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어설프게나마 가정극장 (Home Theater) 를 꾸며놓아서 이제는 극장에 가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일년에 한번이나 갈까 그렇습니다.  영화관을 갈 때면 아무래도 집에서 경험할 수 없는 IMAX 3D 나 체험형 4D (제가 있는 동네의 극장에서는 DBOX 라고 부릅니다. 영화에 맞추어서 의자가 흔들리는.. 물과 바람은 안나와요 ^^) 를 선택하는게 대부분의 경우이지만 이 경우에는 또 입장료가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미국의 동네는 작은 동네임에도 거대한 IMAX 3D 영화관이 두개나 있는데요, 입장료가 일반 영화의 딱 두배입니다 (일반영화 9천원, IMAX 3D 만 8천원 정도).


오늘 모처럼 최근에 새로 어울리게 된 젊은 부부 분들과 새로이 개봉한 마션(Martian) 영화에 대하여 얘기하다가 의기투합해서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더구나 한분이 3D 영화를 싫어한다고 하셔서 정말 백만년만에 3D 도 IMAX 또 아닌 일반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전자책으로 한글판 마션을 무척 달게 읽은 탓에 일반영화라도 마션이라면 내  봐준다 하며 씩씩하게 영화관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영화관을 간 김에 예전부터 벼르고 있던 일 하나를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바로 이 글의 제목과 관련있는 미국 영화관의 미국인도 모르는 비밀 한가지에 관한 것입니다.  한참전에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런 저런 글을 읽다가 미국의 극장에는 거의 모두 자막기가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막기?? 영어로는 캡셔닝 디바이스(captioning device) 라고 하는데 상상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극장에서 도대체 어떤 식으로 자막기를 쓸까? 주변의 미국인 직장동료에게 모두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데다가 오히려 저에게 "그런게 있어?" 라고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드디어 용기를 내어 극장 매표소에서 용기를 내어 물어봤습니다. "여기 혹시 자막기가 있니?" 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있답니다.  "정말???" 티켓을 팔던 근래에 보기 드문 예쁜 아가씨가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키는데 왠  T 자 모양의 검정 막대기스러운게 동물원의 홍학떼 모양 여러개가 줄줄이 꽂아져 있습니다.


소심한 저는 또 물어봅니다. "이거 추가로 요금을 내야 하나요?"  지난 몇년간 이곳에서 마주친 아가씨 중 몇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미모를 가진 매표원은 친절하게 "당근 아니지요" 라고 답변을 해줍니다. 공짜라니 "그럼 얼른 하나 주세요" 하고 챙겨받은게 아래의 좀 기괴하게 생각 자막기입니다.



모양이 좀 구불구불한 것은 한국에 있을 때 제가 자바라라 부르던 여기서는 Gooseneck 으로 불리우는 이리저리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마이크 스탠드 같은 구조라서 그렇습니다.  자세히 윗쪽 글자가 나오는 곳을 들여보니 세개의 격자로 나누어진 공간에 글씨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 기구를 옆에서 보면 격자로 나누어진 부분이 상당히 많이 돌출되어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을 보시면 잘 아실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 자막기를 이용하는 본인 이외에는 뒷쪽에 앉은 사람들이나 옆에 앉은 사람들이 빛에 의해 방해가 되지 않도록 되어 있으며 세개의 격자로 나뉜 것은 다른 사람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을 뿐더러 세줄로 보여지는 자막 문장간에 서로 빛이 번져서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기구를 의자옆의 음료수를 꼽는 공간에 설치하게 되어 있는데 아래의 사진은 이 자막기를 의자에 설치한 후의 모습입니다.  살짝 옆으로 비껴있는 이유는 저보다 더 자막기가 절실한 왼쪽에 앉은 분을 위하여 그분 의자에 꽂아드려서 그렇습니다.



사진을 한장 더 첨부해 드리면 어떻게 보이는지 좀 더 확연하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약간 글자가 가려 보이지만 이 자막기를 쓰시는 분의 눈 높이에 맞추어져 있어 그분께는 정말 꼭 맞는 각도로 보입니다.



막상 설치하고 보니 각도만 잘 조절하면 두사람이 볼 수 있는 최적의 각도를 맞춰서 두 사람이 선명하게 볼 수 있겠더라구요.  덕분에 한글은 아니었지만 온갖 우주 항공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마션(Martian) 영화를 정말 제대로 즐길 수 있었고 이제 한국에서 오신지 한두달밖에 안되신 제 왼쪽에 앉아계신 분이 깔깔대고 웃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잘 이용하고 계시는구나 하고 참 안심이 되고 그랬습니다.  이날 5명이서 자막기를 3개를 빌렸는데 대성공이었습니다.


제가 미국 생활이 20년차인고 나름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영화를 자막없이 보기는 많이 힘듭니다. ^^  막상 이렇게 자막기를 알고 나니 왜 진작 알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예전에 제가 이 기기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글에서는 자막기는 저처럼 외국인을 위하기보다는 청각 장애인들도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개발되었다고 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이 구석진 도시의 영화관에도 아무 불편없이 쓸 수 있도록 제대로 그것도 상당수가 구비가 되어 있는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용중에 보니 정말 화면의 대사와 동기화도 정확하고 밝기도 딱 적당해서 가독성도 아주 훌륭하고 다른 이들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게 정말 많은 배려가 들어간 기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Captiview 사의 자막기본문에 소개된 Captiview 자막기 제품 사진


모처럼 별 것 아님에도 신기하기도 하고 무척 유용한 기기라 워낙 글쓰기 게으름에 시달리고 있는 저임에도 불구하고 조악한 핸드폰  사진 품질을 무릅쓰고 소개를 해드렸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이제 대부분의 미국인들도 모르시는 미국 극장의 비밀 하나를 알게 되신 겁니다. ^^  이제 자막이 안나와서 미국 극장을 안가는 (그래서 오늘도 안간 ^^) 제 아내에게는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이상 영화 얘기 전혀 없는 영화관 얘기였습니다. ^^








Posted by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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