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5.04 LPGA 태극낭자 1세대 전설들과의 첫만남 3
  2. 2010.01.16 나의 부탁을 들어준 스포츠 스타 6



지금이야 예전보다 시들하지만 미국 여자 프로골프 리그 (LPGA) 에서 처음으로 태극낭자들이 쾌거를 올리던 시절에는 마치 박찬호 선수가 메이져리그에서 활약하던 때처럼 전국민의 관심이 LPGA 로 쏠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LPGA 에서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이 기회를 통하여 제가 LPGA 태극낭자 군단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선수들을 처음 만났을 때의 경험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이 첫경험 이후에 저는 LPGA 의 대단한 팬이 되었으며 한동안 미국 LPGA 온라인 게시판에서 많은 외국친구들과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며 좋은 시간을 가졌던 기억도 새록새록 납니다.  지금은 전설이 되어가는 그들과의 첫만남을 추억하며 예전에 썼던 글을 고쳐서 올립니다.


저와 저의 큰 아들은 미국에서 자동차 보험회사로 가장 큰 State Farm Insurance 회사에서 주최하는 LPGA State Farm Classic golf 대회가 열리는 일리노이주의 주도 스프링필드 근교 Sherman 시에 있는 The Rail golf club 에 갔었습니다.


당시 LPGA 최대 스폰서인 스테이트팜이 주최하는 대회이니만큼 메이져 대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라성 같은 선수가 총출동하고 특히 LPGA 에서 활약하는 거의 모든 한국 선수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박희정, 한희원, 장정, 펄신, 이정연, 이선희, 고아라, 송아리 등등) 들이 총 출동하는 대회이고 제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펼쳐지는 스포츠 빅이벤트이기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아들녀석과 단 둘이 다녀왔습니다.


The Rail 골프 클럽까지는 제가 사는 곳에서 약 1시간 20분 정도가 걸리니 여기서는 아주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그런 거리입니다.


TV 에서나 볼 수 있는 유명한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라는 것 때문에 약간 흥분하긴 했으나 '시합 중 이기 때문에 그냥 먼발치서 바라보고만 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입장료 (저 20불, 아들 무료), 주차비 (5불)을 내고 입구에 다달았습니다.  No camera 라는 문구를 보았음에도 워낙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있어서 적당히 아들 녀석 포켓에 넣고 입구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두리번 두리번 기웃거리면서 1번 홀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가 1번 홀이 끝나는 그린으로 가까이 가는 순간 낯익은 얼굴 하나가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목례를 하는 그 여자는 바로 '박세리' 였습니다.


허걱.  제가 본 박세리 선수의 첫 인상은 TV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예쁜 여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말 하면 "오버하지 마!"하는 분들이 있는데 실물 박세리는 화장 한 점 안 해도 무척 매력적인 그런 여자였습니다.  점점 가까이 오길래 제가 구두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리고 요 인사는 다른 골퍼들에게도 동일하게 던져져 본의 아니게 그들을 비교하는데 쓰게 되었습니다.(즉석에서 떠오른 생각치고는 지금 생각해도 기발하다고 자위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 (이상 티오프 순서, 성적이 좋을 수록 뒤에 티오프 합니다. 김미현이 가장 마지막 조로 티오프를 했습니다) 에게 제가 던진 인사와 그녀들 의 반응에서 느낀 저의 그녀들에 대한 첫 인상입니다. 참고로 제가 인사를 건넨 거리는 불과 1m도 안 떨어진 제 바로 앞에서였습니다. 실험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하여 모두 1번 홀을 마치고 나오는 그린 앞에서 했습니다.


저: 박세리 선수 잘하세요.


박세리: 감사합니다.(빙긋 웃는 미소로 얼른 답하고 지나갑니다. 저와 눈을 별로 마주치지 않습니다. 적당히 인사한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을만큼 친절한 톤으로 인사를 받지만 얼른 휙 지나갑니다. 역시 프로경력이 오래된 선수답게 노련하게 대처합니다)


저: 박지은 선수 잘하세요. 


박지은: 예, 감사합니다. (박지은 선수가 미인이란 것 정평이 나있지만 인사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그녀만의 백만불짜리 미소를 지으며 고개까지 꾸벅하는 그녀의 모습은 누구라도 단번에 팬을 만들어 버릴만큼 강력했습니다. 미국에서 오래 지낸 탓인지 인사가 매우 자연스럽고 나만을 향한 인사라고 느낄 수 있을만큼 굉장히 매력적인 매너를 지녔습니다. 물론 옷도 장난이 아니구요.)


저: 김미현 선수 잘하세요.


김미현: 아.. 녜... (약간 놀란듯이 어색해 하며 바라봅니다. 하지만 일대일로 인사를 주고 받는 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얼굴을 빤히 쳐다봐주며 곧 이어 귀여운 미소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아직은 프로 2년차(당시)의 티가 납니다. 사실은 훨씬 더 다정다감한 사람입니다. 재미있는 일화 하나를 다른 글로 소개하겠습니다). 

 

한국 선수 이외에도 많은 LPGA 선수들에게 개인적으로 간단히 인사를 나눌 기회들이 있었습니다. LPGA 선수들은 모두 화사한 미인이거나 예쁘게 나이가 먹은 아줌마들이었고 팬들의 인사를 절대로 무시하지 않는 세련된 매너들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이 대회를 결국 우승한 프랑스의 신예 빠뜨리샤 뮤니에-르북의 경우 그곳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고 (성적 때문이 아니라 어떤 순간의 싸인 요구에 대해서도 친절히 응해줌. 심지어 티업하는 순간에도 싸인을 해주고 들어가는 놀라운 광경을 연출. 보통 선수들이 시합 시작할 때는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습니다) 제가 나중에 미디어 룸 앞에서 만나서 내일 잘하세요 라고 인사했을 때도 화사한 미소와 인사로 답해주는 매력적인 선수였습니다. 이 친구 한희원 선수에게 당시 LPGA 신인왕(Rookie of the year)를 뺏겼었지요.


제가 당시에 막 좋아하기 시작한 대만 출신 Candie Kung 의 경우는 TV 가 더 나은 케이스였습니다. 실물은 영 별로였습니다. ^^;;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는 약간 덜 친절한 편이였구요.  아마도 약간 까칠했던게 그녀가 예쁘게 보이지 않은 원인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시아 선수중 최장타로 유명한 후쿠시마 아끼꼬는 제가 간단한 일본어로 인사를 건네자 놀란 듯 쳐다보다가 (일본 사람들은 잘 말을 걸지 않나 봅니다. 계속 아끼꼬를 볼 기회가 많았는데 (김미현과 한조) 어떤 일본 사람도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땡큐로 응수를 하더군요. 나중에 선두를 달리다 볼이 워터 해저드에 한번 빠지고 마지막 홀에서 벙커 샷이 또 다른 벙커에 들어가고 퍼팅시 갤러리의 비퍼가 울리는 바람에 신경이 예민해졌는지 싸인을 안해주고 퇴장한 제가 본 유일한 두 선수 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박세리 선수를 따라서 3홀 정도를 돌았습니다 (이때 박지은과 김미현은 티오프를 하지 않은 상태). 생각보다 선수들은 훨씬 더 릴랙스 했고 박세리 선수의 경우는 언니인지 여동생이 계속 따라다니더군요. 박세리 선수와 가까이 있어 그들의 대화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감기 때문에 항히스타민제를 먹어 아주 죽겠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으며 내심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 박세리 선수 >


그 후에는 박지은 선수를 따라 두 홀 정도를 돌다가 김미현 선수를 따라 다니기로 작정을 하고 1번홀부터 9번홀까지 쭈욱 따라다녔습니다.


김미현 선수와는 몇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그 중 인상적인 것 하나는 독립해서 다른 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김미현 선수를 따라다니다가 취재를 나온 미국 신문 기자에게 취재를 당해서 미국 신문에 기사로 저와 아들의 이름이 실리는 재밌는 일도 있었습니다.



< 슈퍼 땅콩 김미현 선수 >



한가지 독특했던 것이 거의 모든 골퍼들이 스폰서의 이름 (예를 들어 Taylor Made 나 Callaway, Mizuno 등)이 새겨진 골프 가방을 캐디들이 들고 다니는데 반해 박지은 선수만 유일하게 자기 이름이 생겨진 프랑스 루이뷔통사의 화사한 하늘색 골프백을 사용하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때는 박지은 선수가 Nike 의 스폰서를 받기 전이었습니다).  또 박지은 선수는 예전에 "박세리 그립"으로 유명한 퍼팅시에 왼손과 오른손을 반대로 잡는 그립을 쓰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박세리 선수는 이제 그 그립을 쓰지 않더군요).  나중에 싸인을 받을 때 미국 팬들이랑 얘기를 하는 것을 들어보니 박지은 선수의 영어는 완벽하더군요.  역시 중학교에 유학온 덕분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티셔츠의 등쪽에 싸인을 받고 원중이는 배낭에 박지은 선수의 싸인을 받았습니다.  의외로 선수들의 싸인 받기는 쉬워서 18번 홀이 끝나고 스코어 카드에 싸인을 하고 나오는 길목에 서있으면 자기들이 펜까지 들고나와서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일이 싸인을 다 해주고 물어보는 질문들에 다 답을 해줍니다.  한 미국아이가 "오늘 얼마나 쳤어요?" 라고 물어보자 "얘, 저기 뒤에 스코어 보드를 보렴" 해서 저희를 웃겼습니다.  행간의 뜻이야 '팬이라면서 선수의 스코어도 모르니?' 라는 뜻이었을 것이며 박지은 선수는 우회적으로 이를 재미있게 비꼰 것이지요.  재치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싸인을 마치고 혼자 걸어 가는 박지은 선수에게 가서 사진 촬영을 부탁하자 쾌히 응해주면서 예쁜 포즈까지 취해주었습니다.  미인이라고 이미 널리 소문이 나있는 만큼 상당한 미모였으며 그에 못지 않게 화장도 제대로 하고 나왔더군요.  멋진 목걸이에 파란색 상의도 멋졌습니다. 숏 아이언을 기가 막히게 잘 쓰며 어프로치 샷에서 그린에서 백스핀을 먹어서 구르는 그녀의 볼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이 때 그녀는 캘러웨이의 제품을 쓰고 있었으며 드라이버는 Hawkeye 더군요.



< 개인적인 메시지도 남겨준 박지은 선수 >



박세리 선수는 위에 밝혔다시피 화장끼 하나 없는 까무잡잡한 얼굴인데도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동안 TV 카메라가 박세리 선수를 많이 홀대한 것 같습니다.  제 미팅에 파트너로 나와 있다면 '야 오늘은 괜찮은데!' 라고 느낄 정도는 됩니다.  완벽한 미인은 아니지만 매력있는 선수였습니다.  플레이가 시원 시원하고 대담하며 세련된 영어로 캐디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일품이었습니다.  당시 그녀는 Taylor Made 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삼성의 로고를 모자에서 볼 수 없는게 특이한 점이라면 특이한 점 (하도 그 모자 디자인이 익어서 말입니다)이고 항히스타민제 때문인지 눈에 계속 식염수를 넣어가며 플레이 하더군요.


김미현 선수는 워낙 일화가 많아서 그 중 하나는 독립된 글로 말씀을 드릴 거구요.


오전 10시 반에 도착해서 클럽을 나설 때가 오후 6시 반이었으니 점심을 먹었던 30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7시간 반을 걸어 다녔네요.  물론 선수들은 중간에 식사 시간 없이 계속 18홀을 돕니다.  그래서 쵸코렛 바 (스니커즈 이런거요) 등을 가지고 다니면서 캐디랑 계속 같이 먹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먹는 것 못 봤습니다).  음료수의 경우는 매 홀 티오프 하는 곳에 얼음이 담겨진 통에 게토레이, 미네랄 워터, 각종 소다들이 담겨 있어 마음대로 먹을 수가 있습니다.


참고로 티오프를 할 때 모여있는 세선수(한 조가 세명)들 끼리는 화기애애합니다.  일년 내내 투어를 함께 돌아서일까요?  대화 내용도 "너 이거 먹어봤니?" "아 그거 마트에서 팔더라?" 뭐 이런 수준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제일 마지막 조는 수위 경쟁을 다투는 조인만큼 개개인은 명랑해도 서로 대화는 없더군요. 아님 이 날 수위조의 구성원 모두가 외국인이라서 (김미현(한국), 아끼꼬 후쿠시마(일본), 빠뜨리샤 뮤니에-르북(프랑스))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글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한희원 선수 ^^ >



이 대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라면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선수 아니카 소렌스탐과 호주의 캐리 웹이 불참한 것입니다. 이들 두 선수는 항상 이 대회에 참여하곤 했었는데 그해에는 불참했네요. 참고로 당시 스테이트 팜은 LPGA 의 최대 스폰서였던지라 메이져 대회가 아님에도 상금 액수가 꽤 높은 편이라고 하더군요.


미국 생활에서 아마도 처음으로 참여한 스포츠 빅 이벤트에서 저와 아들 녀석은 잊지 못할 추억을 정말 많이 남기고 왔습니다. 격려의 말을 건넸을 때 반갑게 응대해준 모든 LPGA 선수들에게 지금도 감사한 마음 한가득이며 그 이후로 LPGA 팬이 되어서 몇번 더 행사에 참가했었고 몇몇 선수와는 개인적인 친분을 쌓아서 얘깃거리를 많이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아마도 미국의 모든 프로스포츠 중에 관객의 접근성이 가장 좋은 스포츠이기에 (남자 PGA 만 해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선수들과 대화 나누기가 힘이 듭니다. LPGA 는 가능합니다 ^^) 참여하고 관람하는 스포츠로는 LPGA 만한게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김미현 선수와의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담긴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

 



P.S. 1 : 아래는 당시 일리노이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신문에 실렸던 골프대회 기사 중 저희 부자에 관한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링크가 적혀 있지만 아쉽게도 기사가 삭제되었는지 링크는 작동하지 않네요.


Kim has Korean fans in her corner (http://www.sj-r.com/sections/sports/stories/S09012002,l.asp
든든한 한국인 팬들을 등에 업은 김미현 선수


By DAVE KANE 
STAFF WRITER


...(중략)


Pride probably was replaced by excitement for Michael Kim, the son of 샴페인 of Urbana. They came over to watch Mi Hyun Kim (no relation) play, and they got a bonus.


Urbana 시에서 온 샴페인의 아들인 마이클 김군에게 자랑스러움은 이내 흥분으로 바뀌었다.  그들은 김미현 선수의 경기를 보러왔고 (친척관계는 아님, 역자주: 김미현 선수랑 같은 김씨라고 해서 친척이 아니라는 부연 설명. 미국에서는 같은 성이 드문 탓 ^^) 그리고 그들은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Mi Hyun's caddie (Chris Birdseye) gave us one of her golf gloves," the elder Kim said. "We will try to get it autographed when she's done.


"김미현 선수의 캐디 (크리스 버드아이) 가 저희에게 그녀의 골프 장갑 하나를 주었습니다" 그 중 제일 연장자인 김씨의 말이다.  그녀가 경기를 끝마치면 싸인을 받을 계획입니다.


"I don't know why there are so many good golfers from Korea because golf is an expensive sport in Korea."


"사실 한국에서 왜 그렇게 좋은 골프선수들이 많이 나오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골프는 정말 한국에서는 비싼 스포츠거든요"


Mike Ohr and his twin brother, John Ohr, are Korean-Americans from the Chicago area. They are golf fans, or as John's wife says, "fanatics." All three will follow Kim at The Rail on Saturday.


...(이하 생략)


P.S. 2 : 눈썰미가 있으신 분들은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위의 저의 아들과 LPGA 선수들이 찍은 사진에는 모두 싸인이 되어 있습니다.  하루는 만나서 사진을 찍고 또 다른 날에는 사진을 인화해 가서 선수들에게 다시 그 위에 싸인을 받은 탓입니다.  아들 녀석 옷이 다른 것은 2년에 걸쳐 찍은 거라서 그렇고 사진 품질이 나쁜 이유는 저질 복합기 스캐너 탓입니다. ^^

 









Posted by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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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방문해 주시는 분들 중에도 스포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입니다.  박지성이나 김연아 같은 선수들은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아낌없이 좋아하는 그야말로 국민 스타라고 할 수 있으며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각자마다 자신만의 스포츠 스타가 있을 것입니다.  저도 앞서 언급한 박지성이나 김연아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지만 저만의 정말 좋아하는 한국인 스포츠 스타가 두명 있습니다.  둘다 LPGA 골프 선수인데요, 한 명은 슈퍼 꿀땅콩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웠던 지금은 유도선수 이원희 선수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김미현 선수이구요, 또 한분은 한때는 걸어다니는 필드위의 패션모델로도 불리웠던 Grace Park 박지은 선수입니다.  김미현 선수와도 재미난 사연이 있으나 이 이야기는 차후에 이곳에 소개하기로 하구요, 오늘은 박지은 선수와 있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예전부터 음악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관람을 좋아해서 많은 행사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데 그 중 미국 여자 프로골프인 LPGA 의 경우 다른 어떤 이벤트보다도 제가 직접 관람하기를 좋아하는 스포츠입니다.  다른 어떤 스포츠도 LPGA 경기처럼 선수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가 드뭅니다.  경기 내내 내가 좋아하는 선수를 불과 1-2 미터 앞에서 쳐다보면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으며 경기 전전날의 프랙티스 라운드나 경기 직후에는 선수들과 직접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며 LPGA 선수들은 매우 친절해서 어떤 팬의 싸인도 거절하지 않는 편입니다 (단 그날 경기가 잘 안풀린 경우는 싸인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이와 반대로 인기가 좋은 PGA 의 경우는 팬이 너무 많아 LPGA 와 같은 접근성은 매우 떨어지는 편입니다.


제가 LPGA 경기를 열심히 보러 다니던 때는 우리나라 LPGA 태극낭자 1세대 트로이카 박세리/김미현/박지은이 활약하던 시대인데요, 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응원하는 재미는 대단히 쏠쏠했습니다.  제가 좀 낯이 두껍고 넉살이 좋은 편이라 몇번 경기 후에는 이들 선수들 그리고 캐디들과 눈인사를 나눌 정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때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소수였던 LPGA 팬들끼리 LPGA 협회에서 마련해 놓은 포럼에 모여서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들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는데 저는 한국의 선수들에게 외국 팬들이 많은게 너무 좋아서 그곳에서 열심히 활동을 했습니다.  그때 포럼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던 한국팬이 거의 없었는데 (아무래도 영어로만 이야기를 나누던 포럼이다 보니 한국분이 드물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한국 미디어에서 볼 수 있었던 선수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외국 팬들에게 전해주기도 하고 다른 회원들이 한국 스포츠 신문 링크를 보여주면 번역도 해주면서 나름 인지도가 있기도 했었습니다 (요즘은 자주 들어가지 않는데 매년 제 생일에는 제가 없음에도 다른 회원들이 제 생일을 계속 축하해 주는 것을 보고 놀란 적도 있습니다.  작년에도 축하글이 올라와 있더군요). 

저는 제가 당시 제일 좋아했던 김미현 선수의 포럼에서 활동을 하고 박지은 선수 포럼은 그곳의 팬들이 좋아서 자주 놀러가곤 했었습니다 (각 선수의 포럼은 여기 게시판처럼 나누어져 있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다가 박지은 선수 포럼에서 우리 LPGA 포럼 회원들 모두가 인정하는 박지은 선수의 세계 최고의 팬이라는 Sly 라는 친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박지은 선수의 대단한 팬이어서 각종 경기에 빠짐없이 참석을 하고 글도 열심히 쓰는 탓에 우리 회원들끼리 네가 박지은 선수 최고의 팬이라고 인정을 해주었고 가끔 포럼에 들려 박지은 선수가 글도 읽고 직접 메시지도 남겨주는 탓에 박지은 선수도 이 팬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Sly 라는 친구가 저랑 동갑인 것을 알게 되었고 그가 살고 있는 캐나다 몬트리얼에 제가 일이 있어 들리게 되면서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 친구는 불어를 쓰는 전형적인 프렌치 캐나다인이었고 박지은 선수를 좋아하는 탓에 한국 음식마져도 너무나 사랑하던 그런 친구였습니다.  몬트리얼에 있던 날 F-1 그랑프리 경기가 있어 함께 미카엘 슈마허가 있던 호텔에 가서 문 앞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정말 기억에 남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날이 바로 앞서 소개했던 글, 한 자리에서 가장 많은 페라리를 본 날 그 날입니다).

이 친구는 박지은 선수의 대단한 팬이었기 때문에 캐나다 몬트리얼에 살면서도 미국에서 열리는 박지은 선수의 경기를 비행기를 타고 와서 보곤 했었는데 어느날 제가 사는 일리노이 주에서 열리는 State Farm Classic 을 함께 보고 싶다는 제안을 저에게 해왔습니다.  저야 당연히 OK 를 했었고 함께 박지은 선수와 김미현 선수를 만날 생각에 저는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기 시작 일주일전 다른 일로 인하여 이 친구가 못오게 되는 일이 발생을 했습니다.  결국 저는 아들 녀석과 둘이만 LPGA 경기에 가게 되었습니다.  보통 LPGA 경기가 있기 전 연습을 하는 프랙티스 라운드에는 입장료가 없어 아들 녀석과 매년 빠짐없이 가곤 했었는데 프랙티스 라운드에서 연습하고 있는 박지은 선수를 보자 번뜩하고 아이디어가 한가지 떠올랐습니다.

'이 세상에서 박지은 선수를 제일 좋아하는 Sly 에게 평생 잊지 못할 선물 하나를 하면 어떨까?'

그것은 바로 박지은 선수에게 경기에 참석하지 못한 Sly 를 위해 아쉽다는 메시지를 직접 영상으로 받아서 선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눈팅으로 알고 지내던 박지은 선수가 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어 부탁을 했습니다. 

박지은 선수도 아다시피 Grace Park 의 월드 베스트 팬인 Sly 가 이번 경기에 참석하기로 했는데 함께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에게 아쉬움을 담은 박지은 선수의 메시지 하나를 깜짝 선물로 안겨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놀랍게도 박지은 선수는 저의 계획에 쾌히 승낙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급하게 떠오른 생각이라 이날 캠코더를 가져 가지 못했습니다.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것이 당시에는 최신인 2백만 화소의 캐논 익서스 V2 라는 모델인데 이게 동영상이 15초까지 밖에 찍히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15초라도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에게 받는 영상 메시지라면 부족함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TV 카메라 앞에 많이 섰을 박지은 선수도 이렇게 엉뚱한 개인적인 촬영에는 많이 쑥스러워 하더군요 (보시면 압니다 ^^).  그래서 담아낸게 바로 다음의 영상입니다.


캐나다인 친구를 위한 것이었기에 영어로 이야기를 했는데 내용은 간단합니다.  간단히 영어로 얘기한 부분만 번역해 보자면,

"안녕 Sly, 왜 이곳에 못온거야?  어떻게 지내? 모든 것이 다 잘되기를 빌고 내년에 캐나다에서 꼭 보았으면 좋겠어"

아쉽게도 15초 제한으로 이렇게 짧은 이야기를 하고 끊어졌지만 어떤 이야기가 이어졌을지 여러분께서 짐작이 가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나중에 이 비디오를 받아본 Sly 의 반응이 어땠는지는 제가 굳이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여러분께서 충분히 짐작을 하시리라고 믿습니다.  이 세상에 몇명의 스포츠 팬이 자기 한사람을 위한 특별한 영상 메시지를 자기의 스포츠 스타에게 받아 보았겠습니까?  ^^

한명의 팬을 위하여 또 다른 팬의 부탁을 들어준 박지은 선수, 당신은 내 마음속의 영원한 스타입니다.

One more thing :

박세리/김미현 선수와 달리 박지은 선수는 미국에서의 커리어가 화려합니다.  아리조나 주립대학 시절에 거의 모든 아마츄어 대회를 석권했으며 (이때 남자는 스탠포드의 타이거 우즈가 날릴 때죠) 인디애나 폴리스에 있는 전미 대학 스포츠 연맹 명예의 전당 (NCAA Sports Hall of Fame) 에 사진이 걸려있는 유일한 한국인입니다.  제가 인디애나 폴리스에 갔을 때 직접 찍어왔던 명예의 전당에 있는 박지은 선수의 사진입니다.


우측밑에 자그만하게 박지은 선수가 나와있는데요, 이를 다시 크게 찍어본 것입니다. 이때 카메라가 좋지 않은거라 사진이 썩 좋지 못함을 양해 바랍니다.


그리고, 박지은 선수는 저의 아들과 사진을 찍어준 것은 물론 그 사진위에 아들을 위한 특별한 메시지도 남겨주었습니다.  그게 아래의 사진입니다.  이때는 위의 비디오를 찍었던 해와 다른 해였습니다.  지금 이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박지은 선수의 당부를 받들어 공부를 잘 하고 있습니다. ^^;;


Posted by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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