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방문해 주시는 분들 중에도 스포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입니다. 박지성이나 김연아 같은 선수들은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아낌없이 좋아하는 그야말로 국민 스타라고 할 수 있으며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각자마다 자신만의 스포츠 스타가 있을 것입니다. 저도 앞서 언급한 박지성이나 김연아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지만 저만의 정말 좋아하는 한국인 스포츠 스타가 두명 있습니다. 둘다 LPGA 골프 선수인데요, 한 명은 슈퍼 꿀땅콩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웠던 지금은 유도선수 이원희 선수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김미현 선수이구요, 또 한분은 한때는 걸어다니는 필드위의 패션모델로도 불리웠던 Grace Park 박지은 선수입니다. 김미현 선수와도 재미난 사연이 있으나 이 이야기는 차후에 이곳에 소개하기로 하구요, 오늘은 박지은 선수와 있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예전부터 음악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관람을 좋아해서 많은 행사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데 그 중 미국 여자 프로골프인 LPGA 의 경우 다른 어떤 이벤트보다도 제가 직접 관람하기를 좋아하는 스포츠입니다. 다른 어떤 스포츠도 LPGA 경기처럼 선수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가 드뭅니다. 경기 내내 내가 좋아하는 선수를 불과 1-2 미터 앞에서 쳐다보면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으며 경기 전전날의 프랙티스 라운드나 경기 직후에는 선수들과 직접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며 LPGA 선수들은 매우 친절해서 어떤 팬의 싸인도 거절하지 않는 편입니다 (단 그날 경기가 잘 안풀린 경우는 싸인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이와 반대로 인기가 좋은 PGA 의 경우는 팬이 너무 많아 LPGA 와 같은 접근성은 매우 떨어지는 편입니다.
제가 LPGA 경기를 열심히 보러 다니던 때는 우리나라 LPGA 태극낭자 1세대 트로이카 박세리/김미현/박지은이 활약하던 시대인데요, 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응원하는 재미는 대단히 쏠쏠했습니다. 제가 좀 낯이 두껍고 넉살이 좋은 편이라 몇번 경기 후에는 이들 선수들 그리고 캐디들과 눈인사를 나눌 정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때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소수였던 LPGA 팬들끼리 LPGA 협회에서 마련해 놓은 포럼에 모여서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들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는데 저는 한국의 선수들에게 외국 팬들이 많은게 너무 좋아서 그곳에서 열심히 활동을 했습니다. 그때 포럼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던 한국팬이 거의 없었는데 (아무래도 영어로만 이야기를 나누던 포럼이다 보니 한국분이 드물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한국 미디어에서 볼 수 있었던 선수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외국 팬들에게 전해주기도 하고 다른 회원들이 한국 스포츠 신문 링크를 보여주면 번역도 해주면서 나름 인지도가 있기도 했었습니다 (요즘은 자주 들어가지 않는데 매년 제 생일에는 제가 없음에도 다른 회원들이 제 생일을 계속 축하해 주는 것을 보고 놀란 적도 있습니다. 작년에도 축하글이 올라와 있더군요).
저는 제가 당시 제일 좋아했던 김미현 선수의 포럼에서 활동을 하고 박지은 선수 포럼은 그곳의 팬들이 좋아서 자주 놀러가곤 했었습니다 (각 선수의 포럼은 여기 게시판처럼 나누어져 있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다가 박지은 선수 포럼에서 우리 LPGA 포럼 회원들 모두가 인정하는 박지은 선수의 세계 최고의 팬이라는 Sly 라는 친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박지은 선수의 대단한 팬이어서 각종 경기에 빠짐없이 참석을 하고 글도 열심히 쓰는 탓에 우리 회원들끼리 네가 박지은 선수 최고의 팬이라고 인정을 해주었고 가끔 포럼에 들려 박지은 선수가 글도 읽고 직접 메시지도 남겨주는 탓에 박지은 선수도 이 팬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Sly 라는 친구가 저랑 동갑인 것을 알게 되었고 그가 살고 있는 캐나다 몬트리얼에 제가 일이 있어 들리게 되면서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 친구는 불어를 쓰는 전형적인 프렌치 캐나다인이었고 박지은 선수를 좋아하는 탓에 한국 음식마져도 너무나 사랑하던 그런 친구였습니다. 몬트리얼에 있던 날 F-1 그랑프리 경기가 있어 함께 미카엘 슈마허가 있던 호텔에 가서 문 앞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정말 기억에 남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날이 바로 앞서 소개했던 글, 한 자리에서 가장 많은 페라리를 본 날 그 날입니다).
이 친구는 박지은 선수의 대단한 팬이었기 때문에 캐나다 몬트리얼에 살면서도 미국에서 열리는 박지은 선수의 경기를 비행기를 타고 와서 보곤 했었는데 어느날 제가 사는 일리노이 주에서 열리는 State Farm Classic 을 함께 보고 싶다는 제안을 저에게 해왔습니다. 저야 당연히 OK 를 했었고 함께 박지은 선수와 김미현 선수를 만날 생각에 저는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기 시작 일주일전 다른 일로 인하여 이 친구가 못오게 되는 일이 발생을 했습니다. 결국 저는 아들 녀석과 둘이만 LPGA 경기에 가게 되었습니다. 보통 LPGA 경기가 있기 전 연습을 하는 프랙티스 라운드에는 입장료가 없어 아들 녀석과 매년 빠짐없이 가곤 했었는데 프랙티스 라운드에서 연습하고 있는 박지은 선수를 보자 번뜩하고 아이디어가 한가지 떠올랐습니다.
'이 세상에서 박지은 선수를 제일 좋아하는 Sly 에게 평생 잊지 못할 선물 하나를 하면 어떨까?'
그것은 바로 박지은 선수에게 경기에 참석하지 못한 Sly 를 위해 아쉽다는 메시지를 직접 영상으로 받아서 선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눈팅으로 알고 지내던 박지은 선수가 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어 부탁을 했습니다.
박지은 선수도 아다시피 Grace Park 의 월드 베스트 팬인 Sly 가 이번 경기에 참석하기로 했는데 함께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에게 아쉬움을 담은 박지은 선수의 메시지 하나를 깜짝 선물로 안겨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놀랍게도 박지은 선수는 저의 계획에 쾌히 승낙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급하게 떠오른 생각이라 이날 캠코더를 가져 가지 못했습니다.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것이 당시에는 최신인 2백만 화소의 캐논 익서스 V2 라는 모델인데 이게 동영상이 15초까지 밖에 찍히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15초라도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에게 받는 영상 메시지라면 부족함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TV 카메라 앞에 많이 섰을 박지은 선수도 이렇게 엉뚱한 개인적인 촬영에는 많이 쑥스러워 하더군요 (보시면 압니다 ^^). 그래서 담아낸게 바로 다음의 영상입니다.
캐나다인 친구를 위한 것이었기에 영어로 이야기를 했는데 내용은 간단합니다. 간단히 영어로 얘기한 부분만 번역해 보자면,
"안녕 Sly, 왜 이곳에 못온거야? 어떻게 지내? 모든 것이 다 잘되기를 빌고 내년에 캐나다에서 꼭 보았으면 좋겠어"
아쉽게도 15초 제한으로 이렇게 짧은 이야기를 하고 끊어졌지만 어떤 이야기가 이어졌을지 여러분께서 짐작이 가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나중에 이 비디오를 받아본 Sly 의 반응이 어땠는지는 제가 굳이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여러분께서 충분히 짐작을 하시리라고 믿습니다. 이 세상에 몇명의 스포츠 팬이 자기 한사람을 위한 특별한 영상 메시지를 자기의 스포츠 스타에게 받아 보았겠습니까? ^^
한명의 팬을 위하여 또 다른 팬의 부탁을 들어준 박지은 선수, 당신은 내 마음속의 영원한 스타입니다.
One more thing :
박세리/김미현 선수와 달리 박지은 선수는 미국에서의 커리어가 화려합니다. 아리조나 주립대학 시절에 거의 모든 아마츄어 대회를 석권했으며 (이때 남자는 스탠포드의 타이거 우즈가 날릴 때죠) 인디애나 폴리스에 있는 전미 대학 스포츠 연맹 명예의 전당 (NCAA Sports Hall of Fame) 에 사진이 걸려있는 유일한 한국인입니다. 제가 인디애나 폴리스에 갔을 때 직접 찍어왔던 명예의 전당에 있는 박지은 선수의 사진입니다.
우측밑에 자그만하게 박지은 선수가 나와있는데요, 이를 다시 크게 찍어본 것입니다. 이때 카메라가 좋지 않은거라 사진이 썩 좋지 못함을 양해 바랍니다.
그리고, 박지은 선수는 저의 아들과 사진을 찍어준 것은 물론 그 사진위에 아들을 위한 특별한 메시지도 남겨주었습니다. 그게 아래의 사진입니다. 이때는 위의 비디오를 찍었던 해와 다른 해였습니다. 지금 이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박지은 선수의 당부를 받들어 공부를 잘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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