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담임 선생님인 Mrs. Frost 로부터 아들의 학교에서 한국에 관한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International Week 을 맞아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행사들을 학교에서 진행하는데 저의 아들 반 학생중에 한국 학생이 늘어남에 따라 (전체 20명 중 4명) 금년에는 한국에 대하여 알고 싶다는것이었습니다.
참고로 제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백인 학생들이 위주가 된 기독교계 학교이나 최근 조기 유학의 증가로 인하여 한국 학생들의 수가 아주 서서히 늘고 있습니다. 특히 제 아들이 있는 3학년 학급에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20% 나 되는 비중을 차지해 가장 많으며 간간히 각 학년마다 한국 학생들이 있습니다 (필자주: 지금 2010년에는 한두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특별히 저의 아들이 있는 반에 한국 학생들이 몰려 있는 이유중의 하나는 한국에서 바로 오는 학생들이 처음에 영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지라 영어/한국어가 가능한 아이가 있으면 적응에 어려움이 덜 하기 때문에 교장 선생님께서 그렇게 배려하고 계시다는 후문입니다. 마침 아들 녀석을 제외한 다른 3명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입학을 하는 바람에 갑자기 한국 학생 수가 늘었습니다. 덕분에 아들 아이의 학기말 성적표에는 한국 학생들 통역을 해줘서 감사하다는 담임 선생님의 메시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영어 유치원을 다닌 학생이 둘이나 되지만 역시 미국에서 바로 학업을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나 봅니다. 백인계 학교인 만큼 흑인 학생이 거의 없으며 미국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그 다음이 한국 학생 그리고 아주 소수의 중국계 학생들이 눈에 뜨입니다.
한국 학생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이 학교가 사립학교이며 (미국에서는 현재 한국 조기 유학생들의 공립학교 입학이 봉쇄되어 있습니다. 설사 공립학교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사립학교 수준에 달하는 수업료를 따로 내야만 하는게 원칙입니다. 미국에서 공립학교는 무료니까요. 최근에 한국 조기 유학생의 증가로 정책이 바뀌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제법 엄격한 교육으로 인하여 학풍이 좋기 때문입니다. 이 학교는 학칙이 매우 엄격하여 매년 여기에 적응 못하는 많은 수의 학생들이 타 학교로 전학을 가거나 홈스쿨링(집에서 가정교육으로 학교 수업을 하는 것)으로 전환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까요.
또한 이 학교는 흔히 얘기하는 K-12 학교입니다. 여기서 K-12 라 함은 미국의 전형적인 대학 이전의 교육을 전담하는 학교를 말하며 Kindergarten (유치원) 에서 12학년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있다는 뜻의 약자입니다. 미국의 초중고 시스템을 K-12 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래서입니다.
결국 아들 녀석에게도 아빠가 학교에서 강연을 한다는게 자랑스러운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영어로 강연을 해야한다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쾌히 승낙을 하였습니다. 다만 애초의 선생님의 요청은 1학년에서 6학년까지 모두 모인 강당에서의 강연이었으나 너무 많은 수의 학생이 부담스럽고 여러가지 강연시 가지고 갈 소품들의 시연 역시 곤란할 것 같아 3학년만(그래봐야 두 학급 40명)을 대상으로 하는 걸로 제한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1시간동안 하는 강연인지라 아내와 저는 재미있는 소품들을 많이 준비하기로 하였습니다. 일단 인터넷을 뒤져서 많은 관련 사진들을 찾아 인쇄하였습니다. 자그마한 사진은 찾기가 쉬웠으나 막상 손에 들고 보여줄만한 크기로 인쇄할 수 있는 품질의 사진들이 적어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한국의 자연 환경 및 거리 풍경, 전통 가옥, 그리고 선생님의 요청에 의하여 대한민국 교회들에 대한 정보와 사진도 추가하였습니다 (기독교계 학교인지라). 이를 통해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여의도 순복음 교회의 성도수가 76만 3천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후와..
그리고 한국에서 제일 대중적인 스낵으로서 쵸코파이를 40명 전원에게 여유있게 돌아갈 수 있는 분량으로 한국 슈퍼에서 구입을 하고 전통 방식으로 만든 유과와 약과도 추가로 준비하였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는 분께 전통 한복 및 개량 한복도 빌려서 아내와 딸아이는 미리 한복을 입고 학교에 가고 추가로 준비한 한복으로 아이들이 직접 입어 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전통 놀이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윷과 말판도 나름대로 챙겨 넣었습니다.
처음 강연을 하면서 걱정했던 것은 과연 한시간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3학년 두학급 학생들이 쏟아내는 질문이 어찌나 많던지 중간에 말려가면서 진행을 해야 했습니다. 적어도 한국의 문화와 기독교 역사에 대한 설명을 해야했고 북한과 남한의 관계에 관하여서도 설명해 달라는 선생님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빼고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한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쓸만한 김정일/김일성 부자의 사진을 구하기 위하여 북한의 웹싸이트에까지 접속해야 했던 것입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저의 영어를 잘 이해해 주었고 (아들의 얘기로는 한반도를 설명하기 위하여 Rabbit 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액센트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다양한 질문으로 저를 즐겁게 하여 주었습니다. 한글이 전세계에 유례가 없는, 특정시기에 학자들의 노력으로 일시에 만들어진 자모를 갖춘 과학적인 글이라는 설명을 할 때에는 저도 기분이 으쓱하였고 선생님께서는 세종대왕의 이름을 칠판에 써달라고 하여 일부 아이들이 King Sejong 의 이름을 노트에 적어 넣을 때에는 왠지 모를 뿌듯함도 있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쓰는 알파벳이 Hangul 임도 알려 주었지요).
쵸코파이와 유과 그리고 약과를 나누어주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아이들은 쵸코파이와 유과를 정말 좋아하였고 강연을 마친 후에 가져간 남자 아이용과 여자 아이용 한복을 직접 착용해 보는 시간에는 저의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학생들이 호응을 보였고 강연에 참가한 거의 모든 학생들이 줄을 서서 이를 입어보기도 하였습니다. 마침 제가 가져간 디지털 카메라로 일일이 사진을 찍어 주었더니 너무나 좋아하더군요. 진작에 이렇게 좀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말입니다. 어설프게 한복을 입은 그들의 모습이 우습긴 했지만 그 아이들은 너무나 진지했었습니다.
1시간의 강연은 1시간을 넘겨서까지 계속되었고 정말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두분 선생님께서는 진심으로 감사해 하셨고 강연 후가 하교 시간이었던 것 만큼 강연 말미에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 역시 교실에 들어왔다가 한복의 아름다음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마침 이날 아내와 딸 수빈이가 입고간 한복이 궁중 스타일이라 무척 곱고 아름다웠었거든요. 강연을 시작하기전 교실 밖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오던 남자아이 하나가 아내와 딸의 한복을 보고 제 자리에 서서 입을 크게 벌리며 'oh my gosh!' 하던 표정이 아직도 선합니다. ^^
사진속의 귀여운 한국소년은 저의 아들이 아닙니다 ^^
이 특강 이후에 아내가 학교에 가면 평소에 잘 몰랐던 3학년 학생들이 더욱 친근하게 'Mrs. Kim' 하고 부르며 인사를 해오더라는 아내의 얘기를 들으니 역시 강연을 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3학년 학생 40명과 선생님 두분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조금이나마 소개한 것 같아 저에게도 보람된 경험이었습니다. 의외로 한국을 모르는 분들이 이땅 미국에는 너무나 많으니까요. 다음에도 또 다른 기회로 다른 학생들에게 한국을 널리 소개할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며 어쩌면 저 말고도 많은 한국 학부형 분들이 미국 이곳 저곳에서 한국을 전하고 있을 것 같아 기분이 뿌듯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을 전하는 민간 외교관 여러분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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