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특강 행사의 열렬한 반응에 탄력을 받은 저의 아내가 자발적으로 한가지 일을 더 기획을 했습니다. 한국 특강 행사에서 아내도 한복을 차려 입고 아이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함께 지켜보았었거든요. 바로 3학년 학생 전체에게 점심으로 한국 음식을 해 주는게 어떻느냐는 의견이었습니다. 제가 행한 강연 후에 한국에서 온 과자(쵸쿄파이)랑 전통 유과를 맛있게 먹던 그들이 떠올라서였습니다. 3학년 다른 한국 학부형님들과 상의가 진행이 되었지만 혹시라도 한국 음식을 잘 못먹고 탈이라도 나면 소송감이라는 우려를 제시해준 분이 계셔서 조금 망설여졌습니다 (아시다시피 이곳에서는 음식에 알러지가 있는 친구들도 있고 까다롭게 음식을 먹이는 사람들이 많아 잘못하면 법정소송까지 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들 녀석의 담임 선생님인 Mrs. Frost 와 상의했더니 의외로 대단히 반색을 하셔서 결국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상도 아들 반뿐만 아니라 옆 반인 Mrs. Unzicker 의 반까지 포함을 하는,3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 음신 잔치로 발전이 되었습니다 (아들은 사립학교에 다녔었는데 한 학년에 반이 두개가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가정 통신문을 통하여 Korean Food Lunch 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3학년 모든 학생들의 학부형들에게 통보를 하였고 혹시라도 꺼리는 부모가 있으면 선생님께 알리고 그 날은 도시락을 따로 싸올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평상시에는 학생들이 지하에 있는 큰 식당에 내려가 싸온 도시락을 먹거나 미리 돈을 납부한 학교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습니다 (미리 한학기치 식단이 나와서 아이들이 안 좋아하는 메뉴일 때는 도시락을 싸가고 미리 신청한 점심에 한해서만 돈을 지불합니다).
결국 그 한국 음식 잔치가 아들 녀석의 교실에서 성대하게 거행이 되었습니다. 같은 학년인 한국아이 4명의 어머니들 혹은 이모 되시는 분 (어머니가 한국에 계신 경우) 김밥, 불고기, 잡채, 하얀 쌀밥, 만두를 두 학급 분을 함께 준비하여 써빙을 하였습니다. 하얀 쌀밥의 경우 반대 의견이 있었으나 아내가 과거에 경험한 바로는 아이들이 맨 하얀 쌀밥을 무척 잘 먹었기 때문에 메뉴에 집어 넣기로 하였습니다 (미국 사람들의 쌀밥 먹는 방법은 매우 독특합니다. 쌀밥에 그냥 그 위에 간장을 뿌려서 먹습니다 ^^).
혹시라도 아이들이 한국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까봐 김치를 비롯한 매운 음식은 일체 넣지를 않았습니다.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매운 음식을 더 잘 못먹거든요.
가장 인기를 끈 품목은 의외로 하얀 쌀밥과 만두였습니다. 하얀 쌀밥은 가져간 양이 일찍 동나버려 아쉽게도 조금 모자라게 되었고 냉동 만두를 튀겨간 만두의 경우도 대단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불고기와 잡채도 인기가 있었고 김 때문인지 김밥이 다소 인기가 적었습니다 (사실 미국의 아이들은 김의 입안에 들어가서 끈적하게 되는 느낌을 참 싫어한 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어른은 좀 다릅니다). 이날 두반의 담임 선생님도 함께 식사를 하였고 마침 교실을 지나가시는 교무실 직원분들도 함께 맛을 보는 기회가 제공되었습니다. 반응은 정말이지 너무나 뜨거웠었습니다. 하얀 쌀밥을 반찬도 없이 그 자체로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면 이색적이기도 하지만 음 역시 한국식 식사가 제일인지 너희들도 아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났었답니다.^^
한가지 너무나 감동스러운 일은 미국 아이들이 서투른 한국말이지만 한국말을 미리 한국학생에게 배워서 "고맙습니다" 혹은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하얀 종이에 적어서 영어로 감사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이날 써빙을 하신 4명의 한국 어머니 혹은 이모님에게 전달을 한 것입니다. 심지어 자기 이름도 한글로 배워서 적어낸 학생도 있었습니다. "데니얼" 이런 식으로 한글로 써서 말입니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받았다고 집에 카드를 여러장 (4분의 어머니들께 골고루 아이들이 드렸다고) 들고 왔는데 카드에 써있는 미국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쓴 한글 메시지를 보니 가슴이 뜨거워지더군요. 대단한 정성을 들였는지 제법 알아볼 수 있게 잘 썼더군요. 그야말로 한글을 한자 한자 정성들여 그렸더군요.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블로깅을 열심히 하는 시대였다면 이 카드들도 스캔해서 보관해 놓았을텐데 지금은 아쉽게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네요. ^^;;
잠깐의 아이디어로 행한 즉홍적인 행사였지만 이 또한 한국을 알리는데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두반 담임 선생님께서도 너무나 맛있게 한국음식을 드셨고 자칭 중국 음식 팬이라는 아들의 담임인 Mrs. Frost 의 경우는 김밥이랑 불고기 레서피를 달라고 아내에게 하도 간곡하게 부탁하는 바람에 아내가 시립도서관에 가서 영어로 된 한국음식 요리책을 빌려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요리책안의 내용들이 너무 복잡하게 쓰여 있어 결국 아내가 본인의 레서피를 영어로 적어 주게 되었습니다).
여러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아무 거부감 없이 진솔하게 받아들이려는 미국 초등학생들의 열린 자세는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진지하게 강연이나 한국 음식 잔치 모두 참여하였고 참여한 저나 아내를 너무 행복하게 해주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받은 학교 선생님으로부터의 가정 통신문에는 한국 음식 잔치를 대성황리에 마쳤고 무척 맛있었으며 여러분 자녀에게 어땠었는지 물어보라는 세심한 배려가 담긴 선생님이 쓰신 문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학부형들에게 행사 보고를 한 것이고 학부형들의 평을 여쭌 것이지요. 불과 총인원 45명 남짓한 사람들에게 대접한 한국 음식이지만 이 45명에게 끼친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이 다른 미국 사람들에게 널리 널리 퍼져나가게 되기를 참 바랬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이 한국 음식 행사에 바쁜데도 불구하고 성심성의껏 정성을 다해 같이 한국 음식을 준비해주신 3분의 어머니와 한분의 이모님께도 참 감사했었습니다. 사실 만약 미국 학부형들하고 함께 였다면 각자의 스케쥴 맞추느라 이런 일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음식 행사가 결정되자마자 한국 분들은 그야말로 다른 모든 일을 취소하고 이 일을 함께 해주셨었습니다. 잘 뭉치고 희생하는 그야말로 한국인 정신을 발휘했었지요. 그날만큼은 정말 문자 그대로 다들 민간 외교관이셨으니까요.
이제는 그 때 한국 음식을 맛본 아이들이 다 커서 어쩌면 기억도 안나는 이벤트일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그들이 한국과 관련된 일을 접했을 때 조금이라도 기억을 떠올리는 그런 행사였기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 기회를 빌어 한번 바래 봅니다.
P.S. : 이 날 행사로 아내는 아이들이 하얀 쌀밥을 좋아하는 걸 알게 되었고 앙콜 겸 3탄의 행사로 도시락처럼 귀여운 토끼 주먹밥을 만들어서 학교로 보내서 아이들이 나누어 먹게 했답니다. 물론 아이들은 맛도 있고 모양도 독특한 음식을 참 좋아했지요. 미국은 이런 귀여운 음식이 없답니다. ^^ 위의 행사에 사진이 전혀 없어서 3탄의 음식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아래 주먹밥의 귀는 당근으로 눈은 흑깨로 만든 거랍니다. 가끔 삐뚤거리는 눈과 귀가 있는데 이는 저희 아이들이 참여해서 그렇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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