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뜬금없이 원더걸스 얘기를 한번 해보고자 합니다. 오늘 빌보드 닷컴 원더걸스 동영상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해서요. ^^;;
이 친구들을 보고 있자면 예전에 무대포로 미국에 건너오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제법 안정적이고 장래가 보장된 전문직 직업을 그만두고 애까지 딸린 상태로 어학연수생으로 미국으로 건너오려고 할 때 주변의 반응은 모두 비슷했었습니다. "너 미쳤냐?" 내지는 "좋은 자리 놔두고.. 쯧쯧쯧.." 그리고 건너와서 고생 찔찔.. "거기는 왜 가서 그 고생이니?" 라고 얘기해 주던 저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던 친구들..
원더걸스의 요즘 반응과 참 흡사합니다. 미국으로 건너가서 이래저래 고생하고 있는 전직 넘버원 걸그룹.. 혹은 JYP 의 꿈에 희생양이 된 본진을 털린 왕년의 넘버원 아이돌..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예전에 원더걸스의 동영상을 하나 본 적이 있습니다. 참 직찍스러운 동영상이었는데 연도가 기억나지는 않으나 미국 진출을 앞두고 박진영씨가 멤버들에게 미국 진출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모습과 멤버 하나 하나가 힘들지만 열심히 해보겠다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런 각오를 얘기하는 그런 동영상이었던 걸로 기억을 합니다.
그리고 미국에 건너와서 죠나스 브러더스의 전미 순회공연을 한다고 할 때 사실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미국에서 죠나스 브러더스라고 한다면 한국에서 2PM 의 위상 못지 않은 위치를 구가하는 절대 강자였거든요. 그들의 오프닝 무대에 서서 전미를 순회한다는 것은 정말 어떤 뮤지션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었거든요. 그 후에 2009년 Teen Choice Award 에 초대손님으로 초청을 받았을 때 또 한번 놀랬었습니다. Teen Choice Award 는 미국 공중파 TV 인 Fox 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10대들에게 절대적으로 인기가 있는 스타들만이 초청되는 그런 시상식이었었습니다. 지금도 미국을 대표하는 틴에이지 스타인 마일리 사이러스가 참가하는 그 행사에 한국의 가수가 함께 한다는 사실이 미국에 사는 한사람으로서 내심 자랑스러웠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더욱 놀라게 된 것은 당시 MTV 에서 만들었던 원더걸스를 따라다니며 찍었던 다큐멘터리의 한장면에서였습니다. 바로 그들이 미국의 전통적인 유명한 공연장 House of Blues 의 벽에 매진을 기록한 아티스트들만이 남길 수 있는 싸인을 적는 장면에서였습니다. Usher 와 Sting 그리고 전설의 B.B. King 이름옆에 원더걸스의 이름이 기록될 때에는 내심 짜릿하기도 했었습니다. 올해 1월에는 라스베가스에서 Earth, Wind & Fire 의 40주년 기념 파티 및 공연에 오프닝으로 등장한다고 하는 뉴스 역시 한국 아이돌이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어 남모를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Teen Choice Award 에서 원더걸스
맨해턴의 JYP 빌딩에서 생활하면서 쓸데없이 야망만 큰 한 프로듀서의 꿈에 희생되는 아이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아래의 라디오쇼 동영상을 보면서 깨끗이 씻겨지게 되었습니다. 토크쇼속의 그들은 너무나 발랄하고 쾌활했으며 참 건강해 보였습니다. MTV 에서 보여주었던 연작으로 만들어진 다큐스러운 리얼리티 기획물에서의 편안해 보이던 그들의 모습이 조작된 것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토크쇼에서의 그녀의 모습 하나 하나 그 나이에 걸맞는 발랄함이 살아있어서 정말 좋았고 맛있는 케익집 이야기를 할 때 들떠하던 그녀들의 모습은 그 나이 또래의 발랄함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K-Pop 이 왜 좋냐는 외국인들에게 행해진 각종 설문에서 내 이웃의 친구들 같은 느낌이 있어서 좋다라고 하는 반응에 부합되는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
이제 원더걸스는 미국에서 새 앨범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의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아이돌들에 비하면 매우 느린 속도로 활동을 해오고 있으나 모든게 느린 미국에서라면 전 이해가 됩니다. 여담이지만 가깝게 지내는 미국 친구가 이곳에서 밴드를 하고 있는데 한단계 한단계 올라가는 모습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던지 단번에 죠나스 브러더스의 오프닝을 꿰찬 원더걸스라면 정말 미국에서 음악을 하는 많은 무명의 아티스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설사 그들이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 물러선다 하더라도 제 생각에는 그들이 겪었던 미국 음악계의 모든 경험들이 나중에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미래의 원더걸스들에게 혹은 어떤 뮤지션에게도 정말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녀들에게도 세계 유행의 최중심지인 맨해턴에서의 몇년이 개인적으로도 결코 마이너스가 되리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이렇게 글을 적어나가다 보니 한 원더걸스의 극성팬이 적은 글 같아서 송구스럽기도 한데요 (사실은 저는 소녀시대 팬입니다 ^^) 세계 음악의 중심지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녀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아시아에 이어 유렵을 석권하고 있는 한국의 걸그룹들과 동시에 미국에서 이렇게 노력하면서 그 인지도를 넓혀 나가고 있는 한국 걸그룹이 있으니 이 얼마나 멋진 조합입니까? 이러한 노력들이 나중에 한자리에서 모여 상승효과를 낼 때 어떠할지 생각해 보면 짜릿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녀들의 행보를 계속 관심있게 지켜보면서 응원하려고 합니다. 무모하게 여겨지던 도전을 현재진행형으로 하고 있는 그녀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잊혀져 가는 아이돌이 아닌 팝음악의 본진에 뛰어들어 묵묵히 진화해 나가는 그들이 찬란하게 꽃피기를 바래 봅니다. 누구보다 그녀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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