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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19 윤종빈 감독과의 하룻밤 10


한국에서 지금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는 최민식씨와 하정우씨가 주연하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이 개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이 영화의 감독이신 윤종빈 감독님과의 일화가 하나 생각이 나서 몇자 적어봅니다.  제가 사는 곳이 한국도 아닌데다가 규모가 매우 작은 미국의 도시이다보니 이곳에서 한국의 영화감독을 본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곳에서 한국의 영화감독님을 두분이나 만나뵙는 행운을 누릴 수가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윤종빈 감독님 말고 다른 분은 정말 거물급이시니 다른 발제글로 뵙겠습니다. ^^;;




미국에 사는 한인이지만 늘상 마음속에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박혀있습니다.  외국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요? 기회만 닿으면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하는 일에 별로 주저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말이야 거창하게 들리시겠지만 그래봐야 에전에 소개드렸던 아이들 학교에 가서 한국에 대한 특강을 한다거나 한국과 관련된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는 그 정도 수준입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이곳에는 한국에 대하여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알리기 위하여 활동하는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비영리단체가 있습니다.  한국 문화원 (Korean Cultural Center) 이라고 현재는 일리노이 주립대학 교수이시고 설립당시 박사과정 대학원생이셨던 정선희 교수님께서 의욕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단체입니다.  여러가지 인연으로 한때 이곳에 소속되어 이름만 걸어놓은 고문 중의 한 사람으로 지낸적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 제가 했던 일의 하나가 정기적으로 상영하는 한국 영화 상영회에서 상영할 영화를 추천하는 일이었습니다.


이곳에 들리시는 분들 중에서도 영화에 관한한  전문가들이 많이 계시겠지만 저같은 경우 그져 남들보다 조금 한국영화를 많이 보고 별것 아닌 것도 아주 특별하게 주절 주절 떠들어대는 편이라서 이런 의뢰가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제 취향이 철저히 대중적인지라 제가 추천해 드리는 영화는 비교적 주변분들에게 재밌었다는 얘기를 듣곤 했었기에 계속 추천을 드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이곳 대학 학과와 단체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한국 문화원이 연합해서 제가 있는 도시의 예술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영화관을 통채로 빌려서 한국 영화제 (Korean Film Festival) 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멀티플렉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명색이 제대로 된 영화관이었던지라 나름대로 규모가 있는 행사가 되었고 하루 종일 몇편의 영화를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연달아 상영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원래 제가 있는 이 동네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평론가인 Roger Ebert 의 고향인지라 Ebert 가 직접 주최하는 Eberfest 라고 하는 영화제가 매년 개최되는 생각보다 영화에 관한한 수준이 높은 도시입니다.  Ebertfest 의 경우 처음에는 Ebert's Overlooked Film Festival 이라고 하여 세상이 잘 모르는 이 평론가에 생각하는 우수한 영화들을 골라 하던 영화제였는데 규모가 커지면서 멋진 이름을 가지는 영화제가 되었습니다 (저의 딸은 이 평론가와 유치원 동문입니다 ^^).


[ Virginia 극장에서 열리는 Ebertfest 영화축제]

어쨌거나 이 한국 영화제는 예상을 넘는 큰 성황을 이루었고 주변 도시의 한국영화팬들까지 와서 좌석이 완전히 차고 넘치는 성과를 이루어 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날 일이 있어서 막상 본 영화제에는 참석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때 초청작으로 상영된 영화중의 하나가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였고 다른 미주 지역의 순회 강연까지 함께 계획이 되어 윤 감독님은 초청 게스트로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윤감독님과의 질문/답변 세션이 '용서받지 못한 자' 영화 상영후에 이어졌고 참석하신 분들 말로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고 미국의 관객들은 먼곳에서 날아온 한국 감독에게 많은 감사를 표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개인사정 때문에 일체의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 댓발처럼 입이 나와있던 저에게 한국문화원 회장님의 윤감독님과의 뒷풀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전화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저녁 10시 가까운 시각이었지만 한걸음에 달려나간 맥주집에는 지난번 '한국 영화를 위해 1인 시위를 한 미국 교수' 라는 글에 소개한 적이 있는 Robert Cagle 교수 및 한국인 자원봉사자들 8분 정도가 자리를 지키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날 윤 감독님에 대한 첫 인상은 '전도가 유망한 신인감독'이라기보다는 소탈해 외모에 눈빛이 반짝거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청년 정도의 이미지였습니다. ^^  이미 저는 윤 감독님이 저와 같은 대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행여나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선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불편해 할까봐 일부러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던 기억도 나네요.

당시 윤 감독님은 미국 방문이 처음이었기에 저희들에게 미국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여쭈어 보았던 기억도 나고 이런 저런 한국 영화의 위상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들도 많이 오고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동안 궁금해 했던 영화 작업 현장에 관한 질문들을 좀 던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일 늦게까지 문을 여는 bar 였음에도 새벽 2시가 되자 업소도 문을 닫아야 해서 다들 아쉬운 마음으로 일어났다가 헤어지지 못하고 길거리에 서서 마지막까지 얘기하던 저를 포함한 두명의 사람들에게 자기 숙소로 가자고 먼저 제안한 것은 윤 감독님이었습니다.  저희들이야 당연히 "콜~~~~~~~~" 을 외쳤고 윤 감독님의 숙소는 일반 호텔이 아닌 Queen Anne Style 이라고 불리우는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일반 주택이었다가 방문객 숙소로 개조된 이곳에서는 나름 유명한 Lindley House 라는 곳이었습니다.


[Lindley House]

이 곳은 이곳 학교 출신인 이안 감독 (와호장룡, 브로크백 마운틴의 바로 그 감독) 이 이곳을 방문했을때 숙소로 사용할만큼 VIP 들이 올 때 즐겨 숙소로 이용되는 곳인데 주최측에서 이곳을 잡아준 듯 하였습니다.  저도 말로만 들었지 방문은 처음이었는데 매우 우아한 분위기에 자기 집 같은 아늑한 느낌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늦은 밤에 편안한 장소로 옮긴 네명은 정말 아주 즐겁게 수다를 떨었던 것 같습니다.  마침 또 조합이 여성 2명, 남성 2명의 밤새며 이야기하기 좋은 구성이어서 그랬는지 좀 더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함께 했던 이곳에 사는 저를 포함한 3명이 폭소를 터트린건 윤 감독님이 자신의 커다란 여행가방을 열었을 때였습니다.  그곳에는 여행시 많이 가지고 다닌다는 고추참치, 짜장참치 등 각양각색의 참치캔들과 사발면을 위시한 각종 라면이 본인 짐보다 더 많이 들어있어서였습니다.  윤 감독님의 말씀으로는 미국에는 이런게 별로 없다고 하여 넉넉히 싸가지고 왔다고 하셨는데 저희 동네에는 한국에 있는 식료품과 간식들을 거의 대부분 구할 수 있는 한국 마켓이 3개나 있는지라 여기서도 얼마든지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을 머나먼 미국까지 이고 지고 왔다고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저희가 있는 일리노이 주뿐만 아니라 인근 인디애나주와 위스컨신주까지 초청을 받아서 가야하는 일정이고 방문할 곳들 역시 참치캔과 라면이 차고 넘치는 곳들이라 저희는 의기투합해서 윤 감독님의 짐을 덜어드리기로 하였습니다.

가미가 된 참치들은 그냥 뜯어먹고 그냥 참치캔은 함께 소중하게 가져오신 김치까지 털어내서 금요일 심야 새벽 3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참치와 라면사리를 집어넣은 참치 김치찌게 파티가 벌어졌습니다.  정말 맛있게 윤 감독님의 짐을 덜어드린 후에는 동이 틀때까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이야기는 그때 '비스티 보이즈' 영화를 기획하고 있던 터라 그 영화 기획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윤계상씨와 하정우씨의 캐스팅에 관한 대화 등을 많이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고 난 후 윤 감독님과는 아쉬운 작별을 해야했고 미국 일정을 다 마칠 즈음 관계자를 통해서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저희 동네에 있었던 만큼 재미있었던 일이 없어서 아쉽다 하시면서 결국 저희 동네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카고에 한번 더 들려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가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

여기까지입니다.  그 후에 저는 목빠지게 기다리던 '비스티 보이즈'를 누구보다도 반가운 마음에 보았었고 그 날 저녁에 함께 찍었었던 사진들을 윤 감독님의 싸이에 올려드려었던 기억도 납니다.

이렇게 먼곳까지 오셔서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미국의 팬들에게 좋은 시간을 가지게 해주신 것 감사드리고 그때 '용서받지 못한 자'들을 보았던 미국의 한국영화 팬들은 분명 '범죄와의 전쟁'도 특별한 마음으로 감상하게 될 것 같습니다.  미국까지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말입니다.

그때가 2006년이었으니 한류라고는 미국에 발도 딛지 못했을 때이지만 이렇게 한국 분들이 여러분들이 모르는 가운데에서도 한국의 영화와 문화를 알리기 위한 많은 노력을 이미 다방면으로 기울이고 계셨었다는 것 하나는 여러분들이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Posted by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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