공연에 오프닝으로 등장한다고 하는 뉴스 역시 한국 아이돌이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어 남모를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Wondergirls

Teen Choice Award 에서 원더걸스


 맨해턴의 JYP 빌딩에서 생활하면서 쓸데없이 야망만 큰 한 프로듀서의 꿈에 희생되는 아이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아래의 라디오쇼 동영상을 보면서 깨끗이 씻겨지게 되었습니다. 토크쇼속의 그들은 너무나 발랄하고 쾌활했으며 참 건강해 보였습니다.  MTV 에서 보여주었던 연작으로 만들어진 다큐스러운 리얼리티 기획물에서의 편안해 보이던 그들의 모습이 조작된 것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토크쇼에서의 그녀의 모습 하나 하나 그 나이에 걸맞는 발랄함이 살아있어서 정말 좋았고 맛있는 케익집 이야기를 할 때 들떠하던 그녀들의 모습은 그 나이 또래의 발랄함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K-Pop 이 왜 좋냐는 외국인들에게 행해진 각종 설문에서 내 이웃의 친구들 같은 느낌이 있어서 좋다라고 하는 반응에 부합되는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



이제 원더걸스는 미국에서 새 앨범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의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아이돌들에 비하면 매우 느린 속도로 활동을 해오고 있으나 모든게 느린 미국에서라면 전 이해가 됩니다.  여담이지만 가깝게 지내는 미국 친구가 이곳에서 밴드를 하고 있는데 한단계 한단계 올라가는 모습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던지 단번에 죠나스 브러더스의 오프닝을 꿰찬 원더걸스라면 정말 미국에서 음악을 하는 많은 무명의 아티스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설사 그들이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 물러선다 하더라도 제 생각에는 그들이 겪었던 미국 음악계의 모든 경험들이 나중에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미래의 원더걸스들에게 혹은 어떤 뮤지션에게도 정말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녀들에게도 세계 유행의 최중심지인 맨해턴에서의 몇년이 개인적으로도 결코 마이너스가 되리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이렇게 글을 적어나가다 보니 한 원더걸스의 극성팬이 적은 글 같아서 송구스럽기도 한데요 (사실은 저는 소녀시대 팬입니다 ^^) 세계 음악의 중심지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녀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아시아에 이어 유렵을 석권하고 있는 한국의 걸그룹들과 동시에 미국에서 이렇게 노력하면서 그 인지도를 넓혀 나가고 있는 한국 걸그룹이 있으니 이 얼마나 멋진 조합입니까?  이러한 노력들이 나중에 한자리에서 모여 상승효과를 낼 때 어떠할지 생각해 보면 짜릿해지기까지 합니다.

이제 오늘의 글을 쓰게 한 문제(^^)의 동영상입니다.  제가 한참 팝송을 듣던 1970-80년대에 '빌보드' 라는 한 단어가 주던 임팩트는 참 대단했었습니다.  언젠가는 한국 가수들이 빌보드에 등장할거라고 얘기하면 마치 NBA 에서 한국 선수가 MVP 를 먹을 수 있을거라는 것만큼 허황된 일로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는데 이제는 짧지만 Hot 100 챠트에도 등장을 했고 이렇게 빌보드지의 동영상 채널 사이트에도 세련되게 편집된 영상으로 한국 가수가 등장을 하는게 나름 참 감격스럽습니다.  

 
 
동영상 속에서 초반 분위기를 이끌어 주는 선예양도 자랑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로 안정적인 랩을 보여주는 유빈양, 그리고 선미양이 너무 아쉽긴 하나 JYP 의 신의 한수가 될 수도 있는 혜림양, 조용히 건반을 치다가 세련된 가창으로 포스를 보여주는 예은양, 그리고 미국인들이 참 좋아하는 아시아 여성상인 뮬란을 연상케 하는 소희양이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특히나 다들 여유있어 보이는 모습속에 한국 걸그룹의 진정한 파워가 엿보입니다.
 
그녀들의 행보를 계속 관심있게 지켜보면서 응원하려고 합니다.  무모하게 여겨지던 도전을 현재진행형으로 하고 있는 그녀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잊혀져 가는 아이돌이 아닌 팝음악의 본진에 뛰어들어 묵묵히 진화해 나가는 그들이 찬란하게 꽃피기를 바래 봅니다.  누구보다 그녀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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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니는 커뮤니티에서 외국의 한류에 대한 글을 읽고 이에 대한 답으로 미국에서의 한류에 대한 글을 몇자 적어 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유럽에서도 SM TOWN 컨서트 등으로 인한 한류 움직임이 심상치 않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찻잔속 태풍'이 아니냐 혹은 일부 매니아들 반응을 매스컴에서 과장하는 것 아니냐 하는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그러면서 나오는 비교가 미국 시장 얘기를 많이 합니다.  아직 미국에서는 한류가 시작도 못했고 아는 사람도 거 없다는 얘기죠.

SM TOWN 포스터

SM TOWN 파리 컨서트 포스터

 
흠.. 그런데 미국도 현재 아시안쪽 학생들 (초중고 대학생들, 미국에서 태어난 아시아인들 포함), 주부들 사이에서는 한류가 굉장한 폭발력을 발휘하는 중입니다. 중국이든 베트남이든 타이 사람이건 제가 한국사람이라는것만 알면 무조건 한국 연예계 얘기를 합니다. 그들 입에서 줄줄줄 나오는 한국 배우 및 가수들 이름을 듣다보면 참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아시아쪽 남자들, 그것도 연예계에 관심이 없는 박사급 고학력자들을 보아도 열광적으로 얘기는 안해도 한류 스타 및 한국 영화와 음악을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새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서 인도 상사와 일을 하는데 대단한 한국 드라마팬입니다. 조금이 아니라 정말 최근에 하는 한국 드라마는 다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분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 중에 한국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며 혼자서 한류에 빠진 케이스입니다. 또한 최근에 함께 일하게 된 다른 인도 아가씨 역시 가장 감명깊게 본 영화를 물어보니 한국영화 '클래식'이랍니다.  그리고 'A Moment to Remember' 라는 영화와 같은 영화를 또 보고 싶다고 해서 찾아보니 '내 머리속의 지우개' 더군요.  ^^  또한 유튜브에서 한국 영화중 가장 재미있는 영화 10선이라는 비디오 클립을 저에게 보여주면서 이것들 중 뭐가 제일 낫냐고 물어봅니다.

그래도 혹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미국 길거리 미국인들에게 한류 드라마나 음악에 대해 물어봐라, 하나도 모른다라고..  맞습니다.  길거리 지나가는 미국인에게 Rain(비)를 물어보면 모르는 분이 훨씬 많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한류가 미국 일반들에게 퍼질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에 있는 아시안만 석권해도 (이미 상당히 퍼진 상태입니다) 그 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미국 주립대학교 도서관에 가보면 한국인이 아닌데 노트북 바탕화면에 소녀시대, 2NE1, 슈퍼 쥬니어, 샤이니를 깔아놓은 학생들을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한가지 주목할만 일은 임재범이나 김범수 같은 가수들, 소위 진정한 음악성과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수준높은 뮤지션들은 미국에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습니다. 그런데 미국 easy pop 이나 아이돌 계열 시장 요즘 추세는 집에서 혼자 뚱땅거리다가 유튜브 등을 통해 발탁이 되어 일약 슈퍼스타가 되거나 (솔쟈보이 나 저스틴 비버 등) 아니면 어메리칸 아이돌등을 통해서 데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처럼 4-5년 심지어는 8년씩 철저하게 교육되어져 키워지는 아이돌이 이곳 서양에는 없습니다. 그걸 버틸 외국애들도 아니구요 (우리 한국 학생들이 어떻습니까? 하루에 학원 5개를 돌거나 야간 자율학습을 어린 친구들도 밥먹듯이 해내는 민족입니다 ^^). 가만히 한국 아이돌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멀티 패키지입니다. 만화에서 튀어나온듯한 미모에 늘씬한 몸매, 빼어난 춤솜씨와 놀라운 군무 거기다가 가창력까지.. 작곡가도 서양 작곡가를 써서 거부감도 없습니다. 안 좋아할 길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우월한 존재입니다. 많은 일본 에니메이션 팬들이 K-pop 매니아가 되는 것도 수긍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걸그룹 중에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있었고 파급력이 컸던 그룹을 하나만 뽑으라면 저는 '스파이스 걸스' 를 뽑는데 소녀시대랑 비교해 보면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상대가 안됩니다. 그만큼 우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한물갔다고 여기곤 하는 원더걸스도 여기서 어느 정도 먹힙니다.  죠나스 브러더스 오프닝 공연이나 라스베가스에서 열렸던 Earth, Wind & Fire  40주년 기념 공연 오프닝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가 금방 따라 잡을 수도 없습니다. 지금 시작해도 최소한 3년 이상 격차가 납니다.

Spice Girls

Spice Girls

 
요즘 미국에서 나오는 가수들을 중 아이돌 계열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저 정도면 2NE1 과 소녀시대가 올킬이 가능하겠다 하는 생각마져 듭니다.

한류,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파급력이 큽니다. 미국 지금 저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한류가 장난 아닙니다. 이미 히스패닉 (남미 사람들) 사람들도 한국 사극에 홀딱 빠져있습니다. 왕건과 불멸 영웅 이순신은 대장금 못지 않게 인기였습니다.  거듭 얘기하지만 미국 일반 대중들 몰라도 됩니다. 아시안과 남미만 잡으면 게임 셋입니다.

저는 한때 IMDB (인터넷 무비 데이터베이스) 게시판에서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엽기적인 그녀' 게시판에서 영화속 여러가지 암시를 궁금해 하는 외국 사람들에게 DVD 에 있는 감독 코멘터리와 제가 여기저기서 줏어들은 날림상식으로 열심히 대답을 해주어 감사 말들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VJ 특공대에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미국 아줌마들 모임이 있다고 소개가 되어 그곳에 가입하여 잠시 활동한 적도 있습니다.  그곳에서 정말 한국 드라마를 너무나 사랑하는 일부 (네 아직은 일부입니다 ^^) 미국 아주머님들께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저 역시 너무 신기해한 적도 있습니다.

정말 한국 사람이라는게 너무나 자랑스러운 요즘입니다.




P.S. : 미국에서 한류 관련 제일 놀랐던 사실은 제가 학위과정을 할 때 제 지도교수가 Rain 을 아냐고 저에게 물어봤을 때입니다. 이 사람은 자기가 하는 분야 세계 1인자인데다가 전형적인 미국 백인인데 단 한번도 엔터테인먼트 관련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Time 100 인으로 선정된 것을 보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제가 티켓 한장 더 팔아주겠다고 Ninja Assasin 보러간 극장에서 멀리서 영화를 보고 가는 그를 보고 두번 놀랐습니다. ^^

P.S. 2 : 미국 한류 중심지는 저는 차이나 타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한국 CD 를 싸게 구할 수 있어 큰 도시에 갈때 차이나 타운에 가는데 그곳 거 모든 음반과 비디오 가게는 한국 컨텐츠가 석권을 하고 있습니다.  15년전에는 일본 가수인 Zard  CD 를 사러 갔었는데 말이죠. 덕분에 대도시에 요즘 한류상품만 파는 매장이 하나씩 문을 열고 있고 시카고에는 한인 마켓 중 제일 큰 H 마트 안에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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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미국에서 두 도시 합쳐서 인구가 10만 정도 되는 작은 쌍동이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지방에도 문화적 혜택이 비교적 골고루 나누어져 있어서 대도시만큼은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문화적 혜택을 차별없이 받고 있는 편입니다. 작은 도시여서 좋은 것이 대도시라면 얻기 힘든 기회를 작은 도시인 탓에 누릴 수 있다는 점이죠. 예를 들어 유명 가수의 컨서트를 싼 가격에 좋은 자리를 구할 수 있다거나 유명인들이 방문을 할 때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좀더 많은 그런 점들 말입니다. 최근, 정확히 지난 토요일 (4월 24일) 에도 저에게 이러한 좋은 기회가 있었기에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신 여러분들과 제가 겪었던 경험을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현재 미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감독은 한국인이신 전재수씨입니다. 요즘 논란이 되고있는 한국 쇼트트랙 감독이신 전재목씨의 친형이기도 한 이 분은 지난 밴쿠버 올림픽에서 오노 선수가 경기를 끝내고 나면 제일 먼저 와서 하이 파이브를 하던, 한국 감독들과 나란히 서계시면 미국 감독님 같은 느낌이 전혀 안나던 그런 분이셨죠. ^^;; 그 전재수 감독님이 저희 동네에 와서 강연을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있는 동네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많은 외국 인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사회적 영향이 미미한바 이를 개선하고자 몇몇분들이 뜻을 모아 한국 문화원이라는 것을 설립했는데 이곳에서 행하는 워크샵 중의 일환으로 초청강연을 하시게 된 것입니다. 저도 이 단체에 적게나마 관련이 되어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재수 감독님에 대한 호기심이 주된 이유가 되어 강연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나름 사회에서 자기 나름의 확고한 위치나 명성을 확보한 분들을 만날 때면 언제든지 아들 녀석을 데리고 나갑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유명인을 만날 때마다 항상 데리고 나가곤 했었는데 정작 본인이야 그동안 시큰둥해 왔었지만 이러한 작은 만남들이 아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애비의 확고한 신념이 있는터라 이제 아들 녀석도 좋건 싫건 상관없이 잘 따라 다닙니다.

전재수 감독의 강연이 열린 곳은 Business Instructional Facility 라고 저희 학교의 경제학과 (College of Business) 에서 강의 및 여러가지 용도로 다양하게 이용하는 곳입니다. 글자만 계속되는 글이 지루하실까봐, 또 제가 사는 곳에 있는 대학교 (University of Illlinois at Urbana-Champaign) 건물은 이렇게 생겼구나 하는 단편적인 느낌이라도 가지시라고 건물 사진 몇장 올려 봅니다.


막상 강연장에 도착하니 주최하는 분들이야 뭐 오랫동안 알아온 분들이라 반갑게 인사를 나누자마자 바로 학생들 사이에 둘러 앉아있는 전 감독님의 테이블로 안내를 해주시더군요. 아마도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유일한 연식이 있는 방문객이라 그랬던 모양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전 감독의 지도로 이번 밴쿠버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 미터에서 은메달, 3000 미터 계주에서 동메달을 딴 2관왕 Katherine Reutter 가 이 동네 출신이며 저의 아들과 같은 고등학교라는 이야기를 시작하자 금방 대화의 물꼬가 트였고 곧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마침 전 감독님도 저의 아들의 고등학교를 금방 갔다왔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있는 이 도시 샴페인은 Katherine Reutter 외에도 오노가 이번에 기록을 깨기 전까지 미국 동계 올림픽 역사상 개인으로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했던 Bonnie Blair 의 고향이기도 해서 동계 올림픽과는 이상하게 인연이 많은 곳입니다 (저희 동네에는 Bonnie 의 이름을 딴 거리도 있습니다). Katherine 이나 Bonnie Blair 나 저의 아들이나 모두 같은 고등학교 동문이라서 더욱 의미가 있구요.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다른 분이 마침 사진에 담아준게 있습니다. 대충 아래 사진과 같은 이런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제 이야기도 열심히 들어주시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 소위 유명하다는 분들을 만나보면 뭐랄까 특유의 유명인들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나는 유명한 사람이야' 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는데 전 감독님은 이와는 거리가 매우 먼, 정말 소탈하고 진솔한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는 나중에 헤어질 때까지 이어져서 저는 전 감독님에 대한 아주 좋은 인상을 계속 받게 됩니다.

전재수

Photo courtesy of Ye Joo Park


곧 예정된 시간이 되어 강연이 시작이 되었고 애초에 준비해온 원고를 버리고 편한 분위기에서 개인의 경험담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주어서 강연은 정말 재미있고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은 워크샵에 와있었던 미국 중부 지역의 대학생들이었고 나이가 든 사람은 매우 적었었습니다. 거의 저와 이 광경을 취재하러온 지역 한인 신문 편집장님 정도가 유일했었으니까요.


한가지 특이한 점은 전 감독님의 이 강연이 있기 전 행사가 백악관에 가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것이었더군요. 오바마 대통령이 동계 올림픽 팀을 초청해서 함께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그런 자리였었는데 그 다음 행사로 이렇게 작은 도시의 소규모 모임을 선택해준 것에 대해서 일견 감사한 마음이 들었었습니다.

강연에서는 제가 신문들을 통해서 들어왔던 그런 이야기들이 아닌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2005년 여자 국가대표 감독이었다가 파벌등의 이유로 해서 해임이 됨으로써 오히려 그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망설여졌던 해외 진출을 홀가분하게 할 수 있었다는 얘기라든지 처음 코치로 갔었던 캐나다에서의 선수들과의 에피소드, 이미 쇼트트랙 강국이어서 성취감을 맛볼 기회가 적었던 캐나다를 떠나 미국으로 오게 된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아무래도 강연은 그동안 가장 오래 몸을 담았고 공을 들였던 미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에서의 일을 중심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처음에 미국팀을 맡고 나서 너무 오노 선수와 다른 선수와의 실력 격차가 커서 힘들었던 얘기라든지 감독이 있건 없건 그 앞에서 선수들끼리 싸운거나 맘에 안드는 동료선수가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데 거기다가 물을 뿌려 버리는 등의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먼저 매너를 바로 잡아야겠다고 결심하고 행동에 옮겼던 얘기들도 이채로웠습니다. 그래서 전 감독의 초기 부임 시절에는 스케이팅 실력의 향상보다도 이러한 선수로서의 매너라든지 인성을 키우는데 굉장히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미국의 운동팀에서 잘 하지 않는 부분인데 결과적으로 전 감독의 이런 식의 훈련이 큰 성과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다만 모든 선수들이 이를 다 따르지는 않아서 끝까지 변하지 않는 선수도 역시 있었다고 술회하시더군요. 그러나 결국 이러한 과정을 다 거쳐내는 선수들이 끝까지 남게되는 선수들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무엇보다도 안톤 오노에 대해서 참석자들이 많이 궁금해 했는데 이미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그는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성실하고 코치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고 따라주는 선수 (99.9% 가 아닌 100% 를 따르는 선수라는 표현을 쓰시더군요) 이며 홀아버지에 대한 효성이 여간 지극하지 않다는 칭찬이 있었습니다. 또한 한국 선수와의 관계도 굉장히 친밀할뿐 아니라 한국 선수를 무척 대단하게 여기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 (이는 저도 이번 올림픽의 오노 인터뷰에서 느끼는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오노 선수도 전 감독을 최근에 굉장히 화나게 한 적이 있는데 이는 여러분도 이미 잘 아시는 사건입니다. 바로 밴쿠버 올림픽 쇼트트랙 1500 미터에서 우리 선수인 이호석과 성시백이 충돌을 하여 오노 선수가 어부지리로 은메달을 땄었는데 이때 경기 직후 코치가 있는 곳으로 들어오면서 오노가 손으로 목을 긋는 행동을 했던 것을 여러분들도 기억을 할 것입니다. 이 행동의 의미는 한국팀끼리 부딪혀서 넘어지는 바람에 탈락했다 이런 의미였었죠. 당시 전 감독은 한국팀 선수들끼리 충돌을 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난 상태인데다가 오노가 선수로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될 매너를 보여줘서 이날 밖에 나가서 오노를 따로 불러서 엄청나게 화를 냈다고 하더군요. 오노 선수가 뜻하지 않게 은메달을 땄기에 기분이 좋았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표정관리 하느라고 힘들었다고 얘기하더군요.  이 사건은 한국의 매스컴에도 나중에 보도가 되었었지요.

전 감독님이야 미국팀 감독으로서 당연히 미국팀의 승리를 위해서 일하지만 한국팀이 지게 되는 것은 정말로 기분 나쁜 일이라고 고백을 해서 모두들 웃었습니다. 본인 역시 한국 선수였었고 한국에서 국가대표 감독생활을 하고 한때는 국가대표 12명중에 8명이 자신이 가르치던 선수였던 경험이 있었던지라 미국 감독이 된 지금에도 한국 선수들에 대한 애정은 아주 각별하더군요. 한국 선수들에 대한 대단함과 그들의 피를 깍는 노력 그리고 정말 혹독한 경쟁상황에서 살아남은 선수들만이 가지는 투지라든지 전 분야에 걸쳐 많이 극찬을 하시더군요.  한마디로 한국 선수들과 한국 쇼트트랙팀은 진정한 넘사벽이라는 의미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더하시는게 스케이팅은 다른 종목과는 달리 끊임없는 노력만으로도 어느 경지에 이를 수 있는 스포츠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나중에 강연이 끝나고 한 학생이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언제였나고 물어보자 미국 선수들이 잘 하는 순간도 좋았지만 (본인이 미국 국가대표를 맡고 한국 강릉에서 열린 선수권대회에서 미국팀이 우승을 했었다고) 뭐니뭐니해도 제일 감동적인 순간은 자신이 지켜보던, 잘되기를 원하던 선수가 아주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성취를 해내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라고 표현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염치불구하고 물었습니다. 그 선수가 누구냐고.. ^^;; 성시백 선수라고 얘기를 해주시더군요.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 500 미터와 5천미터 계주에서 시상대에 올라가는 (비록 둘다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게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술회하더군요.  사실 저는 전 감독님과 성시백 선수 간에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말씀을 하시면서도 정말 감동받은 표정을 하시는 걸로만 봐서도 상당히 전 감독님에게는 인상적인 순간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 아폴로 오노에 대한 한가지 더 웃음을 자아냈던 이야기는 지도자들끼리도 전세계 쇼트트랙 선수중 반칙을 잘하는 선수를 등급을 나눈다는 얘기를 할 때였습니다. 1등급, 2등급, 3등급으로 쇼트트랙 선수들 중 반칙을 잘하는 선수들을 분류하는데 (반칙도 하던 선수가 계속 한답니다 ^^) 1등급 안에 전세계적으로 6명이 있답니다. 그 중에 한명이 오노라고...

"오노 선수가 사실 반칙을 잘하기는 하죠"

이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50여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그야말로 빵 터졌습니다. 강연을 듣던 분들이 쇼트트랙의 반칙 문제나 이번 올림픽에서의 여자 계주팀의 탈락에 관한 논란 및 김동성과 오노선수의 유명했던 2002년의 그 사건 그리고 이번 호주 휴이시 심판의 의문스러운 판정에 관한 것들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해주셨고 이에 대해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주셨지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직접 만날 때 들려 드리기 위하여 남겨놓겠습니다. ^^;;

이제는 전 감독님이 미국팀을 이루고 거둔 성과가 워낙 각별해서 현재 미국 국가대표팀에서의 그의 위치는 선수를 지도하는 감독으로서뿐만 아니라 행정 전반에 걸쳐서 거의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까지 와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도 아들이 운동을 해서 알게 되었지만 정말 코치가 잘하면 믿고 모든 것을 맡겨주는게 이곳의 분위기인지라 어느 정도 납득이 가더군요. 사실은 전 감독님도 작년에 이제 어느 궤도에 오른 미국팀을 떠나 더욱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유럽팀으로 옮기려고 하였으나 이를 미리 눈치챈 미국팀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바람에 재계약하게되었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차마 연봉을 얼마 받느냐는 여쭈어 보지 못했습니다. ^^;;

저는 한국인으로서 미국팀을 이끄는 방식에 어떤 방식을 적용하는 지를 여쭈어 보았고 전 감독님은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같이 온 운동선수를 하고 있는 저의 아들을 위한 조언들도 따로 들려 주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두번째 질문으로서 쇼트트랙 전문가이자 감독님으로서 대한민국 역대 최고 쇼트트랙 선수 남녀 한명씩을 꼽아달라는 물음에 남자는 주저없이 안현수 선수를, 여자는 기량면에서는 진선유 선수이지만 종합적인 면에서는 전이경 선수를 꼽아 주셨습니다. 안현수 선수는 신동이라는 표현까지 쓸만큼 대단하다고 표현을 해주시더라구요.

제 글이 이미 너무 길어져서 더 많은 내용을 얘기해드릴 수는 없지만 참 좋은 자리였습니다. 끝나고 나서는 학생들 사인회도 이어지고 저도 기념으로 아들 녀석과 전 감독님의 사진을 한장 담았습니다. 저의 오랜 경험으로 볼 때 싸인은 그다지 남는 물건이 아니라서 저는 언제나 이렇게 인증샷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전 감독님의 양복에 달려있는 뱃지가 매우 크고 눈에 잘 띄어서 이게 뭐냐고 물어보면서 사진을 한장 찍었습니다.


그러자 "아 이거요? 미국 국가대표팀 밴쿠버 올림픽 뱃지입니다. 드릴까요?"

헉!!! 그래서 저 득템했습니다. 하하하.. 그 자리에서 서슴없이 빼서 주시더구만요. ^^ 아마도 오바마를 만나는 길에 착용을 하고 가셨었던 같은데 덕분에 저는 정말 멋진 선물을 하나 받았습니다. 저의 나름 개인 레어 컬렉션에 또 하나가 더 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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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손에 들어온 뱃지 ^^b


강연이 끝나고도 잠깐 얘기를 나누고 그걸로 전재수 감독님과의 만남은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한국 쇼트트랙 감독으로 캐나다로 와서 코치로 실력을 쌓고 다시 미국으로 와서 오늘날의 미국팀을 현재 위치로 올려놓은 주역으로서 그 분의 모습은 참 멋져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너무나 소탈한 모습으로 이 먼 작은 도시에까지 날아와서 대학생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낯선 학부형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이런 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그의 인간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앞으로 미국 쇼트트랙의 경기가 있을 때면 예전에는 아들 녀석의 동문인 캐서린을 위해서 응원했었지만 이제는 정말 전 감독님을 위하여 응원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보람있는 시간이었고 아들 녀석도 다 잘 알아들을 수 있을만큼 아주 평이하게 얘기를 잘해 주셔서 더욱 감사했었습니다.

여기서 미처 못다한 이야기들은 여러분이 저를 나중에 직접 만날 기회가 있을 때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직접 들으시게 되면 아 이래서 빠뜨렸구나 하고 이해해 주실 것입니다. *^^*

어느 토요일의 정말 멋진 만남이었습니다.

P.S. : 많은 한국 빙상을 아껴주시는 분들이 방문해서 제 글을 읽어주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미천한 글이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것 같아 무척 기쁩니다.



 
Posted by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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