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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09 미국의 고3 학부형 이야기 (6)

언제나 저의 미국의 소도시의 일상들을 관심깊게 봐 주시는 분들을 위하여 오늘도 용기를 내어 작은 이야기를 하나 올려봅니다.

한국에서 '고3 학부형' 이라고 하면 그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중량감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온 가족이 고3인 학생을 위주로 돌아간다고 하는 얘기들을 친구들이 많이 들려주곤 합니다. 사교육 문제 및 학교생활 등 여러가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친구들과의 전화 등을 통하여 쏠쏠히 듣곤 하는데 그 이유가 주로 제 나이 또래의 친구들이 고3 수험생을 많이 두고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침 미국의 고3 학부형인 제가 이곳의 이야기도 들려드리면 어떨까 해서 쓸데없는 글이나마 몇자 적어봅니다

 먼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미국이라는 나라가 50개의 주가 모두 다 각각 독립된 나라라고 해도 될만큼 너무 다르고 한 주에서도 도시 규모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어서 저의 경우가 '미국은 다 그렇더라' 라는 걸로 오해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미국의 한 중소도시에서 사는 고3 학부형의 이야기 정도로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제 경우가 역시 또 아주 희귀한 그런 경우는 아니라는 다소 헛갈리는 말씀도 첨언을 해봅니다. ^^



요즘 들어 아내와 자주 하는 얘기가 '우리가 한국에 살았어도 고3 학부형으로 제대로 지낼 수 있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한국에서의 고3 학부형과 여기는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미국의 학기는 한국과 달리 8월말쯤 시작해서 5월이나 6월에 끝납니다. 저의 아이는 여기 미국식으로는 12학년이고 한국으로 하면 정확히 고3입니다. 고등학교에서 마지막 학년이고 내년에 대학을 진학하니까요. 미국의 공교육 시스템은 흔히 'K-12' 라고 불리우는데 이는 K (Kindergarten, 유치원) 에서 12학년이라는 뜻입니다. 미국은 유치원이 공교육 시스템에 들어와 있습니다.

저의 아이는 학생수가 천명정도 되는 9학년에서 12학년까지 있는 고등학교 (High School) 에 다닙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6학년부터 8학년까지를 중학교 (middle school) 이라고 부르고 고등학교는 각각 학년에 따라 freshman (9학년), sophormore (10학년), junior (11학년), 그리고 senior (12학년) 으로 부르니까 고등학교가 4년제인 셈입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대학입시를 사실상 언제나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고3의 특정한 달에 수능을 일제히 보는데 비하여 미국은 대학입시로 가장 널리 쓰이는 ACT (에이씨티 라고 읽습니다) 와 SAT (역시 에스에이티 라고 읽습니다) 라는 시험을 언제든 볼 수 있으며 (원하면 고1에도 볼 수 있습니다 ^^)

이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도 국가기관이 아닌 사설기관입니다. 좀 더 덧붙이자면 ACT 는 ACT. Inc 라는 회사에서, SAT 는 College Board 라고 하는 비영리기관에서 하고 시행은 여러분 잘 아시는 토플 시험을 주관하는 ETS 에서 합니다. 그러니까 능력이나 여건이 되는 학생은 일찍 봐버릴 수도 있고 여러번 볼 수 도 있습니다.


ACT 와 SAT 는 시험을 보는 과목이 약간 다르고 ACT 가 약간 더 까다롭고 과목수가 많아서 SAT 를 선택하는 학생이 좀 더 많은 편입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이 젤 많이 보는 시험도 SAT 입니다. 아마 한번쯤 SAT 라는 이름을 들어보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물론 미국에 있는 한국 학부형님들 중에서는 한국의 고3처럼 각종 과외에다가 명문 기숙학교에 보내서 자녀를 대학 보내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심지어는 방학이면 한국으로 자녀들을 보내서 한국에 있는 쪽집게 SAT 학원을 다니게 하기도 합니다. ^^

하지만 저처럼 평범한 회사원이자 미국의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미국의 여느 고3들이나 다름없이 대학을 준비시킵니다. 이렇게 얘기하니 좀 특별한 것 같지만 특별한 준비를 안한다는 얘기입니다. ^^;;

먼저 고3인 저의 아들의 예를 들어볼까요? 미국의 교육시스템의 장점은 '주체적인 인간' 을 키우는데 많이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다소 관념적인 단어를 썼지만 사실은 '니 일 니가 알아서 해라' 인간으로 키운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일단 대학을 가는데 있어서도 그야말로 학생들이 제 멋대로 생각하고 지가 가고 싶은 학교, 지 생각대로 간다는 뜻입니다. 만 3살에 미국에 와서 사실상 미국 아이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저의 아들녀석도 그렇습니다. 자기 엄마도 '나 이렇게 아이를 내버려둬도 되나?' 싶게 자유롭게 키우는데다가 대학을 가는 것을 '지가 알아서 할 일' 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 부부가 얘가 대학을 지원하는데 있어서 해준 일이 지금 생각해 보면 별로 없네요.

저의 아들 녀석은 고3을 일년 앞둔 쥬니어 (고2 후반? 미국은 고등학교가 4년제이니) 가 되면서 대학에 갈 것을 구체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ACT 시험 준비를 시작했거든요. 대개의 통상적인 코스가 ACT 를 준비하고 여기서 점수가 원하는 대로 안 나온다 싶으면 SAT 까지 보는 그런 케이스인데요, SAT 가 독해 (Reading), 수학 (Mathematics) 과 작문 (Writing) 의 세과목으로 되어있는데 반하여 ACT 는 영어 (English), 수학 (Mathematics), 독해 (Reading), 과학논리 (Science Reasoning) 등 4과목에다 따로 작문 (Writing) 이 추가되어 5과목으로 되어 있습니다. 뭐 한국의 수능에 비하면 몇과목 되지도 않죠? ^^;;

여기도 과외가 있습니다. Tutor (개인교사) 라고 부르는데 정말 일대일 가정교사의 형태도 있구요, 집단으로 하는 형태도 있습니다. 아들 녀석은 ACT 공개강의에 몇번 가본 것 같습니다. ACT 가 뭔지 잘 모르기도 했구 나름 정보를 얻고 싶기도 했나 봅니다. 아마 엄마도 한번 가보라고 권유를 한 것 같습니다.

자 그럼 미국 고3 학생들의 생활은 어떨까요? 이 부분이 역시 한국과 제일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먼저 아들녀석은 학교에서 축구부에서 활동을 합니다. 체육특기자로 진학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고등학교 생활 내내 선수를 했고 고2나 고3 생활중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거의 매일 축구를 하루에 2시간 이상, 토요일은 시합으로 언제나 바빴던 것 같습니다. 또 고3으로 올라오면서부터는 일도 시작했습니다. 동네 쇼핑몰에 있는 Old Navy 라는 브랜드의 옷가게에서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주로 주말에 일하고 가끔씩 추수감사절 대목 (블랙 프라이데이와 이어지는 주말들) 과 같은 특별한 날에는 12시간씩 일을 하기도 하더군요.


[지역 뉴스에 나왔던 아들 녀석의 축구 골 소식 하나]

 일을 하게 된 동기는 돈 보다도 앞으로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알바를 해야할텐데 아무래도 과거에 일을 한 경력이 있어야 일자리를 구하기 용이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원서에도 이러한 알바 경력이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요즘처럼 일자리 구하기 힘든 때에 고등학생으로서 일자리를 구한 것이 참 다행스럽습니다.   참 월급은 우리 동네 미국 법정 최저임금인 시간당 $8.50 을 받습니다. 세금을 떼고 나면 $6.50 (한 7-8천원) 정도 되지 싶습니다. 참고로 저희 동네에서 빅맥 세트 메뉴가 $5.50 정도 하니 한시간 일하면 빅맥 세트 하나 사먹고 커피 한잔 먹을 수 있네요. ^^ 아이 말로는 일단 일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자기가 먼저 최저 시급으로 제안을 했다고 하네요.

만약 한국에 있었다면 고등학교 3학년이 매일 축구를 하고 주말이면 옷가게에서 일하는 생활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대학 가기를 포기한 그런 아이는 아닙니다. 몇개의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교를 자기가 정한 후에 2학년 때 미리 ACT 시험을 몇번 보았다가 자기가 갈 학교에 적당한 점수를 맞고는 더 이상 시험을 보지 않더군요. 부모맘이야 더 좋은 점수를 받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본인은 이 정도 점수면 내가 가고자 하는 학교에 지원하기에는 적당해 하고 스스로 어느 선에서 끝내버리더군요. 덕분에 고2때 이미 입시를 끝내버렸습니다 (좋은 성적을 거두어서 끝낸게 아니라는 것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 보통 고2때 입시 끝냈다 하면 다들 "아드님이 공부 잘하시나 봐요?" 하셔서...).

미국은 8월말에 신학기가 시작되니 전해 12월인 지금이 한참 원서를 준비할 때입니다. 미국도 수시처럼 미리 지원을 해서 결정을 하는 제도가 있는데 (early decision 이라고 합니다) 아들 녀석도 2군데 정도 그런 곳에 응시를 한 모양입니다. 이는 12월 15일경이면 보통 발표가 납니다. 일반적인 입시들은 입학하는 당 해의 1월부터 4월사이에 결정 통보가 가니 매우 일찍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지요. 이렇게 들으시다시피 고3이라고 온가족이 난리나고 호들갑 떠는 것 별로 없습니다 (물론 목숨 걸고 명문대 가겠다고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한국에 비하여 비율이 현저하게 낮습니다. 동부의 명문 학교 주변이나 서부의 돈 많고 교육열 높은 곳에서는 그런 비율이 좀 높구요). 그냥 부모는 지켜봐 주면 혼자 알아서 하는 시스템입니다. 아들 녀석도 고3에 와서는 혹시 필요할지 몰라 일반적인 시험이 아닌 좀더 전문적인 SAT subject test 몇개를 더 준비하는 것 같더군요. 즉 추가과목 시험을 봐서 그 시험을 제출하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그런 시험입니다. 예를 들어 SAT Chemistry Subject Test 라고 하면 기존의 SAT 시험 이외에 화학과목을 추가로 시험을 봐서 화학이 필요한 화학과나 의대를 준비하기 위한 대학교에 갈때 유용하게 쓸 수가 있죠. 필수는 아니구요.

어쨌든 저와 아내는 고3 학부형이면서도 참 맘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저희가 고3 학부형이라고 그동안 한 일은 학교에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작문(essay)을 해서 내야 하는데 그 작문 실력이 본인이 모자란다고 하여 개인교습을 알아봐 준 것, 대학교에 지원할 때 부모들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까 알려주는 재정지원(financial aid) 세미나에 가본 것 정도가 고작이네요 (한국에서는 미국 대학 지원을 할 때 쓰는 essay 를 전문적으로 돈을 받고 써주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이 에세이라고 하는게 던져진 주제에 보통 300 단어 내외로 쓰는 거라 어렵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한 입학 사정 조건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아, 부모로서 도와준게 한가지가 더 있네요.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교 2-3군데에 직접 데리고 가서 그 학교에서 하는 설명회에 참여한 적이 있네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학교의 이모저모도 듣고 학교의 장점에 대하여 폭넓게 이야기하는 것도 들을 수 있었고 여러가지 질답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캠퍼스 구경도 잘 했구요.


[캠퍼스 투어중에 한장 찰칵]

저의 아이는 수시에 2개 정도, 정시에 5-6개 학교 정도를 지원할 계획이구요, 제가 형편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장학금이나 재정지원을 많이 알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작년에 저희 아이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보니 졸업생 한명 한명마다 어디로 진학하게 되는지를 대형 화면으로 다 보여주는데 생각보다 좋은 학교에 가는 학생이 드물고 70%가 넘는 학생들이 지역의 Community College 라고 한국으로 치면 전문대와 비슷한데 좀더 직업에 심층화된 2년제 학위 학교로 진학을 하더군요.

물론 이런 커뮤니티 칼리지에 가면 학점 교환이 되기 때문에 일반 명문 4년제 대학으로 편입도 쉽고 수업료도 상당히 싸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은 이곳에서 왠만한 기초 및 교양과목을 다 듣고 주변의 유명 주립대학등으로 편입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한국에서 오는 학부 유학생들도 이런 과정을 가장 많이 쓰구요. 그리고 커뮤니티 칼리지 다닌다고 주변에서 시선을 아래로 보지도 않구요. ^^;;


[아들 녀석이 공부하고 싶어하는 과의 건물 전경]

저랑 아내는 참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고 어려운 시기라는 고3 수험생을 둔 가장의 책임감을 이렇게 홀가분하게 벗어버리고 살고 있으니까요. 지금처럼 대학 학위가 필수로 되어 있는 한국에서 당분간은 현재의 입시 체계가 단시간에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이곳처럼 한국도 부모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아이들도 스스로 알아서 자발적으로 자신의 진학을 여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여러가지 일상의 소소한 일에 관심이 많은 저의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께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의 고3 학생과 학부형, 다는 아니지만 대체로 이렇게 살고 있답니다. 아울러 한국에서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헌신적으로 드리고 계시는 학부형 여러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Posted by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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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와이엇 2011.12.11 2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끔씩 올라오는 샴페인님 글 읽다보면 왠지 모르게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 미국의 일상을 조금 더 자주 올려주시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긴 하지만 부담되실것 같기도 하고... (벌써 부담 드렸나요? ^^) 미국과 한국의 교육제도가 다르긴 하지만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학부모 마음은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샴페인님도 타지에서 생활 하시느라 고생 많으신데 이제 아들이 대학생이 되어 한시름 놓으시려나요? 암튼 반가운 마음에 두서없이 몇자 적어 보았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자주 뵐수 있기 바랍니다. ^^

    • BlogIcon 샴페인 2011.12.14 14: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의 블로그에 정말 처음 생겼을 때부터 와주시던 분이라 와이엇님은 저에게 정말 특별한 분이세요. 시간이 가도 이렇게 잊지 않고 방문해 주시고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게으르다보니 이렇게 자주 올리고 있지 못하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이 블로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기억에 남는 일들을 가끔 적어두기만 하네요.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한데 그 열정의 차이는 상당하더라구요. ^^;;

  2. 정희 2011.12.19 1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니 오빠도 너무너무 멋진 부모이고 우리 원중이도 짱 멋진 녀석!!!

  3. 2011.12.22 08: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중이가 대학을 갈 만큼 자랐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