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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30 미스 아메리카 진을 만나다 6

 

어떤 남성이나 그렇듯이 예쁜 여성, 그것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미모를 자랑하는 여성과의 만남은 무척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저는 제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에서 미스코리아 진이 딱 한번 나온 적이 있는데 (1985년 미스코리아 진 배영란) 마침 이분이 저랑 동갑이고 저의 아버지 지인의 딸인지라 철없는 대학시절 아버지를 졸라 한번 급만남을 부탁드린 적이 있는데 (그것도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힌 해에 ^^) 역시 미스코리아 진은 만나기 힘든 사람이구나 하는 통념만 확인하고 쓸쓸하게 오늘까지 그 모습을 방송이나 신문에서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1988년 미스 올림픽 진으로 뽑힌 분 (88 올림픽 개회식에서 첫 깃발을 들고 들어오신 분) 을 다른 장소도 아닌 저의 자취 집으로 이분이 놀러 오셔서 뵙는 행운이 생겼지만 그건 이 글의 주제가 아니므로 패스 ^^;;

그런데 한국보다 더 큰 이곳 미국에 와서 미스 아메리카, 그것도 진을 만난 멋진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에 관한 얘기입니다.  좀 시간이 지난 글이긴 하지만 함께 재미있게 읽어주시리라고 믿고 올립니다.  ^^;;

저의 아들과 딸이 다니는  학교 (이전글  미국 초등학교에서 행한 한국에 관한 특강을 했던 그곳) 에서 학교 창립 20주년 기념 연회가 있다고 초청장이 날아왔습니다.  사실 미국에 와있는 한국 부모들은 이러한 학교 행사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바가 적은 편이라 나름 평소에 이 지역사회의 기관들이나 학교들이 항상 한국인들의 사회 참여가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던 저희 부부는 학교 혹은 사회 행사에는 빼놓지 않고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차라 당연히 참석을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미국 지역 사회 참여가 많이 부족한 것은 참여의식이 부족하기보다는 아무래도 언어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에 막상 참여를 하여도 크게 흥미롭지 않거나 몸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어색한 경우가 많아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어쨌거나 저희 부부는 기쁜 마음으로 20주년 기념 연회에 참석을 하였는데 이 연회에 특별 연사로 초청된 사람이 바로 그해 막 뽑힌 미스 아메리카 진 에리카 해롤드 (Erika Harold) 양과 그의 부모들이었습니다.  에리카 해롤드 양이 저희 자녀가 다니는 학교를 다녔었기 때문입니다.  연회중에 들어 보니 20주년 기념 연회 날짜 역시 에리카 해롤드양의 스케쥴에 맞추어서 결정되었을 정도로 매우 바쁘게 활동하는 듯 하였습니다.  특히 이때가 미스 아메리카로 뽑히고 난 직후라 다른 어느때보다도 그녀에게는 바쁜 때였었거든요.
 
혹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미스 USA 와 미스 America 의 차이를 아시나요?  전자는 여러분들이 상상하시는 그야말로 미모와 몸메에 있어 최고의 여성을 뽑는 대회이며 후자는 대학에 재학하는 학생 이상으로 범위를 제한하여 미모와 지성을 함께 갖춘 여성을 뽑는 대회로서 대회 상금 역시 장학금 형태로 주어집니다. 그래서 수영복 심사 이상으로 과거의 활동 경력이나 학력, 그리고 대회에서의 연설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미스 아메리카도 시작은 미인대회로 했으나 이렇게 지성을 중요시하게 보는 대회로 발전을 하게 됨으로써 미스 USA 와 차별을 두게 된 것이지요.  상금이 장학금으로 주어지고 응모자들이 대개 대학 재학생 이상이므로 상금은 주로 대학원, 의대, 법대, 특수 직업 학교등의 등록금등으로 씌어지게 됩니다.  한국 제목이 기억나지 않지만 여배우 산드라 블록이 수사관으로 분하여 미인대회의 테러 소식에 미인대회 참가자로 분하여 엉뚱하게 상을 받게 된다는 영화 Miss Congeniality 의 무대가 바로 미스 아메리카 대회였습니다.  당시 산드라 블록이 미인대회 상을 받는 다는게 납득이 안가 영화가 현실성이 떨어진다 하는 분들이 계셨었는데 이는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였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
 
어쨌든 2003년 미스 아메리카 진인 에리카 해롤드양은 이 대회에 출전할 때 이미 하바드 법대에 입학 허가를 받은 상태였으며 이 대회에서 우승함으로 말미암아 7만 5천불의 장학금 이외에도 하바드 법대의 수업료 전액 (15만불) 을 제공받게 되더군요.
 
미스 아메리카의 극적인 진 결정 장면이 장내에 비디오로 화려하게 펼쳐지고 나서 등장한 그녀는 매우 우아했으며 미스 아메리카로 결정되는 순간에 너무 오랫동안 입을 벌리고 있었던게 매우 후회스럽다는 농담로 그녀의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이후 나온 거의 모든 매스컴이 그녀의 커다란 입이 가득찬 사진만을 실었었기 때문입니다. ^^
 
그녀의 연설은 예상대로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다 옮길 수는 없지만 그녀의 신념과 믿음에 대한 연설은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보냈을만큼 감동적인 것이었으며 그의 부모님의 연설 또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에리카 해롤드양의 어머니는 흑인이며 아버지는 중동계 백인인듯 하였습니다.  그녀도 매우 아름
다웠으며 이날 함께 온 그녀의 여동생도 대단한 미인이더군요. ^^  뭐랄까 그동안 제가 아름다운 여성들을 제법 만나보았으나 지적인 후광에 있어서는 에리카양이 기억에 남을만큼 멋지더군요 (물론 미스 아메리카 진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했을거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하겠습니다 ^^).
 

Miss America 2003 Erika Harold


그녀는 연설중에 잊지 못할 선생님으로 딱 한분을 언급하였었는데 그 선생님은 다름아닌 그때 제 아들의 담임 선생님인 Mrs. Pridemore 여서 저희 가족에게는더욱 특별한 느낌이었습니다.
 
모든 연회 행사가 끝나고 나서는 참석한 사람들에게 에리카와 잠시나마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순서를 마련해 주었는데 이럴때면 언제나 잽싸게 행동하는 저 때문에 저희 가족은 가장 먼저 에리카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  이런 거물급 인사를 만나본 저의 경험으로는 만남의 순간이 마련되는 순간 가장 빨리 움직여야 기다림도 없고 좀 더 여유있게 만나볼 수 있다는 저만의 팁이 이날도 먹혀들었던 것이었습니다. ^^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에리카에게 제가 먼저 인사를 걸었고 '현재 나의 아들의 담임이 니가 말한 미세스 프라이드모어야' 라고 얘기를 꺼냄으로써 대화의 물꼬를 텄습니다.  에리카는 그녀 특유의 무척 환한 미소로 약간 놀란듯한 표정으로 아들 녀석에게 말을 걸어 주었습니다. 

"너 혹시 A- 받은 것 없니?" 

그녀가 이렇게 먼저 말을 꺼냈는데 이는 그녀가 연설중에 선생님이었던 미세스 프라이드모어에게 과학 프로젝트에서 유일하게 A- 를 받았던 에피소드를 빗대어서 말한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화산이 분출되는 작품을 만들었었는데 터지기만 하면 A 를 맞을 수 있었던 프로젝트가 화산이 터지지 않는 바람에 A 를 받지 못했던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미세스 프라이드모어에게 항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전 과목을 A 혹은 A+ 를 받았던 그녀에게 그게 그렇게 아픈 추억으로 남아 있었나 봅니다.  ^^
 
이 때 아들 녀석과 대화를 나누던 모습을 옆에서 찍은 것 한장 보시겠습니다.  이백만 화소 디카시절이라 사진 퀄리티는 빼고 내용만 봐 주십시오.
 

 
아들 녀석은 수줍게 몇마디를 더 주고 받었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탓에 우선 서둘러 사진 몇장을 함께 찍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에리카에게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미스 아메리카를 만났다는 것을 아마 못 믿을 거다 라고 얘기를 했더니 그녀는 "그럼 이 싸인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하며 기대하지 않았던 싸인을 두장이나 해주었습니다.  사실 유명인을 만날 때 싸인보다 사진이 효과적이었던 경험이 있던지라 싸인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얼떨결에 원치않는(^^) 싸인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아들 녀석에게 싸인을 해주는 에리카의 모습입니다.
 



그녀는 미스 아메리카에 걸맞는 품위가 있었고 무척이나 우아했었습니다.  그녀와 만난 후에는 그녀의 어머니와 제법 오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키가 크고 아름다운 흑인 여성이었습니다.  지구 저 반대쪽에서도 에리카를 알고 기도하는 사람이 있을 터이니 우리 한국을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했던 저의 요청에 진심으로 감동해 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에서도 못 만나 보았던 한 나라를 대표하는 미인을 만나보았습니다. ^^ 다른 미인대회 우승자와는 또 다른, 미모와 지성을 함께 겸비한 여성을 만날 수 있어서 아직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나 친절히 대하고 고개를 숙여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대화를 나누던 그녀에게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우아함도 느꼈었구요.



지금도 제가 사는 동네 가장 큰 길가에는 아래 사진과 같은 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그녀는 아직도 제가 사는 이 도시의 큰 자랑입니다.

어바나시, 인구 37,362 명, 미스 아메리카 2003 의 고향



 

Posted by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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