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제목만을 보시고 샤이니 (SHINee) 팬 한사람이 "우리 오빠 최고야~~" 라는 논조의 글임을 예상하고 들어오셨다면 그건 아니라고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제가 바로 이전에 쓴 글 재미교포가 본 한류의 1편이라고 할 수 있는 '재미교포의 시각으로 본 한국 걸그룹의 미국 TV 습격기
에서 미국 차세대 한류 선두주자는 샤이니이다라고 단언한 부분에 대하여 나름대로 제 주장의 뒷받침이 되는 얘기를 해보고 싶어서 이렇게 부족한 글이나마 몇자 이어서 적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제 소개를 잠깐 드리자면 이전 글에서 밝혔다시피 미국생활 16년차이고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현재는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는 엔지니어입니다.  50이 더 가까운 40대 중반의 어쩌면 온라인에서는 늙다리 아저씨라고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는 나이이며 한류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왔습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수영양을 통해서 소녀시대를 알게 된 소시팬이며 한국에서 돈 잘벌고 안정적이라는 전문직을 버리고 소위 공돌이로 과를 바꾸어서 미국으로 유학을 온 탓에 주변분들에게 본의 아닌 동정심을 받는 것이 인기의 절정에서 미국와서 고생하면서 본진을 털렸다는 소리를 듣는 원더걸스와는 동병상련의 마음이 들어 심정적으로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더걸스를 위한 변명' 이라는 글을 쓴적도 있으며 그 글은 http://myusalife.com/64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 학교에 제가 태워다 주면서 함께 K-Pop 음악을 들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이제 중학교에 갓 들어간 딸 아이에게는 제가 소시팬을 가장한 카라팬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

이렇게 장황하게 소개를 드리는 이유는 제가 미디어 전문가이거나 관련 분야의 학문을 공부한 적이 없는 K-Pop 을 지극히 사랑하는 교포에 불과하며 그럼으로 제가 드리는 글 역시 전문적인 시각이라기보다는 일개 한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임을 밝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저도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혹시라도 제 글에 오류가 있다면 댓글로 많이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한류를 몸으로 가장 잘 실감할 수 있는 곳은 한국의 음반이나 DVD 를 파는 곳입니다.  제가 있는 지역에는 따로 한국의 음반이나 DVD 를 파는 곳이 없기 때문에 대도시의 주로 크게 형성되어 있는 일본 마켓 서점안에 있는 음반코너가 이런 곳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근처의 대도시에 가면 언제나 규모가 큰 일본 슈퍼마켓에 들리곤 합니다.  양질의 생선초밥이나 한식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마켓안의 푸드코드의 음식점 주인들이 대부분 한국 사람입니다 ^^) 일본의 대형서적 체인인 삼성당 서점이 있어서 그곳에서 최신 잡지나 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이미 일본에서 한류는 상당부분 퍼져있기에 일본 서점에서 보는 연예잡지들도 표지들이 한국 연예인인 경우가 굉장히 많고 (요즘은 장근석씨가 가장 자주 보입니다) CD 를 파는 코너에 가봐도 항상 잘 팔리는 CD 를 모아놓은 코너에는 역시 한국 가수들의 앨범들이 주류입니다.  비록 일본에서 발매되었다고 하더라도 한국 가수들의 CD 를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 이곳에 가서 이리저리 앨범 쟈켓을 구경해 보고 이를 찾는 외국인들을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이곳 미국에서는 낯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거는 것이 한국처럼 '뭥미?' 라는 반응을 끌어내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단지 한국 가수의 음반을 들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가 다가가서 가끔씩 말을 걸기도 합니다.  이러한 K-Pop 에 관심이 있는 미국인들에게 해당 가수에 대한 제가 얕게라도 아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면 참 좋아하곤 합니다.  저 역시 이들이 왜 한국 가수를 좋아할까 하는 호기심 덕분에 길지는 않지만 짧은 대화들을 즐겁게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곳에서 씨디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아시아 혈통으로 보이는 분들이 한국 가수의 CD 를 유심히 들여다 보는 모습은 미국일지라도 참 연스러운데 백인과 같은 벽안의 여성이 한국 보이밴드의 앨범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는 모습은 아직도 참 신기합니다.  사실 아시아계의 분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들은 우리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가수들과 거의 같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소녀시대, 슈퍼쥬니어, 동방신기, 빅뱅, 2NE1 등등 말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는 큰 주립대학이 있는데 (저도 이 학교에서 학위를 받았습니다) 도서관에 가보면 아시안 계통의 학생들의 노트북 바탕화면으로 바로 위에서 언급한 가수들의 사진이 깔려있는게 이제 더 이상 신기한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만나본 백인 혹은 흑인 여성들에게는 약간 다른 취향이 느껴졌습니다.  바로 이 점이 제가 샤이니가 다음 차세대 미국 한류를 이끌 선두주자라고 생각하게된 근거입니다.  유독 눈에 띄게 샤이니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 그룹에 비하여 높았습니다.  제가 갈때마다우연의 일치였는지 모르겠지만 음반 코너에서 샤이니의 앨범을 본 적이 없었고 이게 바로 다 팔려서였다는 것을 알았을때 혹시 샤이니가 더 인기가 있나 하는 짐작을 했었습니다만 막상 아시아계가 아닌 미국인 여성들이 샤이니의 CD 를 찾는 모습들을 보면서 어쩌면 샤이니는 다른 그룹에 비해서 더 어필하는게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쓴 미국의 한류라는 글 (http://myusalife.com/57) 에서 미국의 한류는 백인들의 주류사회가 아닌 미국내의 아시아계와 남미계에만 퍼져도 인구분포나 파급력면에서 크게 성공적이며 이미 한국에서 느끼는 것보다는 훨씬 더 이들에게 한류가 퍼져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만약 한류가 백인/흑인 소위 말하는 미국 주류사회에까지 침투하게 된다면 이는 정말 핵폭발에 버금갈만한 사건이며 이러한 징조를 샤이니에게서 느끼게 된 것 입니다.

제가 느끼는 미국에서의 대중문화 아이콘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강렬함'입니다.  한국에서는 손에 사탕을 들고 '아잉.. 오빠, 몰라.. 몰라..' 하는 귀여움 혹은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꽃미남 보이그룹이 생각보다 잘 먹혀들어가는데 반해서 미국에서는 이러한 컨셉으로는 먹힐 수 있는 곳은 디즈니 채널 TV 방송을 위주로 하는 초등학교 길게 봐서 중학교 까지 매우 한정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시장도 작지 않고 의외로 원더걸스가 이 층에게 현재 잘 어필을 하고 있습니다만...  

걸그룹 예를 들어보더라도 미국에서 그래도 누구나 알 수 있을만큼 성공했다고 보는 비욘세를 낳은 'Destiny's Child' 나 'Spcie Girls' 혹은 소녀시대를 보면 미국팬들이 가장 많이 떠올린다고 하는 'Pussycat Dolls' 역시 오빠의 어깨에 기대는 스타일이 아닌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펴는 소위 말하는 육덕진 글래머의 몸매로 팬들을 압도하는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녀시대의 미국 진출곡으로 'The Boys' 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댓글에서 소녀시대의 최고의 곡들이라고 할 수 있는 'Gee' 라든지 '소원을 말해봐' 로 미국 진출을 시도했다면 이미 소녀시대를 알고 있는 매니아 팬들을 제외하고는 디즈니 채널에나 나올 그룹들이 뭐하는 거야 정도의 반응이 나왔을 것으로 개인적으로 확신합니다.

그런데 다른 한국 그룹들보다 유독 샤이니에게서 저는 이런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강렬함이 느껴집니다.  물론 저는 샤이니에 대하여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이런 미국인들의 반응이 있은 후부터 유심히 그들을 지켜보았고 그들의 댄스나 음악에서 다른 그룹들보다 조금 더한 강렬함이 느껴진 것은 저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그룹내에서 제일 키도 크고 운동도 잘하고 뽀샤시한 피부를 가진 전통적인 순정만화형 캐릭터인 민호군보다 강렬한 댄스와 인상을 가진 다른 멤버들 예를 들어 태민이나 종현의 인기가 오히려 높은 것도 샤이니의 정체성을 설명해 주는데 좋은 증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런 생각은 샤이니가 이전에 비틀즈의 음반과 스튜디오로 유명한 Abbey Road 에 갔을때 영국 팬들의 열정적인 반응으로 더욱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뭐랄까 저에게는 그런 감이 느껴지게 된거죠.  샤이니야말로 미국 주류들로 파고들 한류의 신병기구나 하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물론 샤이니가 다른 한류 아티스트들에 비하여 무조건 최고야 하는 글이 아님을 여러분들이 더 잘 알아주실 줄 믿습니다.  그리고 결국 샤이니가 미국 본류로 파고든다면 나머지 한국 아티스트들도 당연히 덕을 크게 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고기와 잡채로 한국 음식을 알게 된 미국인들이 무려 한국사람이 아니면 먹고 있는 모습조차 생소해 보이는 오징어 덥밥과 순두부 백반까지 그 미각을 넓혀 나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미국에 사는 한국교포로써 저야 뭐 언제나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이 전세계에 그 우수성을 떨치며 인정받기를 누구보다도 기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비하여 더 창의적인 교육이라고도 할 수 없고 더 나은 교육 시스템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쳐나가는 대중문화와 첨단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한국인들의 그 한류를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미국 신문에서도 가끔 보이는 한국 클래식 음악가의 세계적인 콩쿨 석권 소식, 눈을 돌려 주변을 보면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에게 가장 흔하게 보이는 HJC 헬멧 (홍진 크라운이라는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뭐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이번에 소녀시대가 사인회를 했던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전세계에서 제일 큰 전자재품 양판점 체인인 Best Buy 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점거하고 있는 한국산 LCD TV 와 핸드폰들, 대폭적인 할인이 보편화된 자동차 시장에서 정가를 다 주어야만 살수 있는 한국의 아반테 (미국명 엘란트라) 자동차를 보면서 미국에 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인이라는게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날이 올줄 정말 몰랐거든요.

오래전에 가장 큰 영화 데이터베이스라고 알려져 있는 imdb.com 에서 한국 특정영화 게시판에서 활동하면서 그곳을 방문하는 외국 분들에게 영화에 대한 질문이 올라오면 나름 성의를 다해서 답변을 해주면서 (저는 한국 영화 DVD 에 수록되어 있는 감독 코멘터리를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외국분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에 답변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한국영화나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리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노력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영어로 되어있는 각종 한류 사이트에서 이미 많은 정보를 습득해서 그들끼리 한국 문화에 대해서 토론을 벌이는 외국인을 보면 여간 마음이 뿌듯한게 아닙니다.

부족하고 장황하고 매우 주관적인 글이었지만 이렇게 제가 가진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아울러 언제나 한류는 금방 사라지는 현상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분들에게 2005년경인가도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는 말씀으로 대답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의 본격적인 한류는 이제 시작입니다만 그 시초에 가수 비의 할리우드 영화 주연 및 Time 100인 선정이 있었고 소녀시대의 데이빗 레터맨쇼 출연 그리고 원더걸스의 TV 영화가 간과할 수 없는 시금석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소녀시대가 데이빗 레터맨쇼에서 모습을 선보인 에드 설리반 극장은 바로 전설적인 비틀즈가 최초로 미국을 방문해서 출연한 에드 설리반 쇼 (Ed Sullivan Show) 가 열렸던 곳, 비틀즈가 선보인 그곳이며 샤이니가 방문해서 팬을 맞았던 영국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 (Abbey Road Studio) 는 비틀즈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인 Abbey Road 가 만들어진 곳입니다.  한국 케이블 TV 프로그램인 비틀즈 코드의 평행이론처럼 들리는 이러한 일들이 나중에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얘기를 하게될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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