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가지고 있었던 예전 홈페이지의 글들을 하나씩 백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홈페이지를 호스팅하고 있는 커뮤니티가 아무래도 언제 없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오래된 글이지만 저의 흔적인지라 하나씩 수동으로 텍스트 파일로 옮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 옮겨 놓으면 어떨까 싶어 몇개를 가져와 볼까 합니다.  아래의 글은 2002년 8월 27일에 썼으니 무려 10년 하고도 5개월 전의 글이군요. ^^  코미디언 고 이주일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 다음날에 쓴 글이군요.

 

아시다시피 어제 코미디언 이주일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제목만 보시고 혹시 제가 이주일 선생님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건 아닐까 생각하는 분이 계셨다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건 아닙니다만..

 

저는 생전에 이주일 선생님을 4번 뵈었습니다. 그 중 3번은 개인적으로 본게 아니니 그닥 중요하다고 할 수 없겠군요. 두번을 이종환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공개 방송 장소인 정동 MBC 별관에서 보았습니다. 이때는 이주일 선생님과 가까이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나중에 편집이 되는 공개 방송인 관계로 여러가지 방송에 나갈 수 없는 사적인 얘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번은 그가 경영하는 캐피털 호텔 나이트에 갔다가 연말 연시인 관계로 무대에 올라와 있던 그의 손을 한번 잡아본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때 무대에 같이 서 계시던 학교 선배인 가수 주현미씨에게 더욱 관심이 갔었지만 그래도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주일 선생님과 신체적 접촉(?)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의미 있었던 만남은 70년대 말, 혹은 80년대 초 제가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 일 때의 만남입니다. 시기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군요.

 

당시 저의 어머니께서는 퍼스트 레이디이셨던 박근혜씨의 일을 돕고 계셨는데 그래서 한달에 한 번 정도는 아현동의 종근당 본사 건물 근처에 있었던 새마음 봉사단 (육영수 여사께서 만드셨던 구국 여성 봉사단의 바뀐 이름) 본부에 가셨었는데 서울 가는게 마냥 좋았던 전주 촌놈인지라 가능한 많이 따라가려고 노력했었습니다 (어머니는 이때의 인연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기일인 10월 26일에는 꾸준히 서울에 가시곤 하셨습니다). 그렇게 한번 따라나선 어느날, 새마음 봉사단 본부에 함께 들린 자리에서 이주일 선생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박근혜 총재의 방 바깥에 앉아 계셨는데 본의 아니게(?) 나란히 앉아 있게 되었습니다. 이 때 알게 된 것이 연예인분들도 박근혜 총재의 일을 많이 돕고 있었고 그 이후에도 몇몇분들을 심심치 않게 뵐 수 있었습니다 (뭐 그래봐야 송해 이런 분들이라 요즘 젊은 분들은 잘 알지도 못하지요).

 

TV 에서만 보던, 전국을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라는 말 한마디로 뒤흔들어 놓았던 당대 최고의 스타가 옆에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무척이나 큰 안경을 끼고 계셨었습니다. 그것도 렌즈가 진하게 코팅이 된.. 그 큰 안경이 얼굴을 많이 가리다 보니 코가 납작하다는 것 이외에는 별로 못생겼다고 느끼지를 못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신문을 보던 이주일 선생님은 신문을 내려 놓으시더니

 

"어 너 왔구나?"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지만 그때는 너무 두근거려서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지금에야 짐작하지만 이주일 선생님 같은 분은 주변에서 아는 체 하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친근하게 인사를 드리면 마치 또 보신양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언제 저를 보셨다고...

 

그리고 조금 있다 일어나 나가셨지만 어린 저의 마음에는 방 하나 건너 퍼스트 레이디가 있다는 사실 보다 최고 인기 코미디언 이주일 선생님을 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너무나 기뻤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의 감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며 대학생 때, 대학원 때 이주일 선생님을 뵈면서도 그 때의 감정을 떠올리며 혼자 즐거워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이주일 선생님, 저 기억나세요?" 라고 물어보려고 할만큼 어리석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분이 어제 세상을 떠났네요.

 

그 분을 기리며 조문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당시 중학생이었던 저에게 그렇게 따뜻하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아직도 그 정도 반응은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했던 것이 진심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 코미디를 대단히 좋아하는 저로서는 (저는 절대로 코미디를 보면서 "그래 너 한번 웃겨봐" 이런 자세로 보지 않습니다. 이런 것이 진정한 코미디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 코미디계에 큰 획을 그은 한 분이 사라지시는 모습이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을 주는 군요.

 

남아 있는 이주일 선생님의 가족들께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시기를...

 

2002년 8월 27일에...

 

 

 

 

 

 

 

 

 

 

Posted by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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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ijjang 2013.02.04 02: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큰 아이는 개그맨 김병만씨를 직접 보는게 소원인데...
    당대의 최고의 코메디언을 직접 보실 기회가 있으셨다니..굉장한 행운이셨네요. ^^

    • BlogIcon 샴페인 2013.04.02 14: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게 슈퍼스타를 눈앞에서 보니 얼떨떨하긴 했었지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 기억이 강렬했었나 봅니다.

  2. BlogIcon thinkofme 2013.02.08 1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주 이야기가 나오니 예전에 전주에 살았던 펜 친구가 생각나네요
    서로 힘들때 참 많이 위로가 되어준 친구였고
    덕분에 꽤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갔고
    그 친구 보러 난생처음 전주까지 가곤 했는데..
    어느 순간 연락이 끊어졌네요.
    지금쯤은 아마 한 아이의 엄마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아..근데 이주일씨의 "어 너왔구나?" 라는 인사는
    뭐랄까 옆집아저씨의 인사같이 참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 BlogIcon 샴페인 2013.04.02 14: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이 이야기는 더 자세하게 읽은 적이 있지요. ^^ 점점 전주가 더 발전하고 문화도시가 되면서 많은 방문객들이 늘어나는게 참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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