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블로그에 와서 글을 읽으시고 인터넷을 하시는 분이라면 '지름신' 혹은 '지른다' 라는 행위가 뭐를 뜻하는지를 잘 아실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신기한 최신의 전자제품 (영어로 gadget 이라고 하죠 ^^) 을 참 좋아했기에 새로운 첨단 제품이 나올 때마다 참지를 못하고 많이도 질러댔습니다. 그래도 나이가 어렸을 때는 경제력이 없기에 새로운 물건 하나 얻으려면 아버지와의 거의 전쟁에 가까운 신경전을 치뤄야 했지만, 첫 직장을 잡고 경제력이 생긴 다음부터는 이해심 많은 아내 덕분에 거침없이 질러댔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첫아이 출산비용으로 아버지께서 조금 보태주신 돈을 탈탈 털어넣어 당시에는 엄청난 가격을 자랑했던 레이져 프린터를 산 일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 지름으로 남아있습니다 (90년대초 당시에 155만원을 줬던 것 같습니다 ^^)
이제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예전만큼 경제적인 여건이 안되어서 새롭고 멋진 기기가 나와도 그냥 사진속에서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도 불행중 다행으로 아마존 리뷰 때문에 한달에 두개씩은 뭔가 새로운 물건이 생기는 걸로 충분히 저의 지름 충동을 억누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제 어느새 아들 녀석이 커서 고등학생이 되고나니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이 녀석도 지름이 뭔지 슬슬 눈을 떠가는 낌새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녀석의 한달 용돈이 $5 (오천원) 정도 밖에 안되고 가끔씩 집 앞과 뒷뜰에 잔디를 깍는 걸로 조금씩 보충을 하긴 하지만 자력으로 뭔가 지르기에는 턱도 없어서 아들이 뭔가 지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번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좀처럼 선물을 하지 않던 할아버지가 한번에 한국에서 돈을 제법 넉넉히 부쳐주시는 바람에 그 돈을 은행에 넣어놓고 나름 뭐할까 내내 궁리를 했던 모양입니다.
몇달전 아들 녀석은 드디어 그 돈의 소비처를 알아낸 듯 의기양양해서 저에게 아이팟 터치를 사고 싶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사실 자기 돈이니까 맘대로 질러도 되겠지만 아직까지 물건 구입은 아버지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암 그래야지 ^^). 그러나 물건 구매 전문가 및 지름 촉발 위원으로 유명한 제가 말렸습니다. 곧 다음 모델이 나온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아이팟을 만든 애플 컴퓨터 회사는 언제나 일정 주기로 신제품을 내고 있으며 신제품은 가격이 떨어지거나 기능이 늘어나는 특징이 있으므로 애플 제품에 막차를 타는 것은 내 앞에서 매진이 되는 세일 물건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큼 억울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애플 컴퓨터의 제품에 관해 가장 많은 소식을 전하는 Macrumors.com 에서도 제품 교체 사이클상 곧 신제품이 나오니 지금 구입하지 말라는 친절한 경고를 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때가 아마 7월말이었고 제 예상에 8월달이나 늦어도 9월초에는 아이팟의 새 물건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일단 기다리라고 하니 참 답답해 하더군요 (내가 니 심정 안다 짜샤 ^^). 8월이 지나고 여기저기 미디어에서 드디어 9월초 애플 뮤직 이벤트에서 제2세대 아이팟 터치가 발표될 것이라는 거의 확실한 루머가 나오면서부터 아들 녀석이 조용히, 그러나 느껴질만큼 안달을 시작하더군요. ^^
9월 9일 애플의 Let's Rock 이벤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있기 하루 전날, 아들 녀석은 다음날이면 아이팟 터치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희망에 한껏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9월 9일날 발표가 된다는 거지 실제로 손에 넣기까지는 며칠이 걸린다는 얘기를 해줌으로써 아이를 한번 더 좌절시켜야만 했습니다 (미안. 진실은 항상 냉혹한 법이란다, 아들아).
9월 9일, 아들의 지름을 위하여 문자 중계로 애플의 이벤트를 지켜보았고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애플 온라인 스토어로 부리나케 달려가서 아들의 지름을 위해 신용카드 번호를 사정없이 집어 넣었습니다. 아들 녀석은 학교에서 수업중이라 직접 지를 수가 없었거든요. ^^;;
그리고 4일만에 뒷면에 아들이 원하는 메시지(아들은 운동을 해서 그런지 adidas 사의 캐치프레이즈인 'Impossible is nothing' 을 좋아합니다)와 이메일 주소까지 예쁘게 새겨진 아이팟 터치가 생산지인 중국에서 쾌속으로 날라왔습니다. 정말 좋아하더구만요. 뭐랄까 지름의 철학을 미학으로 승화시키는 첫경험의 순간이랄까요. 이미 아이팟을 써본 경험이 있고 여러 기계를 다루어 본 적이 있는지라 금방 모든 셋업을 끝내고 아주 아주 잘 쓰더군요.
언제까지나 나만 지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아들 녀석도 지름의 묘미를 안 것 같습니다. 아마 할아버지가 하사하신 금일봉에 잔액이 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소소한 지름의 오솔길에서 즐겁게 헤매일 것 같습니다. 요즘 eBay 를 통해 NBA 져지들을 돌아보는 것을 보면 또 새로운 지름으로 한걸음 나아가려고 하는 것이겠지요.
아들 녀석이 아이팟 터치를 손에 넣는 것을 보면서 참 세월이 많이 지났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새 이 녀석이 저렇게 커서 아빠의 고난(^^)과 환희에 동참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말입니다. 덕분에 아내는 이제 방어해야 할 골치덩이가 한명 더 늘어난 셈입니다. 아내에게는 내 돈도 아내 돈, 아이 돈도 아내돈, 우리집 돈은 모두 아내 돈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고 이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아들의 지름으로 덕도 있습니다. 덕분에 아이팟 터치라고 하는 나름 첨단기기이고 청년문화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을 이리저리 내것처럼 만져보게 되었으니까요. 이 녀석이 안 샀으면 아마 제가 샀을거니까요 (제 돈 굳었습니다. 꺄오 ^^;;).
함께 사이좋게 질러나가는 부자의 아름다운 모습, 아내가 제일 곤혹스러워할 것 같습니다. ^^;;
삽화출처:
http://www.mediamob.co.kr/FDS/newBlogContent/2006/0402/icewing/22119.jpg
http://youth.bokeducation.or.kr/ICSFiles/artimage/2007/07/30/c_bok920/c-2-1.jpg
추가:
저의 아들이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하여 아들녀석이 절친한 친구와 함께 만든 유튜브 동영상 하나 부칩니다. 친구의 유튜브용 비디오 카메라를 빌려서 직접 편집하고 만든 첫 동영상 작품입니다. ^^ 촬영은 만8살짜리 딸래미가 했습니다 (마지막 부분 빼고 ^^). 3명이 등장하지만 누가 제 아들인지 금방 아실 것입니다. ^^;;
이제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예전만큼 경제적인 여건이 안되어서 새롭고 멋진 기기가 나와도 그냥 사진속에서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도 불행중 다행으로 아마존 리뷰 때문에 한달에 두개씩은 뭔가 새로운 물건이 생기는 걸로 충분히 저의 지름 충동을 억누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제 어느새 아들 녀석이 커서 고등학생이 되고나니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이 녀석도 지름이 뭔지 슬슬 눈을 떠가는 낌새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녀석의 한달 용돈이 $5 (오천원) 정도 밖에 안되고 가끔씩 집 앞과 뒷뜰에 잔디를 깍는 걸로 조금씩 보충을 하긴 하지만 자력으로 뭔가 지르기에는 턱도 없어서 아들이 뭔가 지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번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좀처럼 선물을 하지 않던 할아버지가 한번에 한국에서 돈을 제법 넉넉히 부쳐주시는 바람에 그 돈을 은행에 넣어놓고 나름 뭐할까 내내 궁리를 했던 모양입니다.
몇달전 아들 녀석은 드디어 그 돈의 소비처를 알아낸 듯 의기양양해서 저에게 아이팟 터치를 사고 싶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사실 자기 돈이니까 맘대로 질러도 되겠지만 아직까지 물건 구입은 아버지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암 그래야지 ^^). 그러나 물건 구매 전문가 및 지름 촉발 위원으로 유명한 제가 말렸습니다. 곧 다음 모델이 나온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아이팟을 만든 애플 컴퓨터 회사는 언제나 일정 주기로 신제품을 내고 있으며 신제품은 가격이 떨어지거나 기능이 늘어나는 특징이 있으므로 애플 제품에 막차를 타는 것은 내 앞에서 매진이 되는 세일 물건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큼 억울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애플 컴퓨터의 제품에 관해 가장 많은 소식을 전하는 Macrumors.com 에서도 제품 교체 사이클상 곧 신제품이 나오니 지금 구입하지 말라는 친절한 경고를 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때가 아마 7월말이었고 제 예상에 8월달이나 늦어도 9월초에는 아이팟의 새 물건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일단 기다리라고 하니 참 답답해 하더군요 (내가 니 심정 안다 짜샤 ^^). 8월이 지나고 여기저기 미디어에서 드디어 9월초 애플 뮤직 이벤트에서 제2세대 아이팟 터치가 발표될 것이라는 거의 확실한 루머가 나오면서부터 아들 녀석이 조용히, 그러나 느껴질만큼 안달을 시작하더군요. ^^
애플 Let's Rock 이벤트 광고
9월 9일 애플의 Let's Rock 이벤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있기 하루 전날, 아들 녀석은 다음날이면 아이팟 터치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희망에 한껏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9월 9일날 발표가 된다는 거지 실제로 손에 넣기까지는 며칠이 걸린다는 얘기를 해줌으로써 아이를 한번 더 좌절시켜야만 했습니다 (미안. 진실은 항상 냉혹한 법이란다, 아들아).
9월 9일, 아들의 지름을 위하여 문자 중계로 애플의 이벤트를 지켜보았고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애플 온라인 스토어로 부리나케 달려가서 아들의 지름을 위해 신용카드 번호를 사정없이 집어 넣었습니다. 아들 녀석은 학교에서 수업중이라 직접 지를 수가 없었거든요. ^^;;
케이스에 곱게 담겨 배달된 아이팟 터치
그리고 4일만에 뒷면에 아들이 원하는 메시지(아들은 운동을 해서 그런지 adidas 사의 캐치프레이즈인 'Impossible is nothing' 을 좋아합니다)와 이메일 주소까지 예쁘게 새겨진 아이팟 터치가 생산지인 중국에서 쾌속으로 날라왔습니다. 정말 좋아하더구만요. 뭐랄까 지름의 철학을 미학으로 승화시키는 첫경험의 순간이랄까요. 이미 아이팟을 써본 경험이 있고 여러 기계를 다루어 본 적이 있는지라 금방 모든 셋업을 끝내고 아주 아주 잘 쓰더군요.
아이팟 터치에 아들이 새겨넣은 문구
언제까지나 나만 지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아들 녀석도 지름의 묘미를 안 것 같습니다. 아마 할아버지가 하사하신 금일봉에 잔액이 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소소한 지름의 오솔길에서 즐겁게 헤매일 것 같습니다. 요즘 eBay 를 통해 NBA 져지들을 돌아보는 것을 보면 또 새로운 지름으로 한걸음 나아가려고 하는 것이겠지요.
아들 녀석이 아이팟 터치를 손에 넣는 것을 보면서 참 세월이 많이 지났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새 이 녀석이 저렇게 커서 아빠의 고난(^^)과 환희에 동참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말입니다. 덕분에 아내는 이제 방어해야 할 골치덩이가 한명 더 늘어난 셈입니다. 아내에게는 내 돈도 아내 돈, 아이 돈도 아내돈, 우리집 돈은 모두 아내 돈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고 이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아들의 지름으로 덕도 있습니다. 덕분에 아이팟 터치라고 하는 나름 첨단기기이고 청년문화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을 이리저리 내것처럼 만져보게 되었으니까요. 이 녀석이 안 샀으면 아마 제가 샀을거니까요 (제 돈 굳었습니다. 꺄오 ^^;;).
함께 사이좋게 질러나가는 부자의 아름다운 모습, 아내가 제일 곤혹스러워할 것 같습니다. ^^;;
삽화출처:
http://www.mediamob.co.kr/FDS/newBlogContent/2006/0402/icewing/22119.jpg
http://youth.bokeducation.or.kr/ICSFiles/artimage/2007/07/30/c_bok920/c-2-1.jpg
추가:
저의 아들이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하여 아들녀석이 절친한 친구와 함께 만든 유튜브 동영상 하나 부칩니다. 친구의 유튜브용 비디오 카메라를 빌려서 직접 편집하고 만든 첫 동영상 작품입니다. ^^ 촬영은 만8살짜리 딸래미가 했습니다 (마지막 부분 빼고 ^^). 3명이 등장하지만 누가 제 아들인지 금방 아실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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